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회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전대미문의 ‘오심 사태’가 터졌다. 이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인 허인회의 억울함은 말할 것도 없고, 다른 선수들도 공정성에 의구심을 품게 된 데다, 한국 골프계의 품격까지 떨어졌다.
매경오픈 허인회 OB 논란
사태의 발단은 지난 5월 2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컨트리클럽(파71)에서 열린 제45회 GS칼텍스 매경오픈 골프대회(총상금 13억 원) 3라운드 7번 홀이었다. 당시 허인회가 친 티샷이 OB 구역으로 향했고, 이후 경기위원 지시에 따라 잠정구를 쳐 파를 기록했다.
하지만 원구의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기 전 경기진행을 보조하던 포어캐디가 공을 줍는 바람에 OB인지 인바운드인지 확인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몇몇 갤러리가 인바운드였다고 주장하는 등 상황이 복잡해졌고, 결국 30분가량 지연 끝에 경기위원이 개입하여 허인회가 벌타 없이 경기를 이어가도록 했다.
이 결과에 다른 선수들이 페널티 없이 ‘멀리건’ 형식으로 잠정구를 치게 한 판정을 문제 삼기도 했다. 하지만 허인회가 직접 OB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고, 정보는 엇갈렸으니, 선수에게 유리하게 판정한 게 잘못이라 하기는 어려웠다. 여기서 끝났어도 포어 캐디나 주최 측의 실수는 지적받을지언정, 지금처럼 사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번복된 판정
문제는 최종 라운드가 끝난 뒤였다. 당시 허인회는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7개를 몰아치며 4라운드 합계 11언더파 273타를 기록했다. 이 성적대로라면 연장전에 돌입하여 끝까지 우승 경쟁을 벌일 수 있었다. 그런데 4라운드 종료 직후, 연장전을 준비하던 허인회는 전날 3라운드 7번 홀에서 친 파가 이중 보기로 수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2벌타를 받은 그는 연장전을 뛸 수 없게 되었다.
분명 ‘파’로 명확히 기록된 허인회의 7번홀 성적은 왜 연장 직전에야 ‘더블 보기’로 떨어졌을까. 경기를 주관하는 대한골프협회(KGA) 측은 뒤늦게 공이 OB 구역에 떨어졌다는 새로운 증언이 나왔고, 이를 바탕으로 당시 상황을 종합한 결과 허인회의 성적을 수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때늦은 조치는 당연히 논란으로 이어졌다. 무엇보다 가장 큰 피해자가 된 허인회 측이 격렬히 항의했지만, 대회는 속행되었고, 결국 허인회는 공동 3위로 대회를 마감해야 했다.
판정 번복의 후폭풍
선수들은 이번 사태에 책임이 없다. 허인회는 본인 눈으로 OB 여부를 확인하기 전 포어캐디가 공을 주워버렸으니 OB 여부에 대해 문의하고 항의한 게 잘못이라 할 수 없다. 다른 선수들이 멀리건 판정에 항의한 것도 잘못은 아니다. OB인데도 벌타 없이 멀리건 판정을 주었다면 허인회를 제외한 다른 선수 모두가 피해를 본 셈이니 말이다.
사실 멀리건 판정부터가 문제의 소지가 컸다. 공식 대회에서 스트로크 취소는 극히 불가항력이고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나오는 법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포어캐디가 제대로 확인하기 전 임의로 공을 주웠다는 어이없는 실수로 멀리건 판정이 내려졌다. 프로 대회에서 이런 초보적인 실수로 논란의 여지가 큰 판정이 나온 것만으로도 큰 문제다.
게다가 판정 논란에 이은 판정 번복이 사태를 더욱 키웠다. 마지막 라운드 시작도 아니고, 라운드가 끝나고 허인회가 연장전에 도전하기 직전에야 경기위원회는 뒤늦게 새로운 증언이 확보되었다며 판정을 번복했다. 공동 1위로 연장전을 준비하다 2벌타로 순위가 내려간 허인회 측은 강력하게 항의했지만, 번복된 판정을 뒤집지 못했다.
KGA의 공식 입장 발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지자, GA는 5월 4일 공식 입장문을 내놓았다. KGA는 “3라운드 7번홀 허인회 선수의 원구를 아웃오브바운즈(OB)라고 최종 판단했다” 라면서, 포어 캐디, 동반자 캐디, 방송 관계자, 현장 레프리 2인 등이 모두 OB임을 직접 보았거나 정황상 OB로 판단했음을 근거로 OB라 결론 내렸음을 밝혔다. 또 프로비저널볼로 인플레이를 시키고, 더블보기가 아닌 파로 스코어를 기록한 점. 최종 4라운드 경기 중 선수에게 OB 결론을 알리지 않은 점. 공지 및 안내가 늦은 점 등은 실수임을 인정했다.
비록 KGA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다. 이번 사태의 시발점부터 판정 번복까지 문제가 아닌 게 없고, 그 번복도 너무 늦었다. 하다못해 최종 라운드가 시작될 때 번복했다면 4라운드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을 테고, 피해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 번 내려진 판정을 번복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라운드가 다 끝난 뒤에야 통보하는 최악의 진행은 허인회를 이 사태 최대 피해자로, 다른 선수들까지 피해자로 만들었다. 공을 친 건 선수이나, 책임은 오롯이 KGA에 물어야 한다.
KGA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해외 언론도 이번 사태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골프매체인 골프위크는 아시안 투어의 황당한 판정으로 골퍼가 하루 뒤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고 보도했고, 골프매직도 매경 오픈은 우승자보다 규칙 논란으로 더 많이 기억될 것이라고 했다. 또 X(구 트위터)에서도 ‘공이 아웃 오브 바운즈로 나간 일, 여러 차례의 고함치는 논쟁, 멀리건, 그리고 혼란이 뒤따른 기상천외한 이야기’(Monday Q Info), ‘이번 주말 아시안 투어/KGA 매경 오픈에서 미친 규칙 이야기 하나가 벌어졌습니다.’(Flushing It) 등 해외 유명 골프 계정들의 트윗이 이어졌다. 그야말로 국제적 망신이다.
KGA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기 운영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위해 사고 수습 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 매뉴얼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그야말로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지만, 그럼에도 외양간은 반드시 튼튼하게 고쳐야 한다. 두 번 다시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반복되어선 안 될 것이다.
GJ 글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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