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회

[초단편소설] "진짜 '행운'을 7770원에 판다는 거야?"

유튜브와 인스타 등에 뜬 이 광고를 눌러보면 자동으로 그 말이 튀어나온다.

[초단편소설] "진짜 '행운'을 7770원에 판다는 거야?"

[디지털감성 작가 김동식 ‘초단편 소설’ ⑧]

행운 공장

[단돈 7770원에 행운을 구독하세요! ]

유튜브와 인스타 등에 뜬 이 광고를 눌러보면 자동으로 그 말이 튀어나온다.

“그래서 뭘 파는 건데?”

보통 ‘7770원의 행운’이란 문구를 보면 당연히 파격적인 가격의 상품을 상상한다. 그러나 아무리 광고 페이지를 뒤져도 상품은 없다. 그러다 정체를 알게 된 순간, 누구나 헛웃음이 터진다.

“뭐? 행운 구독제? 말 그대로, 진짜 ‘행운’을 7770원에 판다는 거야?”

[ 7770원을 내고 구독하시면, 당신의 행운이 좋아집니다! ]

이게 뭔 개소리인가? 그러니까 회사는 돈만 받고, 물질적으로 그 어떤 것도 주지 않겠다는 말이 아닌가?

“기술이 발전하며 세상에 별것이 다 나온다지만, 이런 돌아이 같은 회사도 다 나오네.”

당연하게도 여론은 좋지 않았다. 남의 돈을 날로 먹으려 드는 그런 심보가 몹시 괘웸했으니까. 보나 마나 몹시 얄팍한 인간이 ‘난 정말 기발해!’ 하며 내놓은 사업일 게 뻔하니까. 다만 의문은 이 마케팅 비용이 어디서 났느냐다. 여기저기서 저 광고가 나올 정도로 공격적인 마케팅이라면 수억원은 들 텐데?

그 의문을 해소해 줄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행운 구독 창업 멤버가 누군지 알아? 강남호래! ‘바이럴프리’ 어플 팔아서 오백억 엑시트한 그 양반!”

“백장완도 창업 멤버라던데? 미팅 앱 1위 창업자 말이야!”

“삼전 전 임원도 참여했다는데?”

뜨내기가 아니라, 그 유명한 이들이 창업했다고? 모르긴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저들은 이게 돈이 될 거로 생각했다는 거 아니야. 대한민국에 저들만큼 돈 잘 버는 감각을 갖춘 사람이 없는데. ”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당연히 이 어플이 망할 거로 생각했다. 바보도 아니고, 돈 내고 행운을 구독할 사람이 있겠는가? 놀랍게도, 있었다. 7770원을 내고 행운을 구독한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거다.

“재미 삼아 한 번 사봤어. 혹시 모르잖아.”

재미 삼아? 뭐, 그럴 수 있다.

“자~ 구독자 여러분. 제가 오늘 뭘 구독했는지 아십니까? 행운을 구독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게임 무조건 잘 된다!”

방송인이 콘텐츠용으로? 그럴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인스타에 한 번 올리기에 재밌을 것 같아서… ‘올해의 멍청 소비ㅋㅋㅋ’ 하면서요.”

인스타용? 그럴 수 있다.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건, ‘진심’ 구독이다.

“아무 이유 없이 행운을 팔겠다고 하겠어요? 뭐라도 있으니까 저렇게 당당하게 파는 거겠죠 뭐.”

실제로 행운 구독 서비스를 ‘믿는’ 마음으로 구독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대중은 그런 이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저걸 믿는다는 건 지능 문제 아니냐? ” “이야. 이래서 옛날에 봉이 김선달이 떼돈을 벌었구나. 저걸 사주네.”

그렇지만 회사는 나름의 근거를 제시했다. 그들의 행운 구독 어플을 깔면, 행운을 송출하는 시스템을 설명했다.

[ 저희 ‘행운 공장’에서 실시간으로 제작한 행운을 구독자분들께 전송하고 있습니다. 행운의 제작 과정은 어플 상단의 제작소 탭을 누르면 실시간으로 관찰하실 수 있습니다. ]

실제 그 ‘행운 공장’ 동영상들은 놀랍고 웃겼다. 한 동영상은 기다란 컨베이어 벨트 앞에 무속인들이 일렬로 앉아 있었는데, 각자 중얼중얼하면서 벨트 위로 지나가는 부적에 뭔가를 부여하는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벨트 끝에 다다른 부적은 ‘신성한 솥’이라는 곳에서 불타올랐고, 그 솥 위에 안테나가 삐죽 튀어나와 한 방향으로 행운을 송출하는 연출이다.

