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왼쪽)과 전은수 대변인이 4월27일 이재명 대통령과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의 면담이 열리는 청와대 접견실에 들어서고 있다. 이날 행사가 AI 수석으로 마지막 일정이었다.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구아현기자]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의 골든타임, 정부 AI 전략을 책임지던 수석이 자리를 떠났다. 10개월전, 하정우 전 AI미래기획수석은 청와대에 입성하면서 "앞으로 3~5년이 AI 시대의 골든타임"이라고 수차례 강조해왔다.
그러나 그는 지금 청와대를 나와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위해 부산으로 내려왔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청와대는 하 전 수석의 출마설이 공식화되기 이전부터 후임 후보군을 물밑에서 추리기 시작했다. 후임 인선을 놓고 하마평이 돌고 있지만 뚜렷한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 입에서 몇몇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지만 아직 정부 차원의 공식 확인된 후보는 없다. 레퍼런스 체크, 본인 의사 타진, 최종 확인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청와대 재정기획보좌관이 업무를 대행 중이다.
그가 더 큰 꿈을 꾸기위해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 뛰어든 것은 개인의 자유다.
문제는 공백이다. AI미래기획수석은 올해 기준 정부 예산 10조원을 관할하는 자리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8월 공개, 국가AI컴퓨팅센터 구축, 국가과학자 제도 설계 등 굵직한 과제들이 빈틈없이 진행돼야한다. 재정기획보좌관에 의한 대행 체제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 출범 때부터 기업 현장을 아는 민간 전문가를 중용해왔다. 전 LG AI연구원장인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전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센터장인 하 전 수석 모두 이같은 기조의 결과다.
AI 정책은 기술적 이해도가 특히 중요한 영역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가 왜 필요한지, 데이터는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알아야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정부에서도 AI 전문가 부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하 전 수석이 이 자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은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국내 AI 연구의 권위자인 장병탁 서울대 교수 지도 아래 박사학위를 받은 개발자 출신이다. 탄탄한 학문적 토대 위에 네이버에서 초대규모 언어모델 하이퍼클로바X 개발을 직접 이끈 현장 경험까지 갖췄다. AI를 직접 만들어본 사람이었다. 업계가 그를 두고 '이 자리에 딱 맞는 인물'이라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후임 인선에서 이 기준이 얼마나 유지될지 주목된다.
현재 거론되는 후보군에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관계자, AI 분야 저명 인사, AI 스타트업 대표, 전직 대기업 AI 연구소장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이들 중 하 전 수석처럼 AI 모델을 직접 개발해본 기술 현장 출신인가는 두고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무엇보다 기술 현장 출신 인사를 공직으로 끌어오는 일 자체가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무엇보다 수석급 고위공직자는 본인과 가족이 보유한 일정 규모 이상의 주식을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한다. 스타트업 창업자나 빅테크 임원에게는 경영권과 직결될 수 있는 문제다.
여기에 민간 대비 낮은 급여, 퇴직 후 취업 제한까지 더해지면 기술 현장 출신일수록 공직 문턱을 넘기 더 어려운 역설적인 구조가 된다.
지금 한국 AI는 속도를 내야 하는 시점이다. 미국 빅테크 중심의 프런티어 모델에 종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범용 AI 모델부터 각종 도구 대부분이 외산이다.
외산 AI를 쓴다는 것은 단순히 비용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데이터, 의사결정 패턴, 축적된 노하우까지 해외 서버로 빠져나갈 수 있다. 최근 앤트로픽의 '미토스' 등장으로 보안 문제도 대두됐다. 고도화된 모델이 확산되고 악용되면 산업 데이터는 물론 민감 데이터, 정부 데이터까지 해킹당할 수 있다.
최근 앤트로픽이 클로드 과금 방식을 토큰당 비용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모델 종속 문제는 더 선명해졌다. 빅테크가 가격 정책을 바꾸거나 제공 범위를 제한하면 국내 산업이 고스란히 영향을 받는 구조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은 기술과 정책이 함께 달려야 한다. 컨트롤타워 공백이 길어질수록 그 격차는 벌어진다. 'AI 3강'을 외치려면 먼저 그 전략을 제대로 짤 수 있는 사람을 앉혀야 한다. 청와대가 이 시대에 필요한 인물이 누구인지를 빠르게 파악하고 결단을 내려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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