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자료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집권 2기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전략이 확 달라진다. 지지율 30%대 추락, 용혜인-김승원 개각 후폭풍,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의 비난, 야당의 전방위 공격 등 내우외환이 날로 확산되고 있는 터에, 이 대통령의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그 모든 변화의 초점은 떠나는 중도층을 달래 다시 끌어당기는 중도 노선을 통한 지지율 반등이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획기적인 대변화가 절실하다고 본다.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스타일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지난 8·30 개각을 보면, ‘승부수’라고 할 만큼 기존의 국정 방향과 확연히 달라졌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보수 통합에서 진보 통합으로의 전환이었다. 1기 개각 때는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이석연 국민통합위원장, 이혜훈 전 의원 등 보수 성향의 사람들을 발탁했다면, 이번 2기 개각 때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범진보 진영 사람들을 내각과 청와대에 배치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17 전당대회 과정에서 정청래 전 민주당 대표, 유시민 작가, 유튜버 김어준씨 등 친청(친정청래)계 사람들로부터 “코어(진보 진영의 본류)가 떠난다!”, “집토끼를 잡아라!” 등의 강한 압박을 받아왔고, 그들의 예측 아닌 예측대로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지자, 그들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짐작된다. 여권의 검찰개혁 라인이 더불어민주당 강성 개혁파로 통하는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서영교 국회 법사위원장-김의겸 법사위 간사로 이뤄진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8·30 개각, 우클릭에서 좌클릭으로…국면수습 위한 방어적 인사
확실히 8·30 개각은 기존의 우클릭에서 좌클릭으로, 기존의 온건파에서 강경파로 이동했다. 이를 고려하면 이번 개각은 국면 타개를 위한 공격적 인사라기보다 국면 수습을 위한 방어적 개각 측면이 더 강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집권 2년차 국정운영의 방향성을 좌클릭, 진보 진영 대연합, 강력한 검찰개혁·사법개혁 쪽으로 가겠다고 작심한 것일까? 실제로 개각 이후 민주당-조국혁신당의 합당작업이 빠르게 가시화되면서, 집권 1기의 중도 실용주의 노선, 또는 중보보수 노선이 집권 2기 들어 진보 개혁주의로 급선회한 모양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대단히 위험한 변화라고 본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3개월 전부터 계속 하락한 이유는, ‘코어’가 떠나가기 때문이 아니라 ‘코어’끼리 싸우는 것에 실망한 중도층이 떠나가기 때문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지금 코어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중도층을 붙잡는 쪽으로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역대 정부를 보면 대통령의 지지율이 빠르게 하락하는 요인은 어김없이 여권 핵심부의 권력투쟁, 즉 코어의 핵분열 때문이었다.
이 대통령은 발등에 떨어진 불을 볼 것이 아니라, 기존의 선언적인 중도실용주의에서 보다 강하고 성과 있는 중도실용주의로 국정운영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말로만 중도를 외칠 것이 아니라 세제개편, 부동산 정책, 중소상공인 지원, 검찰개혁, 여야 관계, 다음 총선을 위한 외연확장 등 모든 분야에서 중도 실용주의가 적용돼야 한다. 그렇게 해야 ‘코어 진보+온건 진보+온건 보수+중도층’의 대통합이 이뤄질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지난 1기 때처럼 지지율 고공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의 집권 2기 용인술, 즉 인사 스타일도 달라져야 한다. 첫 개각이 보수 탕평에, 2기 개각은 진보 탕평에 각각 방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보수·진보 탕평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번 8·30 개각 때도 평판 좋고 능력 있는 진보 정치인 1명 정도만 발탁하고, 다른 1~2명은 역시 평판 좋고 유능한 보수 정치인을 발탁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적자론의 핵심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지난 6·3 지방선거에 경남지사 후보로 출마해서 떨어졌는데, 그런 그를 또다시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으로 기용해 이대통령이 얻을 정치적 실익이나 중도효과가 있겠는가.
흔히 지지율 30%대를 심리적 마지노선이라고 한다. 이 대통령은 한때 60%대까지 치솟던 지지율이 하루아침에 30%대로 떨어지자 당황했는지 모르겠지만, 중도실용주의 노선과 정책만이 해답이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압력에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비장함이 필요하다. 바라건대 이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들이 곧잘 구사했던 사적 연고를 우선하는 정실인사나, 이념과 노선을 우선하는 코드인사의 유혹으로부터 벗어나, 유능함과 통합을 중시하는 실용 인사를 견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통치 스타일은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첫 번째로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똑똑한 대통령들이 선호하는 ‘직할통치’인데 국정을 직접 두루두루 챙기는 만기친람형이 해당한다. 두 번째로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상호 견제장치를 작동시키는 분할통치가 있고, 세 번째로 문재인 전 대통령처럼 중요한 권한을 이해찬 책임총리 같은 참모들에게 대폭 맡기는 위임통치 방식이 있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경기도지사-국회의원-당 대표'를 단계적으로 밟아 왔기 때문에 만기친람형, 즉 직할통치 방식에 익숙할 것이다.
실제로 지금 이 대통령의 주위를 보면, 당(김민석 대표), 정(한성숙 국무총리), 청(강훈식 비서실장) 트리오가 모두 대통령과 원만하게 통하는 ‘이재명맨’들이어서 집권 1기 때보다 직할통치를 하기가 더 용이한 시스템이다. 직할통치 방식은 똑똑한 대통령의 개인기로 인해 단기간에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정책적 과부하가 걸릴 수 있고, 모든 책임과 공격이 대통령 1인에게 집중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이 대통령은 앞으로 핵심 의제만 직할통치 방식을 사용하돼, 분할통치와 위임통치 방식을 좀 더 폭넓게 병행하기 바란다. 예컨대, 부동산 정책을 대통령이 계속 진두지휘하면 정치적 부담을 몽땅 감당해야할 위험성이 높아진다.