다른 동영상은 비닐하우스 재배실인데, 품목은 무수히 많은 ‘클로버’다. 쭈그려 앉은 직원들이 네잎클로버를 찾아 커다란 절구에 넣고 찧는다. 네잎클로버가 짓이겨지며 폭발하는 행운을 위쪽의 환풍구가 빨아들이는 연출이다.

또 다른 동영상은 잡동사니로 가득한 커다란 방인데, 자세히 보면 그 잡동사니는 모두 행운을 상징하는 물건들이다. 복주머니, 일본의 복 고양이 인형 ‘마네키네코’, 인도코끼리 석상, 황금 말편자, 2달러 지폐 등. 그 안에 오망성 모양으로 책상을 두고 앉은 직원들이 무표정하게 뭔가를 계속 굴리고 있는데, 줌인하면 주사위다. 세 개의 주사위를 굴려서 똑같은 숫자 셋이 뜰 경우 직원은 손을 들고, 관리자가 와서 사진을 찍어 간다. 이 행위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다.

이런 동영상들을 확인한 사람들로부터 어이없는 감탄이 터진다. 그 행위 자체도 그렇지만, 실제로 직원을 고용하는 정식 회사라는 점이 황당한 거다.

“직원을 더 모집 중이라고? ‘행운 생산직’ 공고는 상상도 못 했다. 무속인 자격이 있어야 가능한가?”

“쇼도 이 정도로 하면 진짜 인정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 진짜로 행운 공장 같은 걸 돌릴 줄은 상상도 못 했네.”

어처구니가 없는 근거일지라도 근거는 근거다. 반쯤 믿고 구독한 이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났고, 무엇보다 그들을 통한 간증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나 이번에 마트 경품 당첨됐잖아. 살면서 이런 거 된 적 한 번도 없는데, 이거 진짜 행운 구독 효과인가?”

“진짜 거짓말 안 하고, 옥상에서 떨어진 화분이 귀 옆 1센티미터 차이로 떨어졌다니까? 죽을 뻔했어, 나! 행운 서비스 구독해서 목숨이라도 구한 거 아니겠냐 진짜 와.”

“나 살면서 번따 성공한 적이 없는데,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게 바로 행운 구독의 힘인가?”

그러는 와중에 가장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로또 1등 당첨자가 인터뷰에서 뜬금없이 말해버린 거다.

“아참! 근데 저… 행운 구독하고 있습니다.” “행운이요? 아! 혹시 행운 구독 서비스요?”

“예. 꼭 그거 때문인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덕분에 인생 역전한 것 같아 기분이 좋네요.”

행운 서비스 구독자가 로또 1등에 당첨되었다? 이보다 더 큰 뉴스거리는 없다. 물 들어온 김에 노를 저른다고, 회사도 바로 공식 발표를 했다.

[ 로또 1등 당첨에는 역시 우리 행운 구독 서비스입니다! 행운 구독과 함께하세요! 로또 한 장 값이 5000원인데, 행운 구독 비용 7770원이 아깝습니까? 한 달에 로또 한 장 산다고 생각하면 그리 아깝지 않은 금액입니다! ]

실제로 이 사건 이후 서비스 가입자가 급속도로 늘어났다. 그 효과가 너무나도 크니, 당연하게도 날카로운 지적이 나왔다.

“내 생각에 그 1등 당첨자 섭외된 거다. 마케팅 비용으로 수십억씩 쓰는 회사잖아. 당첨자에게 엄청난 돈을 제시할 수 있지. 아니면 애초에 당첨 복권을 구해주는 조건이었을 수도 있고.”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중요한 건 행운 구독 서비스가 성공 중이라는 점이다.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봉이 김선달이냐며 욕먹던 서비스가 대성공할 것 같다니? 이따위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할 거라는 걸 그 누가 예상했을까?

“플라세보 효과라고 하잖아? 그런 개념으로 접근하면 사실 꼭 나쁘지는 않지. 행운 구독했기 때문에 난 운이 좋을 거라는 생각이 내게 꽤 좋은 영향을 끼칠 것 같거든. 뭘 해도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길 것 같고.”

‘정신 건강을 위해 쓰는 돈 7770원이다.’

이런 논리를 쓰면 바보라는 놀림에 대한 방어도 가능했다. 상식적인 사람들이 아무리 그들에게 조언하더라도, 구독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점점 많은 이가 행운 구독 서비스를 이용했고,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간증의 숫자도 점점 더 늘어났다. 효과를 봤다는 리뷰가 또 다른 가입자를 불러오고, 그 가입자가 또 효과를 봤다는 리뷰를 남기는 선순환이 이루어졌다.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 회사는 기자회견을 열고 행운 공장 확장 발표회도 했다.

