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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최영준의 열린 시선] 미국과 이란 전쟁 읽어내기

한국은 이미 반도체 수출 통제를 통해 공급망 재편과 정책 리스크를 경험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에너지, 핵심 광물, 물류 경로가 결합된 복합적...

[최영준의 열린 시선] 미국과 이란 전쟁 읽어내기

미국과 이란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뒤 협상 가능성이 거론되자, 이번에도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라는 반응이 뒤따랐다. 위기를 키우다 결국 물러선다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익숙한 조롱이다. 이 프레임은 직관적이고 재미있지만 우리는 질문하고 확인할 것이 있다. 과연 ‘겁을 먹고 물러나는’ 지도자가 반복적으로 국제 질서를 흔들 수 있는가이다. 반복된다는 것은 전략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실제적으로 트럼프는 겉으로는 후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미국의 전략적 이익을 축적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TACO로 보이는 현상이 아니라 그 이면의 구조적 목표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현재 국제정세의 핵심 축은 미국과 중국의 경쟁이다. 역사적으로 냉전시대를 지났기에 두 강대국의 경쟁은 익숙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나라의 경쟁은 냉전 시기와 환경이 다르다. 냉전시대에는 자국의 이념이나 체제를 견고하게 구축하기 위해 서로 분리되어 경쟁했었다. 하지만 지금 미국과 중국은 깊이 얽힌 경제 구조 속에서 경쟁하고 있다. 두 나라는 서로를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상대를 억제하거나 제어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와같은 전략의 틀에서 기술과 핵심광물 그리고 에너지는 중요한 변수로 활용되고 있다. 이미 중국은 희토류 생산을 독점하며 미국과 일본을 비롯하여 세계 각국의 행동을 제어하고 유리한 협상을 이끌어내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아직 에너지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나 중국은 미국의 패권에 대항하는 국가들인 러시아, 콜롬비아와 이란을 통해 에너지를 확보해 왔다. 이 형국은 미국으로서 그냥 둘 수는 없는 것이다. 희토류로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미국의 제재로 반사이익을 누리는 중국을 미국은 그냥 둘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은 미국이 중국을 통제할 수 있는 핵심 공간이 될 수 있다. 중국은 원유 수입을 다변화해 왔지만 아직도 중동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중동산 원유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인도양과 말라카 해협을 거쳐 남중국해로 이어지는 경로를 따라 중국으로 유입된다. 만약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실효적 통제력을 확보한다면, 이는 단순한 해상 통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중국의 에너지 공급망을 제어함으로써 전략적 압박 수단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과 이란 간 긴장은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미·중 경쟁이 에너지와 공급망 질서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혀야 한다. 전쟁 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형성되는 불확실성과 규칙의 변화가 더욱 중요한 전략적 변수다.

이러한 구조적 불확실성은 한국 경제에도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 한국은 이미 반도체 수출 통제를 통해 공급망 재편과 정책 리스크를 경험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에너지, 핵심 광물, 물류 경로가 결합된 복합적 경쟁이 전개되는 환경에서, 기존의 개별 산업 중심 대응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변화하는 국제 경제 질서 속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기회를 선점할 수 있는 통합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이제 우리의 관점을 변화시켜야 할 때이다.

최영준 경희대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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