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울산 AI 데이터센터 출범 행사에 마련된 전시관에서 반도체 칩을 들여다 보고 있다. [사진: 청와대]
[디지털투데이 석대건 기자] 한국 반도체 수출이 분기 GDP 성장률을 끌어올린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는 추경 집행이 더해지며 모멘텀이 강화될 전망이다. 반도체 수출단가 상승 폭이 물량 회복 속도를 앞서고 있어, 설비투자와 내수의 동반 회복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한국 1분기 GDP는 전기 대비 1.7%, 전년 동기 대비 3.6% 성장했다. 시장 예상치인 전기비 0.9%를 대폭 상회한 수치이자, 2020년 3분기 이후 최고치다. 지출 항목별 기여도에서는 순수출이 1.1%포인트, 설비투자가 0.4%포인트로 성장을 견인했다.
특히 반도체 제조용 기계 투자가 늘면서 설비투자가 4.8% 증가했고, 반도체 등 IT 중심으로 수출이 5.1% 늘어난 결과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48.3% 증가한 861억달러로 사상 처음 800억달러를 넘어섰고, 반도체 수출은 328억달러로 151.4% 증가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2분기 들어 정부 기여가 더해지며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 1분기 GDP에서 정부 기여도는 0.0%포인트에 그쳤다. 추경이 4월부터 집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나증권은 추경 집행 시점별 시나리오에 따라 2026년 성장률 제고 효과가 0.208~0.288%포인트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2분기에 50%를 집행하는 조기 집행 시나리오에서 효과가 가장 큰 0.288%포인트로 나타났다. 결국 1분기를 견인한 반도체 모멘텀에 정부 재정 효과가 더해지면, 2분기는 1분기보다 강한 성장 동력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메모리 가격 흐름은 추경 효과를 뒷받침한다. 산업통상부 자료에 따르면 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1년 사이 1.35달러에서 13.0달러로 863% 올랐고, DDR5 16Gb는 4.25달러에서 31.0달러로 630%, 낸드 128Gb는 2.51달러에서 17.73달러로 605% 상승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4월 20일 기준 영업일 평균 메모리 반도체 수출 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23% 증가한 8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디램은 345% 늘어난 4억3000만달러, MCP는 106% 늘어난 2억7000만달러로 집계됐다.
하나증권은 2분기 중에도 메모리 업체들의 2분기 및 연간 실적 상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모바일 디램과 eSSD를 중심으로 예상보다 양호한 가격 형성이 포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은 "이번 사이클에서는 실적 상향 조정이 마무리되기 전까지 주가도 동행할 것"이라며 메모리와 소부장에 대한 비중확대를 추천했다.
삼성전자 HBM4 양산 출하 모습 [사진: 삼성전자]
◆변수보다 강한 구조적 힘, 반도체는 '사이클이 아닌 필수 인프라 수요'
물론 리스크는 있다. 하나증권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시 원유 수입이 급증하면서 순수출 기여도가 약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쟁 이후 한국 소비자심리가 3월과 4월 연속 하락한 점도 내수 회복 속도를 제약할 수 있는 요인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건설투자 회복이 지속되기 어려울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이러한 거시 하방 변수보다 반도체 산업 자체 구조적 변화가 더 강한 힘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TSMC는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AI를 다년간 이어지는 구조적 변화로 재규정하고 반도체가 사이클이 아닌 필수 인프라 수요로 전환 중임을 강조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빅테크의 공격적 투자다.
TSMC는 2026년 자본적지출(CAPEX) 가이던스를 전년 대비 40% 늘어난 520억~560억달러로 제시했고, 시장에서는 CoWoS 7·8공장 신설과 추가 팹 투자를 감안해 최대 7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ASML도 2026년 연간 매출 가이던스를 기존 365억유로에서 380억유로로 상향 조정했다. 한국향 장비 수요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분석으로, 글로벌 첨단 공정 투자가 한국 설비투자 회복과 맞닿아 있음을 보여준다.
빅테크 수직 계열화 흐름도 구조적 수요를 강화하는 요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메타는 브로드컴과 2나노 기반 차세대 커스텀 AI 칩 MTIA 대량 생산 계약을 체결했으며, 2026년 CAPEX를 최대 1350억달러로 제시했다.
유진투자증권은 "공급망 병목 해소와 빅테크의 공격적 투자로 반도체 핵심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기존 프레임 대비 장기화될 수 있다"며 첨단 공정과 차세대 패키징용 고부가 소재·장비를 공급하는 소부장 밸류체인에도 긍정적 모멘텀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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