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9월 6일 공화당 대선 후보 당시 뉴욕 트럼프 타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관세 중심의 경제전쟁 전략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과 이란이 각각 희토류 공급과 호르무즈 해협이라는 '초크포인트(chokepoint)'를 활용해 미국에 맞서면서, 글로벌 경제전쟁의 핵심 수단이 관세에서 공급망 통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최근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지만, 중국은 전기차·항공우주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자석 수출을 제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그 결과 양국은 무역 갈등 완화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중동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났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 이후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대응했고, 국제 유가와 항공유·비료 가격이 급등했다. 결국 미국과 이란은 휴전에 합의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응이 '초크포인트 전략'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분석한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제재 정책을 담당했던 에드워드 피시먼은 초크포인트의 조건으로 △시장 지배력 △단기 대체재 부족 △비대칭적 피해 효과를 제시한다. 즉 특정 자원을 통제해 상대방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자석 생산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호르무즈 해협은 글로벌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해상 요충지다. 미국처럼 경제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특정 자원이나 경로를 장악하면 강력한 협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반면 관세는 이러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세계 수입 비중은 약 13% 수준에 불과해, 상대국이 다른 시장으로 수출을 전환할 여지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의 대미 수출은 감소했지만, 제3국 수출 증가로 이를 상당 부분 상쇄했다.
경제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또 다른 변수는 '동맹'이다. 경제학자 벤 베이글과 스티븐 브룩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미국 기업이 창출한 전 세계 이익은 38%, 동맹국까지 포함하면 73%에 달한다. 반면 중국은 16% 수준에 그쳤다. 첨단 기술 분야에서는 격차가 더욱 커 미국과 동맹국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는 미국이 동맹과 협력해 기술·금융·시장 접근을 제한할 경우 중국에 훨씬 큰 압박을 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유럽을 상대로 관세 압박을 가하고 러시아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등 동맹과의 협력을 약화시키는 정책을 펼쳐 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전략이 오히려 미국의 초크포인트 활용 능력을 떨어뜨렸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미국은 이에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초크포인트 전략 역시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정 자원이 무기화될 경우, 상대국들은 대체 공급망 구축에 나서기 때문이다. 유럽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대체했고, 중국은 반도체 자립을 추진 중이다.
결국 글로벌 경제전쟁은 단기적으로는 초크포인트 확보 경쟁,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 경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 중동 국가 간 전략적 충돌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제안보를 둘러싼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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