‘이재명 리더십’ 하면 금방 떠오르는 것이 ‘시원한 사이다’가 아닐까? 계곡정비처럼 복잡하고 골치 아픈 문제를 단순화시켜 빠르게 해결하는 ‘사이다 리더십’ 말이다. 대기업 총수들과 함께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해외순방 기간에 샌프란시스코 선언을 하는 장면, 곧이어 광주 상무대 부지를 마련토록 지시하는 모습을 보면, 대통령의 ‘사이다 추진력’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민생치안을 책임지는 경찰청장이 2024년 12월 비상계엄사태로 공석이 된 이후 9월 현재까지 무려 1년 3개월째 공석인 이유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지난 7월 ‘장윤기 사건’에 이어 8월 ‘장미란 사건’ 처리 과정에서 보여준 경찰의 무능력함의 극치는 경찰청장 부재에 대한 책임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아무리 사심을 품고 자기 고집을 피운다고 해도 대법관 제청문제가 6개월째 지연되고 있는 상황도 쉽게 납득할 수 있을까? 만약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겠다고 할 경우, 대법관 제청은 다시 2개월 이상 미뤄지게 될 판이다. 또 현재 대한민국은 ‘용혜인 정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나라가 시끄럽고, 대통령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한데, 이 문제를 언제까지 끌고 갈 것인가. 9월 24일 추석연휴 직전으로 예정된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여론추이를 두고 볼 참인가? 이 대통령은 집권 2년차에는 ‘사안별 사이다 리더십’에서 ‘전방위 사이다 리더십’으로 전환해야 한다. 목마른 중도층은 지금 시원한 사이다를 갈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비서실장이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지율 하락 요인은 ‘코어’ 이탈 아닌 명·청 갈등
이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언론보도가 멈추지 않고 있다. 30%대 중반까지 추락했다는 얘기는 더 이상 뉴스가 아니고, 여론조사마다 취임 후 최저치라는 보도가 잇따른다. 여기서 궁금한 것은 이 대통령과 청와대는 지지율 하락이 멈추지 않은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하는 점이다.
진단이 정확해야 해법이 정확하다. 단언컨대, 지지율 하락 요인은 부동산 민심 때문이 아니라, 8·17 전당대회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있는 ‘명·청 갈등’ 때문이라고 본다. 유튜브를 비롯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세상을 잠깐만 들여다보면, 매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김민석 민주당 대표 쪽 사람들은 정청래 전 대표쪽 사람들을 향해, 정청래 전 대표쪽 사람들은 김민석 대표쪽 사람들을 향해 정말 독하게 온갖 비판과 비난의 화살을 퍼붓고 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코어’끼리, 진보 핵심끼리, 민주당 지지자들끼리 이렇게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데, 중도층이 그들을 떠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이런 와중에 조국 원장은 범여권 통합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평택을 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앙심 때문인지, 이 대통령을 향해 ‘퇴임 후 유죄 판결’ 운운하며 악담을 퍼부어, 며칠째 범여권을 들쑤셔 놨다. 그런가 하면, 김민석 대표가 작심하고 리모델링해서 지난 1일 첫 방송을 내보낸 당내 유튜브 방송인 ‘민주당TV’와 진보 성향 유튜버 김어준씨가 운영 중인 ‘뉴스공장’은 치열한 ‘유튜브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러고 보면 이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 왔던 ‘문조털래유(문재인·조국·김어준·정청래·유시민을 이르는 멸칭)’ 세력이 8·17 전당대회 이후에도 여전히 건재한 느낌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대통령 정무특보가 되고, 조국 원장과 김어준씨가 여전히 이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게다가 우연인지, 필연인지 친청계인 최민희 최고위원이 용혜인 의원을 옹호하고 나선 반면, 친명(친이재명)계인 박선원 최고위원, 송영길·이광재 의원은 용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명·청 갈등이 봉합은커녕 제2라운드에 돌입한 느낌이다. 집권 2년차에 접어든 이 대통령은 당내 화합이나 통합 노력 차원을 뛰어넘어 훨씬 더 정교하고 체계적이며 냉철한 통합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집권 2기에 가장 염두에 둬야 할 또 다른 팁을 제시한다면, 화법의 변화라고 강조하고 싶다. 이 대통령은 속 시원한 직설 화법이 주특기지만, 앞으로는 좀 더 진중하고 준비된 감성화법을 구사하면 어떨까. 예컨대, 즉각적인 SNS 메시지는 최소화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발언은 자제하는 것이다. 대신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서민들과 중소상공인, 자영업자, 2030 젊은층들의 마음에 와닿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발언을 좀 더 자주 했으면 좋겠다. 골프도 심리고, 부동산도 심리라고 하지 않던가?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국민의 심리를 정확히 간파하고 그에 알맞은 감성적 메시지를 곧잘 냈기 때문에 재선에 성공했고, 8년 내내 높은 지지율을 유지할 수 있었음을 깊이 참고했으면 한다.
변화는 기존의 것을 바꾸는 것보다 기존의 것을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진짜 변화다. 이 대통령은 문제는 코어가 아니라 중도라는 믿음을 갖고 중도층의 재유입을 위해 중도인사, 중도정책, 중도통합 등 기존의 중도실용주의적 국정운영 방식을 보다 넓고 강하게 구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직할통치에서 분할통치로, 직접 화법에서 감성화법으로 전환해서 국정운영의 에너지와 동력을 확보하기 바란다.
※ 외부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 weeklyhk@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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