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종수 울산개인택시기사
사계절 중에 가을은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결실의 계절로서 왠지 인간의 마음을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은 이 가을을 맞아 풍요를 노래하고 추석 보름을 명절로 정해 신께 정성껏 제물을 올리며 풍년을 기원했다. 그래서 명절을 맞이할 때마다 지역 인사(人士)들은 인사말로 '풍성한''풍요로운''넉넉한' 이런 한결같은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이것은 관행적인 말로써 지금까지 많이 익숙해져 왔기에 그냥 그러니 할 뿐이다.
그런데 이제 세대가 바뀌고 문화가 바뀐 시대를 살면서 이 표현들이 왠지 생뚱맞은 기분으로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은 산업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의 카테고리 속에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다. 누구나 똑같은 감성으로 받아 드리지 못하고 오해와 불만 썩인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누구는 대기업 정규직이고 누구는 비정규직이며,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사회적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사회적 약자들 앞에 한결같이 풍성한, 풍요로운, 넉넉한 등의 표현들은 좀 현실 정서에 맞지 않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자칫 서민층이나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빈축을 살 수 있고, 위화감을 조성하는 형식적인 말장난으로 여길 수도 있다. 자기들이 우리한테 보너스 한 푼이라도 손에 쥐여 주지도 않았으면서 풍성한 추석을 보내라는 헛소리 같은 말을 한다고 질책할지도 모른다. 하물며 코로나 팬데믹 때도 이런 표현들로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는데 인사말 한마디도 현실에 맞게 적절한 표현들이 아쉽기만 하다.
필자가 코로나 때 맞이했던 명절 인사에 어느 시의원한테 똑같은 관행적인 표현 말고 현실에 맞는 표현을 쓰면 좋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안전하고 건강한 명절 되십시오" 또는 "건강하고 화목한 추석 명절 되십시오" 하면 좋지 않을까 말이다. 그분도 충분히 공감하면서 맞는 말이라고 했다. 여기에 건강과 안전이란 표현은 백번 천번 들어도 당연한 말이고 화목이란 단어 속에는 웃음과 행복 그리고 가족 간의 화합과 정을 나눌 수 있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어 추석맞이 인사에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모든 인사말에는 격에 맞아야 참 의미를 줄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나 지인한테 면전에서 인사말로 '얼굴색이 안 좋아 보이네'라고 한다면 민망하고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요즘 많이 바쁜가 보네' '좀 피곤해 보인다'고 말하면 그런대로 변명의 여지를 줄 수 있다. 인간은 생각의 동물이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진심이 담겨 있지 않으면 반감을 살 수 있고 현실에 맞지 않는 말이나 표현은 오히려 빈축을 살 수 있다. 말은 격에 맞아야 하고 현실에 부합해야 진심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정치권에서도 때와 장소에 따라 말이 자주 바뀌면 그 지도자는 신뢰를 잃게 된다. TK 지역에 가서 그분을 존경한다고 한 말을 광주 호남 지역에 가서는 그 말을 참말인 줄 믿더라고 말했다면 누가 그의 말을 신뢰하겠는가. 지도자가 국민을 속이고 말 농간으로 지역 간 이간질해서야 되겠는가. 그래서 국민이 그 나라의 지도자를 뽑을 때 그의 말에 진심이 담겨 있는지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요즘 TV에 정치 시사 문제를 두고 패널들의 진실 공방이 치열하다. 국민이 바라볼 때 누가 옳은 말인지는 정의를 부정하고 진실을 왜곡하며 변명하는 자가 '범죄당' 소속임을 바로 알 수 있다.
듣기 좋은 말 속에는 거짓이 숨어있듯이 진실은 거짓의 외피를 벗어버린 모습 그대로 진심을 보여줘야 한다. 평소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인격을 말해주듯이 말에는 진심이 묻어나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진심의 말 한마디가 자신을 일깨우고 상대의 마음속에 믿음으로 영원히 담겨 있어야 할 것이다.
변종수 울산개인택시 기사
변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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