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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점] 美 통상 압박 고조…韓, '투자·현지화' 투트랙으로 돌파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차세대 반도체 생산 거점을 구축하며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노리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추진하며 AI 수요 대응 체계를...

[초점] 美 통상 압박 고조…韓, '투자·현지화' 투트랙으로 돌파

[뉴시안= 이태영 기자]미국의 통상 압박이 관세를 넘어 공급망·투자 규제로 확장되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산업계가 ‘대미 투자 확대’와 ‘현지 생산 강화’라는 이중 전략으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단순한 무역 분쟁을 넘어 경제안보 차원의 재편 흐름 속에서 한국 역시 구조적 대응에 들어간 모습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상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착수하면서 통상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해당 제도는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유로 추가 관세나 수입 제한, 투자 규제까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미셸 마틴 아일랜드 총리가 17일(현지 시간) '성 패트릭 데이'를 맞아 백악관 집무실에서 아일랜드 국화인 세 잎 클로버(샴록, Shamrock)가 담긴 화분을 사이에 두고 회담하고 있다. [워싱턴=AP/뉴시스]

특히 이번 조사는 과잉생산과 강제노동 문제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어, 특정 산업이 아닌 제조업 전반을 포괄하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자동차·기계·철강·석유화학 등 한국의 대미 흑자 핵심 업종이 주요 타깃으로 지목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관세 부과에 그치지 않고 ▲현지 생산 확대 ▲공급망 재편 ▲조달 구조 점검 등 비관세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철강과 석유화학은 ‘공급 과잉’ 논리가 적용되기 쉬운 분야로, 추가 압박 가능성이 높은 영역으로 꼽힌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대규모 대미 투자 계획을 전면에 내세웠다. 총 35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이행을 위한 전담 기구 설립을 추진하며, 조선·반도체·에너지·AI·핵심광물 등 전략 산업을 중심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이 가운데 약 1500억달러는 조선업에 집중 투입되고, 나머지는 경제·안보 협력 분야에 배분될 예정이다. 단순한 수출 확대가 아니라, 미국 내 산업 생태계와 직접 연결되는 방식으로 통상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이러한 투자가 미국 제조업 회복과 고용 창출에도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협상 논리로 활용할 방침이다.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핵심은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한 리스크 최소화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에 차세대 반도체 생산 거점을 구축하며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역할을 노리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고대역폭 메모리(HBM) 패키징 공장을 추진하며 AI 수요 대응 체계를 강화 중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대폭 확대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전기차 전용 공장을 포함한 생산 거점 확장을 통해 향후 미국 판매 물량의 대부분을 현지에서 조달하겠다는 목표다.

배터리 업계도 북미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합작법인 설립과 생산라인 전환 등을 통해 에너지저장장치(ESS) 및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며 현지 공급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통상 갈등을 단기적인 무역 분쟁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미국이 공급망 안정성과 자국 산업 보호를 동시에 추진하는 만큼, 단순한 수출 전략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반도체와 자동차처럼 미국 내 투자와 고용 효과가 큰 산업은 직접적인 관세보다는 조건부 협상 압박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이번 통상 이슈는 ‘얼마를 수출하느냐’가 아니라 ‘어디서 생산하고 어떻게 공급망을 구성하느냐’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 기업들 역시 글로벌 생산 전략과 조달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양준환 뉴시안 경제산업 전문위원 은 "대미 투자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대응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관세를 피하기 위한 단기 전략을 넘어, 한·미 경제 협력 구조 자체를 재편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특히 "미국의 통상 압박이 지속될 경우, 한국은 투자와 공급망 협력을 기반으로 한 ‘경제안보 동맹’ 강화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며 "동시에 산업계는 불확실성 확대 속에서 비용 부담과 전략 재편이라는 이중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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