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데일리]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이터센터 특별법’은 국내 AI 산업의 기반을 닦는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된다. 그동안 업계가 요구해 온 타임아웃제 도입, 전력계통 영향평가 면제, 시설물 설치 기준 완화 등이 법안에 담겼기 때문이다.
고질적인 규제 걸림돌을 걷어냈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AI 고속도로’ 구축과 방향을 같이하며, 대한민국 AI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릴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움이 남는다. 법안 최종 논의 과정에서 액화천연가스(LNG) 전력구매계약(PPA) 특례가 제외됐기 때문이다. PPA란 전력 사용자가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 발전사업자와 직접 전력을 거래하는 방식을 말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시대 개막과 함께 전력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업계가 LNG PPA에 사활을 건 이유는 분명하다. 당장 폭발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에 현재 재생에너지는 공급 안정성과 규모 양면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앞서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AIDC의 핵심은 전력 문제인 만큼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원안 통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기후부와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한 채 결국 특례 조항은 삭제됐다.
대신 과기정통부와 기후부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협력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다. 전력 공급의 중요성에 공감한다는 상징적 제스처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냉담하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MOU만으로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실질적인 해결책이 나올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 재생에너지 PPA만 가능했던 과거의 상황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 전력 부족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데이터센터 전력 수급의 범위를 재생에너지로만 한정하려는 움직임이다. 일각에서는 LNG PPA 특례 삭제에서 나아가, 데이터센터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실리를 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석유 메이저 쉐브론과 협력해 텍사스주 가스발전소로부터 전력을 구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구글 역시 텍사스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가스발전소 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탄소 중립 로드맵과의 긴장을 감수하면서까지 AI 패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들이 AI 경쟁력의 근간이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 확보’에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AI G3’ 도약을 국가적 목표로 내세웠다. 그러나 인프라 없는 목표는 구호에 그친다. 데이터센터는 AI 산업의 토대이자 K-AI가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기반이다.
결론은 이제 막 출발한 ‘AI 고속도로’에 벌써부터 방지턱이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환경이라는 가치와 산업 현실 사이에서 더 유연하고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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