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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점] K반도체 슈퍼호황, 성장 속도 추월한 '분배 갈등'

[사진=뉴시안] [뉴시안= 이태영 기자]"이제는 기술 경쟁을 넘어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가 산업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나오는 이 같은 말처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이 수익...

[초점] K반도체 슈퍼호황, 성장 속도 추월한 '분배 갈등'

23일 오후 2시경 삼성전자 경기 평택 캠퍼스 인근에서 열린 노동조합의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조원들 머리 위로 플래카드가 지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안]

[뉴시안= 이태영 기자]“이제는 기술 경쟁을 넘어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가 산업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 나오는 이 같은 말처럼,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이 수익 확대와 동시에 분배 갈등을 동반하는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성과를 냈다. 그러나 기록적인 실적 뒤에서는 임금·성과급을 둘러싼 내부 갈등과 주주 환원 압력 등 ‘이익 분배 논쟁’이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1분기 ‘사상 최대 실적’

SK하이닉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2조5763억원, 영업이익 37조6103억원을 기록했다고 23일 공시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98.1%, 405.5%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70%를 웃도는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TSMC와 주요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수익성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다.

앞서 삼성전자도 1분기 매출 133조원, 영업이익 57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기업 기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양사의 1분기 영업이익을 합산하면 약 95조원 규모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이다. 이는 글로벌 주요 빅테크 기업과 비교해도 상위권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 AI 수요가 만든 ‘구조적 슈퍼사이클’

실적 급증의 배경에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구축에 공격적으로 나서면서 서버용 D램, 고성능 SSD,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전 영역에서 수요가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는 AI 반도체 시장의 핵심으로 자리잡으며 수요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HBM이 AI 연산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부품인 만큼, 수년간 공급 부족 구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실적 발표에서 현재의 메모리 시장 상황을 “AI 기술 진화에 따른 구조적 변화”로 평가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고객사들이 가격보다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는 구조로 바뀌면서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HBM을 포함한 고성능 메모리 수요는 생산 능력을 상회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2시경 삼성전자 경기 평택 캠퍼스 인근에서 열린 노동조합의 대규모 투쟁 결의대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이 자리에 앉아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안]

# ‘500조 이익 전망’…기록적 호황 이어질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합산 규모가 5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는 AI 인프라 확산이 단기 사이클이 아닌 장기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과 맞닿아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HBM4 등 차세대 제품을 중심으로 3년 이상 장기 수요가 이어지고 있으며, 주요 고객사들은 공급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두 회사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에 탑재되는 HBM4 공급망 핵심 파트너로 자리잡으며 글로벌 공급망 내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 이익은 늘었지만…분배 갈등도 확대

기록적인 실적에도 불구하고 기업 내부에서는 이익 분배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는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보장하는 제도화를 요구하며, 파업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있다.

노조는 최근 평택 사업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성과에 걸맞은 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사측은 기존 성과급 체계를 보완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노조와의 입장 차이는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노조 측은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생산 차질과 함께 상당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 SK하이닉스는 ‘주주 환원 압박’

SK하이닉스는 또 다른 형태의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순현금 확대와 투자 여력 증가에 따라 주주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배당뿐 아니라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다양한 주주 환원 방안을 검토 중이며, 연내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 규모가 커진 만큼 이해관계자 간 분배 구조를 둘러싼 논의도 구조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AI 시대, 성장과 갈등 동시에 커지는 산업”

업계에서는 이번 반도체 호황을 단순한 업황 사이클로 보지 않고 있다. AI 기반 수요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만큼 실적 확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동시에 노동·주주·투자 간 이익 배분 구조를 둘러싼 논쟁도 함께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반도체 산업은 성장과 갈등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라며 “이익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익을 어떻게 나누고 유지하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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