중국 칭다오대학교 한형동 석좌교수
한형동 칭다오 대학 석좌교수.
열강세력의 전광판인 동북아 정세는 미·중 전략 경쟁과 신흥국의 부상 속에서 다극화의 소용돌이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에너지·안보·경제 공급망을 둘러싼 지정학적 균열은 복합 위기로 증폭되며 각국 외교에 정교한 균형을 요구한다. 이러한 외교 환경의 난기류 속에,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6월 출범과 동시에 ‘실용외교’를 표방했다. 향후 한국의 안보 지형을 설계해 나갈 이재명 외교 항로의 방향과 그 전략적 과제는 무엇인지 전망해 본다.
이재명 실용외교의 기조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한미 동맹을 강하게 유지하면서도 독자적 국가 이익을 확보하겠다”라는 외교 노선을 천명했다. 이는 현실을 담보한 ‘이상주의’를 추구하며 ‘국익 중심의 외교’를 전개하겠다는 뜻이다. 그간 이 대통령의 주요국 방문에서 보여준 외교 방향은 국익 중심의 실용적 접근(Pragmatic approach), 전략적인 자율과 균형, 경제와 안보를 분리한 ‘듀얼 트랙(Dual track)’, 다자 협력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특히 대북 정책은 자동 평화가 아니라 위기 완화와 오해 방지를 목표로 선제적 화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한국이 현재 미국과 중국 간 경쟁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추구하는 중간적 위치에 있다’라고 평가한다.
미·중·일 3국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본 이재명 외교 평가
2025년 8월 열린 이재명-트럼프 회담은 동맹 관리에는 성공했지만, 구조적 현안을 해결하기에는 미완이었다. 주요 성과는 양국 간 정치적 신뢰 회복과 동맹의 안정성 확인이라 할 수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한미 회담을 “갈등 관리에 초점을 둔 현실적 정상외교”로 평가한다.
경제·통상 분야에서도 안보 동맹을 경제·산업 협력으로 확장하려는 의도 하에 반도체, 배터리, 방위산업 등에서 상호 협력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구체적 합의의 문서화와 이행 로드맵이 없었다는 점은 회담 성과의 질을 퇴색시켰다. 게다가 주한 미군 역할, 방위비 분담, 통상 압박 가능성 등 핵심 쟁점은 여전히 잠재적 갈등 요인으로 남겨둔 회담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은 한국 외교의 새로운 방향을 시험하는 무대였다. 한중 양 정상은 회담을 통해 정상회담 정례화와 외교·안보 대화 채널 복원에 합의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핵심 광물 교역과 투자 협력 등 14건의 MOU가 체결되며 실질적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공동성명 없는 정상회담’ 혹은 ‘맹탕 외교’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한중 문화 교류의 최대 장애인 ‘한한령’과 서해상 구조물 철거 문제 등도 시원하게 정리되지 못했다.
한편 한일 정상회담은 양국 관계가 장기간의 경색 국면을 넘어 관리 가능한 협력 단계로 진입했음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 언론과 일본국제문제연구소(JIIA) 등도 이번 회담을 ‘셔틀외교’의 복원이라 칭하며, 지속 가능한 관리 국면의 토대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계 또한 여전해 ‘불완전한 진전’이라는 평가가 공존한다.
국제질서 재편과 이재명의 ‘실용외교’ 딜레마
트럼프는 여전히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주의를 내세우며 미국 국익 최우선의 외교 통상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의 국가안보전략보고서(NSS)는 중국을 최대 전략 경쟁자로, 러시아를 직접적 군사 위협국으로, 북한과 이란을 지역 안보 불안 요인으로 규정하고 동맹국들에 이에 동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외교 정책 기조를 ‘안정화된 강대국 관계’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과의 관계 강화에 두고 있다. 러시아·북한 등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 중심 질서에 강력히 저항하고 있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며 핵 보유국 지위를 압박하는 한편, 한반도 ‘두 개의 국가’ 선언 후 중국·러시아와 전략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국내외 외교 전문가들은 이를 “관리된 긴장(Managed tension)”으로 규정한다. 한국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중국의 현상 변경 전략이 충돌하는 사이에서 고난도 곡예를 해야 하는 힘든 선택에 직면했다.
우리 외교의 전략적 대응 과제
신냉전 구조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결합된 정세 하에 한국 외교는 명확한 목표 설정과 전략적 유연성이 절실하다.
첫째, 스마트한 대미 외교 패러다임을 설계해야 한다. 기본 축은 한미 동맹과 한미일 협력이다. 핵심은 “확장억제 강화와 전략적 자율성 확보”이며, 궁극적으로는 우리도 핵 자산 확보에 주력해야 한다.
둘째, 대일 외교는 “안보·경제 협력 강화와 역사 문제의 전략적 관리”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 영토(독도)와 역사 문제를 지혜롭게 관리하며 정치적 신뢰를 축적하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중국과는 협력하되 의존하지 않고, 충돌은 피하되 원칙은 지키는 “실용적 관리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그다음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강화하고 국제 규범을 주도해 나가야 한다.
끝으로 대북 전략상 현실적인 대안은 우리의 핵 자산 후보다. 당장은 남북 간 “작은 신뢰 → 점진적 교류 → 국제적 협력 속 비핵화”라는 단계적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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