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받은 이자 감면액 53억9478만원→62억5755만원
정밀 심사·질적 성장으로 경영 전략 선회할 것이란 분석
“카드사마다 금리인하수용률 격차 여전히 큰 간격 존재”
금리인하수용률이 역대 최고 수준인 70%선을 돌파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경진 기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인해 전통적인 수익 모델이 한계에 부딪힌 카드업계가 대출 영업 강화에 사활을 걸면서, 고객의 금리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는 비중인 ‘금리인하수용률’이 역대 최고 수준인 70%선을 돌파했다.
고금리 장기화 국면에서 우량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확보하려는 카드사들의 마케팅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띠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승인 확대가 향후 연체율 상승과 건전성 악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0일 여신금융협회 공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에 접수된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건수는 총 29만8050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1만2900건가량 증가한 수치다. 주목할 점은 카드사의 전향적인 태도다.
같은 기간 평균 수용률은 6.4%포인트 상승한 72%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70%대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고객들이 돌려받은 이자 감면액 역시 53억9478만원에서 62억5755만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카드사 중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곳은 신한카드다. 신한카드의 지난해 하반기 수용률은 무려 90%에 달했다. 총 9만5697건의 신청 중 8만6132건을 수용하며 전년 대비 수용률을 17.6%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이러한 급성장의 비결은 ‘디지털 전환’에 존재한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8월부터 업계 선제적으로 ‘자동 심사 시스템’을 도입했다. 과거에는 고객이 본인의 신용 상태 개선을 입증할 서류를 챙겨 직접 신청해야 했지만, 이제는 카드사가 보유한 결제 데이터와 외부 신용 정보를 결합해 시스템이 스스로 금리 인하 여부를 판단한다. 절차가 간소화되자 처리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고, 이는 곧 수용률 상승과 12억원 이상의 추가 이자 감면 혜택으로 이어졌다.
롯데카드 역시 차별화된 서비스로 수용률 81.3%를 기록하며 업계 2위에 올랐다. 롯데카드는 최근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금리인하요구권 대행 서비스’를 선보이며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했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일일이 본인의 신용점수를 확인할 필요 없이, 롯데카드가 마이데이터에 연결된 자산 정보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다가 소득 증가나 부채 감소 등 금리 인하 요건이 충족되면 월 1회 자동으로 신청을 대행해 주는 방식이다.
이어 우리카드(80.0%)와 KB국민카드(76.3%) 등 주요 카드사들도 70~80%대의 높은 수용률을 유지하며 금리 마케팅 대열에 합류했다.
마이데이터 기반 금리인하요구 서비스 기관별 오픈 일정. [사진=금융감독원]
금융당국 같은 경우, 지난달 26일부터 ‘마이데이터 기반 금리인하요구 서비스’가 전격 시행됐다. 금융위원회는 소비자가 마이데이터 사업자(AI 에이전트)에게 최초 1회만 동의하면, 이후부터는 AI가 소비자를 대신해 대출 금리 인하를 자동으로 신청해 주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그간 금리인하요구권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핵심 제도였으나, 2025년 상반기 기준 수용률은 28.8%에 불과해 실효성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이러한 소비자 동의를 받은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소득 상승 등 명확한 사유 발생 시 수시로 신청을 대행하게 됐다.
26일 기준 토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13개 마이데이터 사업자와 신한·국민 등 5대 은행을 포함한 57개 금융회사가 참여했다. 2026년 상반기 내로 참여 기관은 총 114개사까지 확대될 예정이며, 서비스 개시 전 사전 예약에만 128만5000명이 몰릴 정도로 이목이 쏠렸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화려한 수치에 숨겨진 리스크에 대해서 경고한다. 카드사들이 금리 인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대출 승인 문턱을 낮추는 배경에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 감소를 대출 이자 수익으로 만회하려는 절박함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출 상품의 ‘질적 하락’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1금융권인 은행에서 대출이 막힌 중·저신용자들이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등 카드사 대출로 대거 유입된다. 카드사들이 당장의 수익을 위해 금리 혜택까지 제공하며 우량 고객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이는 잠재적 부실 위험을 키우는 행위라는 의미다. 실제로 경기가 악화되거나 금리 변동성이 커질 경우, 이들 계층의 상환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연체율 상승과 막대한 충당금 적립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카드사별 건전성 지표에 대한 모니터링 수위를 높임에 따라, 업계 분위기에도 변화가 감지됐다. 지금까지가 점유율 확대를 위한 양적 팽창의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신용도에 기반한 ‘정밀 심사’와 실질적인 수익성을 따지는 ‘질적 성장’으로 경영 전략이 선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카드업권 내에서도 포용금융이라는 기조 속 금리인하요구권 활용이 아무리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아직까지 각 카드사마다 수용률의 격차는 여전히 큰 간격이 존재하는 실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으로 카드사들은 무조건적인 수용률 확대보다는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부실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고 금리인하수용률’이라는 수식어 뒤 숨겨진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향후 카드업계 성패의 핵심 열쇠가 될 전망이다.
이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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