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타임즈=김지호 기자] "중복상장 본질은 '지배력 레버리지'로 중복상장을 이를 극대화하는 구조입니다. 중복상장 구조 하에서 지배주주는 최소의 자본 투입만으로도 일반주주의 자본을 활용해 계열사를 확장하면서 이사회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일가의 SK하이닉스 지분율은 2~3%에 그치나 이사회 전부를 임명하고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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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16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을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에서 토론자로 참석해 "피라미드형 지배구조에서는 각 단계에서 30% 수준만 보유해도 최종적으로는 2~3% 실질 지분으로 전체 그룹을 지배할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SK그룹은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뒤 2015년에는 지주회사인 SK㈜와 SK C&C(현 SK AX)를 합병시키면서 지배구조를 단순화했다. 이에 따라 최 회장은 SK하이닉스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SK㈜만 17.90%를 보유 중이다. SK㈜는 SK하이닉스 최대주주(20.07%)인 SK스퀘어 지분을 32.14% 갖고 있다. 최 회장은 직접 지분 보유가 아닌 간접적으로 SK하이닉스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
이 대표는 "겉으로는 낮은 지분율이지만 실제로는 이사회 구조와 순환출자적 영향력으로 인해 사실상 전 그룹에 대한 통제권이 유지된다"며 "결국 이사회는 지배주주 중심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고, 일반주주는 구조적으로 의사결정에서 배제된다"고 지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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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것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핵심 구조 중 하나"라며 "중복상장은 원칙적으로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중복상장은 모회사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나현승 고려대학교 교수는 "2000~2024년 자회사 상장 261건 분석 결과, 기업공개(IPO) 이후 6개월 기준 모회사 주가는 평균 10.81%, 중앙값 기준 16.16% 하락했다"며 "상장 직전까지는 평균 8.94% 상승 흐름을 보이지만 상장 이후에는 하락으로 전환되는 구조가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단기 기대감 이후 가치 재평가 과정에서 구조적 할인 요인이 반영되는 결과"라며 "단기 기대감 이후 가치 재평가 과정에서 구조적 할인 요인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국내 중복상장 비중은 약 11~18% 수준으로, 미국 0.05~0.35%, 일본 4.0%, 중국 2.4%와 비교해도 매우 높은 수준"이라며 "글로벌 기준과 비교하면 비정상적으로 높은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규 중복상장의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이 필요하다"며 "일반주주의 과반결의를 도입하고 엄격한 기준에 근거한 상장심사와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측은 제도 실행 단계의 실무 기준을 보다 구체화했다. 거래소는 이날 세미나를 포함한 의견수렴 결과를 반영해 4월 중 거래소 '원칙 금지, 예외 허용'의 중복상장 심사규정안을 마련하고 개정예고를 실시할 계획이다. 상반기 중 개정 절차를 완료해 이르면 7월부터 새로운 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흥택 거래소 상무는 이날 발제에서 "중복상장 심사 과정에서는 단순한 형식적 요건 충족 여부가 아니라 실질적인 이해상충 해소 여부가 핵심이 될 것"이라며 "특히 모회사와 자회사 간 사업 연관성, 지배구조 독립성, 그리고 일반주주 보호 장치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중심으로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상장 자체의 타당성뿐 아니라, 해당 구조가 기존 주주들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종합적으로 판단할 계획"이라며 "형식적으로는 독립된 회사처럼 보이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지배주주 이익에 종속된 구조라면 허용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 "시장 신뢰 회복이 이번 제도 개선의 가장 중요한 목표"라며 "단순한 규제 강화가 아니라,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심사 체계를 정교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률적인 중복상장 금지는 자본시장 전반의 기업 성장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정책1본부장은 "중복상장 문제를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상충 구조로만 한정해 접근할 경우,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성장 경로 자체가 과도하게 위축될 수 있다"며 "자회사 상장은 단순한 분할이 아니라 사업 구조 재편과 자금조달, 투자 회수까지 연결되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가 지나치게 경직될 경우 기업들이 국내 시장 대신 해외 상장이나 비상장 구조를 선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사충실의 의무에 '중복상장 금지'라는 획일적 규제까지 더해지면, 소송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이사가 신사업 확대, 인수·합병(M&A) 등에 소극적 의사결정을 하면서 주주가치를 저하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자회사 해외 상장 시 모회사 이사에게 충실의무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사실상 자회사의 해외 상장을 제한해 자회사 성장에 따른 모회사 주주 이익 환원까지 원칙적으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중복상장 금지가 지주회사에 대한 역차별 규제라고 비판했다. 김 본부장은 "정부가 IMF 외환위기 이후 지배구조 투명성 제고를 위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유도했다"며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공정거래법상 상장 자회사는 30%, 비상장 자사회는 50%의 지븐율 보유할 의무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구조적 제약 속에서 지주회사 자금조달 및 투자 선순환 통로인 중복상장을 제한하는 것은 정부 권장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를 선택한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 규제"라고 강조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중복상장 제도개선을 의견수렴을 위한 공개 세미나'/사진=아시아타임즈
안상준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 은"중복상장을 일률적으로 제한할 경우 기업의 성장 전략에 상당한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기술기업이나 성장 단계 기업의 경우 자회사 상장이 중요한 자금 회수 및 성장 경로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부회장은 "벤처 생태계는 IPO와 M&A를 통한 투자 회수 구조가 핵심인데, 자회사 상장이 제한될 경우 회수 경로가 축소된다"며 "이는 결국 초기 투자 자체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방한철 한국투자증권 본부장은 "IPO는 기업 성장과 투자자 이익 공유에 중요한 수단으로 중복상장을 기업 밸류업 관점에서 재평가할 필요가 있다"며 "경쟁력 있는 기업의 중복상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부 정책에 따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기업과 M&A 회사들은 급격한 정책 변화에 큰 혼란을 겪고 있다"며 "시장별·규모별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영호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중복상장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회사마다 상황이 다르고 주주가치를 보호하는 데 하나의 정답이 있지 않아 기업이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축사를 통해 "그간 우리 자본시장에서 지배주주는 실질적 경영권을 유지하면서도 사업부문과 계열사를 확대하는 수단으로 중복상장을 쉽게 이용해 온 반면, 일반주주는 자회사 성장의 성과를 공정 하게 향유하지 못하고 주가 디스카운트를 감수했다는 비판이 있었다"며 "이제는 이러한 문제를 덮지 않고, 우리 자본시장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문화를 조성해 가기 위해 다 함께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상장의 이익이 소수에게 집중되는 비대칭적인 중복상장과전체 주주에게 공정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중복상장을 엄격히 구분해 심사할 것"이라며 "모회사 이사회가 중복상장이 주주에게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고 주주 보호방안을 마련하며 지속적으로 소통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세부적인 기준과 절차에 대해서는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고, 향후 제도 시행 이후에는 개별 심사 결과 도출되는 모범사례들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 보완해 나가며 기준의 구체성,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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