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카카오모빌리티와 우버, 배달의민족 등 국내 주요 플랫폼들의 권력 구조가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시장 상황은 물론 모빌리티 및 딜리버리 특유의 산업 특성과 규제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다. <편집자 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매각에 본격 착수했다. 18일 IT 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DH는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국내외 대기업과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에 인수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정보를 담은 투자 제안서(티저 레터)를 받은 기업에는 네이버와 우버 같은 대기업과 사모펀드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희망가는 8조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배민의 시장 위상을 감안하면 매각 자체의 무게감이 작지 않다. 모바일인덱스 기준 4월 월간활성이용자(MAU)는 2341만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쿠팡이츠는 1315만명과 요기요는 421만명을 기록했다. 배민은 전년 동기 대비 7.6% 증가한 수치를 보이며 한국 배달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전국 단위 라이더 네트워크와 지역 상권 데이터 및 주문 결제 인프라까지 확보한 한국 플랫폼 업계의 핵심 자산이 매각 매물로 나온 셈이다.
다만 아직은 모든 프로세스가 확실하지 않으며, 말 그대로 시장 참여자들의 여론전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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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매물로 돌아오다?
DH는 2019년 우아한형제들 지분 약 87%를 40억달러에 인수했다. 당시 환율 기준으로 약 4조7500억원 규모다. 한국 토종 1위 배달앱이 독일 자본에 넘어간 사건으로 한국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시점에 다시 매각이 추진되는 배경에는 DH 본사의 자금난이 자리한다.
DH의 부채 규모는 2025년 말 기준 61억6600만유로에 달했다. 한화로 약 9조2000억원 규모다. DH는 2025년 12월 주주서한에서 실적과 기업가치 측면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냈다며 포트폴리오와 자본 배분 및 비용 구조 전반에 대한 종합적인 전략 검토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른 조치를 실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 금리 인상과 플랫폼 업황 둔화 속에 재무 부담이 확대된 결과다.
자산 정리 행보는 이미 시작됐다. 2026년 3월에는 싱가포르 모빌리티 기업 그랩에 대만 푸드판다 사업부를 6억달러(약 9000억원)에 매각했다. 한국 사업 매각도 같은 맥락의 연장선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본사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전사적 포트폴리오 재편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DH 입장에서 배민은 지금까지 대표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해왔다. 우아한형제들은 팬데믹 시기를 거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4년 매출 4조3226억원에 영업이익 6408억원을 기록했고 2025년에는 매출 5조2829억원과 영업이익 5928억원을 거뒀다. 창사 이후 처음으로 매출 5조원을 돌파한 의미 있는 해였다. 최근 3년간 배당과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DH에 환원된 금액만 1조40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배민의 속내는 복잡하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2025년 매출이 처음 5조원을 넘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5% 감소했기 때문이다. 무료배달 경쟁과 라이더 비용 증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가장 큰 위협은 쿠팡이츠의 추격이다. 쿠팡이츠는 4월 MAU가 전년 동기 대비 25.9% 증가하며 무료배달을 앞세운 공격적 점유율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배민의 7.6%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성장세다. 한때 압도적 1위였던 배민의 시장 지배력이 흔들리는 신호로 읽힌다.
배달앱 시장이 중개 경쟁에서 물류 경쟁 단계로 옮겨간 점도 부담 요인이다. 빠른 배송과 라이더 확보 경쟁이 격화되면서 비용 구조가 무거워졌고 무료배달과 할인 프로모션 경쟁도 일상화됐다. 배민이 추진 중인 장보기와 퀵커머스 사업 역시 미래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본격적인 수익성을 입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코로나19 시기 폭발적으로 성장했던 배달 시장 자체가 엔데믹 이후 성장세가 둔화된 점도 매각 협상에 부담을 준다. 시장에서는 배민이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고성장 플랫폼 프리미엄을 인정받기는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매각 희망가 8조원의 적정성을 두고도 시장 평가가 엇갈린다. DH가 2019년 인수 당시 지불한 4조7500억원과 비교하면 약 1.7배 수준이다. 그 사이 매출은 약 4~5배 늘었지만 시장 환경은 크게 달라졌다.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 가격 인식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조건이다.
배민의 전략적 가치를 두고도 시각이 나뉜다. 업계 일각에서는 배민을 음식배달 플랫폼 차원이 아닌 라스트마일 물류 인프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전국 단위 배송망과 지역 상권 데이터 및 실시간 주문 결제 시스템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머스나 모빌리티 기업 입장에서는 활용 가치가 크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 네이버와 우버 및 알리바바 같은 다양한 이름이 거론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반면 수익성 하락과 규제 리스크가 매각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배달 플랫폼 특성상 자영업자와 배달 라이더 및 소비자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도 인수자 입장에서 부담 요인이다.
