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충청권 상장사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사례. 그래픽=김수연 기자.
충청권 상장사에서도 공시불이행과 공시번복, 공시변경 등 불성실공시 사례가 잇따르면서 지역 자본시장 신뢰를 높이기 위한 공시제도 개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추진하며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하고 있지만, 투자자 신뢰의 출발점인 공시부터 흔들리면 정책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국내 기업들이 지배구조와 주주환원에 대한 시장의 낮은 신뢰 등으로 해외 경쟁사보다 저평가되는 현상을 뜻한다.
8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KIND)을 통해 지난해 6월부터 지난달까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현황을 분석한 결과, 전국에서 134건이 적발됐고 이 중 충청권 상장사는 11건으로 집계됐다.
가장 많은 유형은 공시불이행이었다.
공시불이행은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중요 사항을 제때 공시하지 않거나 공정공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다.
대표이사 변경과 횡령·배임 사실, 자회사의 새 주식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 결정, 경영권 변경 계약, 수시공시 의무 사항 등이 뒤늦게 공시되거나 누락되면서 제재가 이뤄졌다.
최근 충청권에서는 한온시스템과 대원전선, 엔켐, 씨씨에스, 코나솔 등이 공시불이행 유형으로 지정됐다.
공시를 뒤집는 사례도 이어졌다.
공시번복은 이미 공시한 내용을 철회하거나 무효로 돌리는 경우다. 회사분할 결정 철회와 단일판매·공급계약 해지, 조건부 투자계약 해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나마이크론과 진시스템, 시스웍 등이 공시번복 유형으로 제재를 받았다.
공시 내용이 바뀌면서 제재를 받은 사례도 있었다. 공시변경은 최초 공시한 내용이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정도로 변경된 경우를 의미한다. 자기주식 취득 계획이나 전환사채 납입기일 변경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자화전자와 오에스피가 공시변경 유형으로 지정됐고, 소룩스는 공시번복과 공시변경이 함께 적용됐다.
위반 업종도 다양했다.
반도체와 2차전지, 자동차부품, 전선, 조명, 의료기기, 방송 등 다양한 업종에서 불성실공시 사례가 확인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가 모두 포함돼 특정 산업이나 특정 시장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었다.
전문가들은 공시가 투자자가 기업의 경영 상황과 주요 의사결정을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라고 말한다.
공시가 늦거나 번복되거나 변경되면 투자자는 정확한 정보를 제때 확인하지 못한 채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는 개별 기업 신뢰뿐 아니라 자본시장 전반의 신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기업이 공시를 성실하게 이행하도록 만드는 실효성 있는 제재와 유인 체계를 함께 갖추는 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출발점"이라며 "현재 공시 의무를 위반했을 때 제재 수준이 낮은지도 점검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과태료를 내고 말지’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지원 기자 Jiwons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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