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웍스=채윤정 기자] 연봉 1억5800만원을 받는 근로자들이 연봉 1억8500만원을 못 받는다고 파업을 강행한다.
삼성전자 노조가 추진 중인 파업에 대한 외부의 평가다. 최근 노조가 사 측의 제안을 거부하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5월 21일부터 18일간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조합원 수가 31일 7만명을 돌파한 만큼, 이번 파업은 지난 2024년 파업 때보다 규모가 훨씬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 평균 연봉이 1억5800만원에 달하고, SK하이닉스 평균 연봉이 1억8500만원에 달한다는 점을 빗대 '2700만원 더 받는 게 부러워 총파업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온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삼성전자 사 측이 성과급 상한을 넘어서는 '특별 보상'과 경쟁사를 압도하는 파격적인 보상안을 제시했음에도 노조가 교섭 중단을 선언한 것은 욕심을 너무 많이 부린 것"이라며 "사 측은 욕먹을 것을 감안하고 더 많은 보상을 제공하려 했다. 반도체 직원에게만 보상을 더 많이 해주면 다른 직원들이 불만을 가질 수 있음에도 크게 양보한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이를 걷어차 버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 측이 올해만 '성과급(OPI) 상한제도 폐지'를 해주겠다고 한 것에 대해 노조는 아예 제도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 측이 이를 거부하자, 노조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사 측의 불성실교섭 여부에 대한 판단을 요구했다.
사 측은 임금협상에서 SK하이닉스를 뛰어넘는 성과급 기준을 약속했다. 사 측은 반도체(DS)부문이 국내 업계 1위를 달성할 경우,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사용하면 SK하이닉스에 비해 성과급 지급률이 더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 10% 이상을 재원으로 쓰겠다고 약속했다. 사 측은 직원들이 성과급 상한선인 연봉의 50%를 초과하는 '특별 포상'을 받을 수 있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임금 인상률에서도 사 측은 6.2%의 임금 인상률을 제시한 반면, 노조는 7%의 임금 인상률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임금 인상률은 큰 쟁점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 및 노조는 파업이 이뤄지면 삼성전자는 5조~10조원의 손실을 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노조는 파업을 감행해서는 안 된다. 첫 번째 이유로 반도체가 한국 전체 수출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으로 떠올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대다수 산업이 큰 불황을 겪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한국을 먹여 살리는 게 반도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업은 노조원들이 큰 불이익을 받고 있거나 정말로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국한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노조가 파업하면 한국 수출도 큰 타격을 받는다는 점은 자명하다.
두 번째 이유로 SK하이닉스와 같이 영업이익 기준으로 성과급 제도를 아예 제도적으로 변경한다면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만 고액의 성과급이 지급되고, 나머지 사업부는 빈손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현재 DS와 DX 부문 간, 메모리사업부와 DS 내 다른 사업부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는 점도 이것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사업만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 간 성과급 차이가 날 확률이 거의 없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잘 나가던 스마트폰 사업마저도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수익률 최저 3%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구매 수요가 크게 줄고 있는 TV는 말할 것도 없고 생활가전 사업도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성과급 제도를 변경한다면 DX(디바이스경험) 사업부는 0%를 가져갈 확률이 매우 높다.
사 측은 임금협상에서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의 경영성과 개선 시 최대 75% 성과급을 보장하는 안을 내놓으며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하지만 노조 요구안을 지난해 성과급 지급률에 대입할 경우, 기존에 연봉의 47%를 받았던 시스템LSI 및 파운드리 사업부 지급률은 11%로 급락한다. 다만, 메모리사업부가 위주로 돌아가는 노조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사 측이 큰 폭의 양보를 한 만큼 노조도 파업에서 한발 물러서 적극 검토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사 측은 무주택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5억원까지 지원하는 '주택 대부 제도' 신설도 약속했다. 금리도 연 1.5%라는 파격적인 저금리로 10년간 분할 상환이 가능하도록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첫째 30만 원, 둘째 50만원, 셋째 100만 원 수준이었던 출산 경조금을 각각 100만원, 200만원, 500만원으로 3~5배 늘리는 등 파격적 보상도 제시했다. 전 직원에게 자사주 20주와 100만원 상당 임직원 몰 포인트도 지급하기로 했다.
사 측은 '직원들이 잘살도록 돕겠다'는 의지를 내비쳤지만, 노조는 근시안적으로 눈앞에 보이는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사 측은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수준의 경영성과 달성 시 특별 포상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임직원 연봉 1억원 기준 1억6000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한 것도 주주들 사이에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성과급 기준을 변경할 경우, 주주들로부터 당장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고액 연봉 수령자인 삼성전자에서 이 같은 주장을 내세운 것에 국민들은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노조는 총파업을 진행해 삼성전자 반도체, 한국 경제에 문제를 야기하기보다 사 측에 더 진화된 요구안을 제시해 적극 협상하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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