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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취재수첩] "함께해서 영광"이라더니

대학 1학년 때 정치학개론을 듣던 날이었다. 당시 전공 교수는 강의 첫날 40명쯤 되는 수강생에게 한 명씩 물었다. “자네는 정치가 뭐라고 생각하나?” 내 앞 순서에서 권력 투쟁,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 답이 나왔다. 나는 “갈등을 해소하는 게 정치”라고 했다.

[취재수첩] "함께해서 영광"이라더니

싸움이 일상이 된 국회

다시 생각한 정치 역할

대학 1학년 때 정치학개론을 듣던 날이었다. 당시 전공 교수는 강의 첫날 40명쯤 되는 수강생에게 한 명씩 물었다. “자네는 정치가 뭐라고 생각하나?” 내 앞 순서에서 권력 투쟁,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는 답이 나왔다. 나는 “갈등을 해소하는 게 정치”라고 했다. 앞 사람들과 겹치지 않을 말을 찾다가 고른 답이었다. 교수는 “그것도 맞지”라며 웃었다. 반응이 나쁘지 않아 괜히 뿌듯했다. 지금도 그 문답과 교수 표정만큼은 잊히지 않는다.

그때는 제법 그럴듯한 답을 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치를 공부하고 뉴스를 접할수록 갈등 해소 기능에 의문이 들었다. 의원끼리 충돌하는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기 때문이다. 실제 여야가 대립하고 서로 비난하는 일은 언제부턴가 이어지고 있다. 이렇다 보니 현실 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대학을 졸업한 뒤에도 생각은 그대로였다.

그런 내가 한 달 전쯤부터 국회를 드나들고 있다. 와서 보니 그동안 눈여겨 보지 않아 몰랐던 모습이 많은 것 같다. 다투기만 하던 여야 의원들도 새로 상임위가 꾸려진 첫날에는 서로 덕담을 건넸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 전체 회의에서 여야 동료들에게 “국회 권위를 바로 세우고 국민에게 신뢰받는 위원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함께할 수 있어서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평소 여당을 향해 날 선 발언을 하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정무위원회에서도 비슷했다. 서일준 의원은 “존경하는 유동수 위원장님을 비롯해 여러 선배·동료 위원님들을 모시고 열심히 하겠다”며 “여야 간 원활한 소통과 협치를 바탕으로 정무위원회가 효율적이고 생산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하겠다.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같은 상임위 소속 박대출 의원은 “우리 정무위만큼은 좌우 균형을 잃지 않고 잘 날 수 있도록 균형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뒤이은 여당 의원들 발언도 비슷한 결이었다.

반면 뉴스에서 보던 대로인 사례도 있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인사말마저 주고받기 어려웠다. 이진숙 의원 자격 문제를 둘러싼 충돌이 원인이다. 이 때문에 최형두 의원 야당 간사 선임안조차 제때 의결되지 못했다. 고성이 오간 끝에 어렵사리 처리됐다. 그 뒤로도 말을 끊고 언성을 높이는 모습은 여전하다.

어쩌면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모인 국회에서 부딪히고 싸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싸움 자체가 정치 목적일 수는 없다. 잘잘못을 떠나 고성과 언쟁이 반복되는 광경을 보는 게 유쾌한 일도 아니다. 정치를 지켜보는 국민에게까지 그 피로가 당연한 몫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갈등을 키우기보다 풀어내는 데 능숙한 정치를 국회에서 더 자주 보고 싶다.

/최석환 자치행정1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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