[ 이번에 기술 투자를 통해 순도 높은 행운을 더 뽑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

새로 추가한 공장은 마치 로또 생방송 세트장 느낌인데, 로또 볼을 추첨하는 머신 앞에 45명의 숫자 담당 직원이 앉아 있다. 머신이 6개의 숫자를 뽑으면 각 숫자의 담당자가 앞으로 나와 가메라를 향해 큰절하고 돌아간다. 이 과정을 무한 반복한다. 이 발표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생각한다.

“뭐 이딴 걸 진지하게 각 잡고 발표해?”

도대체 이런 것들이 어떤 근거로 행운을 보내준다는 걸까? 상식인의 시선으로는 이 세상이 커다란 농담을 하는 듯하다. 왜 저런 회사가 나타나고, 점점 잘 되는가? 이래도 되는 건가?

“대한민국에 멍청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을 줄이야.”

누군가는 그렇게 혀를 찼지만, 대한민국에만 많은 게 아니었다. 미국 빅테크가 행운 회사를 산다는 소문이 돈 거다.

“진짜야? 강남호가 설마 저걸 또 엑시트한다고?” “뭐 엑시트 5000억? 에이 설마. 미쳤다고 저런 회사를 5000억에 사. ”

믿기지 않는 그 소문은 며칠 뒤 사실로 밝혀졌다. 5000억원에 회사가 팔린 거다. 관련 뉴스는 또 가관이었다. 미국에서 서비스하면 초대박이 터질 것을 산정한 가격이라나?

“그러니까 지금 7.77달러의 럭키 구독제가 먹힌다고 생각한 거 아니야. 먹히는 걸 넘어서, 초대박이 날 거로 생각한 거고. 이게 맞아? 정말 이게 맞는 거니?”

사람들은 황당해하면서도 감탄했다. 솔직히 대단하지 않은가? 어이없는 발상 하나로 5000억원을 벌다니 말이다. 이후 사람들은 한 가지를 진짜 궁금해했다. 만약 회사 대표 강남호를 인터뷰할 수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당신들은 회사의 시스템을 믿고 있습니까? 구독자들에게 행운을 진짜로 전달한다고 믿어요? 이제 팔았으니까 솔직히 말해줘도 되잖아요.”

물론, 강남호가 인터뷰하더라도 계약 조건상 솔직하게 말할 리는 없다. 그러나 ‘카더라’는 있었다. 술에 취한 강남호가 사석에서 했다는 말이 떠돌아다닌 거다.

“당연히 다 가짜지! 그 행운 공장들? 그것도 다 챗GPT한테 아이디어 내놓으라고 시킨 건데? 하하하”

“역시 그렇지? 무슨 공장에서 행운을 만들어서 쏜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해.”

“말이 안 되지. 근데 말이야. 혹시나 싶긴 해서, 행운 공장들에서 만든 행운이 나가는 파이프를 내 사무실로 빼돌렸거든? 운 좋게 엑시트 성공한 걸 보면, 영 가짜는 아니었을지도? 하하하”

이런 카더라를 접한 몇몇 대중의 반응은 이러했다.

“당장 행운 공장을 감사해서 행운이 제대로 구독자에게 분사되는지 확인하라! 행운 파이프 조작을 조사하라!”

엥? 그 포인트가 문제라고? 놀랍게도 그들이 바라는 건 사기죄 처벌이 아니었다. ‘행운 횡령을 막아달라’였다. 그걸 본 사람들은 쯧쯧 혀를 찼다.

“아무리 허무맹랑하더라도 자기가 한번 믿기로 해버리는 순간 깨지질 않는구나. 이건 한국인의 특성이냐, 인간의 특성이냐?”

알 수 없다. 그저 오늘도 여기저기서 당신의 눈과 귀를 향해 끊임없이 들려올 뿐이다.

[ 단돈 7770원에 행운을 구독하세요! 당신의 인생에 행운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김동식

1985년 성남 출생. 부산 영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2006년부터 서울 성수동 주물 공장에서 10년 넘게 근무했다. 2016년부터 인터넷에 소설을 올리기 시작했고, 2017년 12월 27일 초단편 소설집 <회색인간>을 내며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2018년 제13회 세상을 밝게 만든 사람들(사회 분야)을 수상했고, 강연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김동식 소설가

이 기사 공유하기
페이스북X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i

댓글

0

후 댓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이 기사에 첫 의견을 남겨보세요.

댓글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