당자 음식점주들과의 갈등은 지속적으로 확대돼 왔고 라이더 노조와의 협상 이슈도 상존한다. 최근 몇 년 사이 1조원이 넘는 돈을 배당과 자사주 소각 형태로 DH에 보낸 점이 사회적 비판 여론을 형성한 점도 인수자에게는 사회적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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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의 셈법
DH의 배민 매각 자체는 아직 '수면 아래'에 있다. 다만 잠재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이 각자 다른 전략적 이해를 갖는다는 점에서 매각 시나리오 자체가 가지는 무게감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먼저 우버다. 우버는 한국 시장에서 모빌리티와 배달 플랫폼 영향력 확대 의지가 강한 후보로 평가된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버이츠를 통해 음식 배달 사업을 운영하는 만큼 배민과의 시너지가 직접적이다. 2019년 한국에서 철수했던 우버이츠 사업을 단번에 재진입시키는 그림도 가능하다.
우버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현지 1위 사업자를 인수하는 전략을 일관되게 펴왔다. 2025년 5월 덴마크 1위 택시 업체 단택시(Dantaxi)를 인수했고 2026년 4월에는 독일 고급 차량 호출 플랫폼 블랙레인(Blacklane)을 품었다. 4월에는 카카오모빌리티 인수 추진설의 주체로도 거론된 바 있다. 한국 1위 배달앱과 1위 택시 호출 플랫폼을 동시에 노릴 만한 자금력과 의지가 있는 글로벌 사업자라는 평가다.
네이버도 있다. 로컬 커머스와 멤버십 생태계 확대가 핵심 과제다.
지도와 커머스 및 멤버십 등 기존 플랫폼과 배달 서비스를 결합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 중이라는 점이 변수다. 결제와 금융 및 가상자산 사업 통합이라는 내부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대형 인수까지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중국 알리바바도 한칼이 있다. 한국 이커머스 시장 공략 과정에서 즉시배송과 물류망 확보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상태라 업계의 시선을 끈다.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한 한국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배민의 라스트마일 물류 인프라가 매력적인 옵션이 될 수 있다. 다만 중국 자본의 한국 1위 배달앱 인수에 대한 사회적 정치적 부담이 매우 크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업계에서는 우버와 네이버의 컨소시엄 가능성도 거론된다. 우버가 모빌리티와 배달 인프라를 가져가고 네이버가 커머스와 멤버십 생태계를 결합하는 분담 구도다. 8조원이라는 거래 규모를 단독으로 감당하기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컨소시엄 형태가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매각 성사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IB 업계에서는 우버와 네이버 및 알리바바 등 주요 후보군이 로펌을 선임해 실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본격적인 가격 협상 단계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큰 변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다. 배민이 한국 배달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감안하면 외국 기업이든 국내 대기업이든 인수 시 독과점 우려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버처럼 카카오모빌리티 인수설까지 동시에 거론되는 후보의 경우 두 거래가 동시에 성사될 경우 한국 모빌리티와 배달 시장을 동시에 장악하는 그림이 그려져 공정위 심사 통과가 더욱 어려워진다.
규제 리스크도 무시할 수 없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도입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인수자는 향후 수익성 악화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자영업자와 라이더 단체와의 협상 부담도 상존한다. 2026년 1월에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이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로드러너 도입과 확대 시도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새 인수자가 등장하더라도 이런 갈등 구조를 그대로 떠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DH가 2026년 3월 대만 사업을 정리한 만큼 우아한형제들 매각이 단기간 내에 이뤄질지는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매각 과정 자체가 1년 이상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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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배달 시장의 분기점
배민 매각은 한국 배달 시장의 구조적 분기점이 될 수 있다.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근본부터 바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우버가 인수할 경우 모빌리티와 배달이 결합된 글로벌 플랫폼 모델이 한국에 본격 적용된다. 네이버가 인수할 경우 커머스와 멤버십 및 배달이 결합된 한국형 슈퍼앱 모델이 강화된다. 알리바바가 인수할 경우 중국 자본이 한국 라스트마일 물류 인프라의 핵심을 장악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쿠팡이츠의 추격이 거센 상황도 변수다. 매각 협상이 길어지는 동안 시장 점유율 구도가 더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무료배달 경쟁이 계속되면서 배민의 수익성이 더 악화될 경우 매각가 8조원의 적정성에 대한 회의론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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