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9월3일 현대차 노조 총파업 결의대회 모습. [사진=연합뉴스]
[디지털데일리 최민지기자] 성과급 갈등이 삼성전자·현대차를 넘어 HD현대중공업 등 산업계 전반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성과를 어떻게 키울지보다 누가 더 가져갈지에만 집중되면서 주주가치와 미래 경쟁력, 산업 생태계 전반이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15%를 반도체 부문 성과급으로 고정 지급하라며 오는 21일부터 총파업 감행을 예고했다. 현대차는 순이익 30% 성과급 요구와 함께 아틀리스를 겨냥해 인공지능(AI) 관련 고용 보장을 외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영업이익 30%를 공유하는 성과배분제와 AI 도입 때 고용 보호 제도 마련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직원 입장에서만 본다면 성과급 인상은 당연한 흐름이다. 기업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만큼 정당한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특히 조선업처럼 장기간 불황을 버텨온 업종에서는 힘들 때 함께 견뎠던 만큼 호황이 왔을 때 회사만 과실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는 내부 분위기가 감돈다.
문제는 지금 기업들이 처한 안팎의 상황을 냉정히 들여다봤을 때 무리한 성과 배분 요구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는 점이다. 기업의 이익은 크게 세 갈래로 쓰인다. 임직원에 대한 보상, 주주 환원, 미래를 위한 재투자다.
지금 기업들은 이른바 초불확실성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 미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통상환경은 급변했고 중동전쟁에 따른 공급망 불안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경영환경을 야기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정부 지원을 등에 업고 조선·배터리·전기차·방산 등 전방위 산업에서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AI 전환과 친환경 대응을 위한 투자 부담도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더군다나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막대한 자금을 쏟아 미래 시장 선점에 나선 만큼 도태되지 않고 경쟁력을 지키려면 이에 상응하는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반도체·자동차·조선 산업 역시 지금의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기업 이익은 직원만의 몫이 아니다. 주주가치와 미래 투자, 협력사 생태계, 국가 산업 경쟁력까지 함께 연결돼 있다.
단기 호황기에 벌어진 인건비 경쟁이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적지 않다. 2021년 게임업계가 겪었던 개발자 연봉 인상 경쟁에 대한 결말을 보자. 당시 국내 게임사들이 우수 개발자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최대 수천만원씩 연봉을 인상하기 시작했다. IT 전반에서 개발자 연봉 인상 도미노가 벌어지면서 "개발자 몸값은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코로나 특수가 끝나고 업황 둔화와 실적 악화가 시작되자 고정비가 된 인건비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결국 게임업계는 구조조정과 채용 한파, 비용 절감 압박을 겪어야 했다. 단기 성과 배분 경쟁은 장기적으로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셈이다.
국민 시선도 마냥 우호적이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벌어지고 있고 경기침체와 고물가 속에서 대기업 노조의 대규모 성과급 요구는 대중에게 그들만의 리그이자 이기주의로 비치기 십상이다. 사회적 공감대를 약화시킬 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자본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노동자 헌신에 대한 합리적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기업의 미래 체력을 고갈시켜서는 안 된다. 이는 결국 미래의 내 일자리를 가불해 쓰는 것과 다름없다. 노사가 합리적 연대를 통해 지혜로운 해답을 찾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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