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삼성전자 노사협상이 정부의 사후조정에도 최종 결렬됨에 따라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예고된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총파업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하지만 파업을 주도하는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이하 초기업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민 10명 중 7명이 파업에 부정적이고,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증권가·학계·주주·협력사까지 각계에서 이례적인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초기업노조의 요구는 왜 이토록 광범위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을까?
지난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노조 깃발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초기업노조가 내건 핵심 요구는 두 가지다.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초과이익성과금·OPI) 재원으로 명문화하고, 현행 연봉의 50%로 설정된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라는 것이다. 이 요구를 2026년 삼성전자 실적 전망에 대입하면 약 40조~45조 원의 성과급 지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단순 산술로 조합원 1인당 약 6억 원에 달하는 수준이다.
같은 초기업노조 산하에 속한 LG유플러스 노조의 성과급 요구액이 1인당 약 2700만 원이었던 점과 비교하면 격차가 선명하다.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4월 “일부 노동자의 과도한 요구”를 비판했을 때 “영업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달라고 하는 LG유플러스 이야기”라는 말을 텔레그램 채팅방에 남겼다가 구설에 올랐다. 같은 초기업노조 산하 노조를 향해 화살을 돌린 행태는 두 노조 사이의 갈등으로 번졌고, 결국 최 위원장은 LG유플러스 노조에 사과해야 했다.
삼성전자 대표교섭위원인 김형로 부사장(오른쪽)과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왼쪽)이 13일 새벽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2차 사후조정이 결렬된 후 각각 협상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재계 관계자는 “’영업이익 15% 고정 성과 인센티브 지급 제도화’는 사실상 성과급을 고정비에 준하게 만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며 “주요 글로벌 테크기업 중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무조건 성과급으로 지급하도록 명문화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엔비디아, 구글, 인텔, 마이크론,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대부분 현금 성과급이 아닌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활용한다. 스톡옵션(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권리)과 달리, 성과 달성이나 재직 기간 등 조건을 걸어 무상으로 주식을 주는 제도로, 주가가 오를수록 보상 규모가 커지는 구조다.
정부까지 공개 경고…“국민기업 책임 고려해야”
여론이 노조측에 비판적인 분위기는 여러 조사를 통해 명확히 드러난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4월 27~2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3%가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와 파업 계획에 대해 ‘무리한 요구 및 산업 경쟁력 약화 우려로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정당한 권리 행사로 적절하다’는 응답은 18.5%에 불과했다. 부정 여론이 긍정 여론을 3.7배 이상 압도한 셈이다.
노동권 보호에 적극적인 이재명 정부조차 노조를 향한 비판을 공개적으로 내놓고 있다는 점도 특기할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월 30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부 조직 노동자들이 자신들만 살겠다고 과도한 요구, 부당한 요구를 해서 우리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게 되면 해당 노조뿐만 아니라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게 된다”고 직접 경고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런 엄중한 상황에서 파업이라는 사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하겠다”고 밝혔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삼성전자는 형식상 사기업이지만 실질은 국민기업”이라며 협력업체와 소액주주를 고려한 노사 자율 협의를 강조했다.
사후조정 결렬 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파업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단언했으며, 김민석 국무총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노사 간의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419만 소액주주 반발…“공장 멈추면 피해는 주주 몫”
419만 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거세다. 대한민국 주주행동실천본부는 초기업노조 결의대회가 열린 4월 23일 인근에서 맞불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반도체 공장의 지분을 가진 사람은 주주들이지, 직원들이 아니다”며 “반도체 호황 사이클에서 공장을 멈추면 주주들의 재산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주 단체인 주주운동본부는 5월 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현수막 시위를 벌이며 “한국 반도체 급소를 노린 일본의 소재·부품·장비 수출 규제와 삼성의 급소를 노리는 망국 파업이 무엇이 다르냐”고 질타했다.
증권가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공급망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보고서를 통해 “파업 이슈가 타이트한 메모리 수급 환경에서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가격 상승 압력을 한층 강화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18일간 파업이 지속될 경우 종료 후에도 자동화 라인 재가동·정상화에 2~3주가 추가로 소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팹(공장) 특성상 라인이 한번 멈추면 공정에 투입된 웨이퍼는 전량 폐기해야 하고, 수율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객사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 주주행동 실천본부 관계자들이 12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파업 철회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도 추락은 물론 국내 전체 반도체 업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반도체 산업에서 자본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지면 중장기 경쟁력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과급 상한 폐지와 영업이익 연동 지급이 제도화되면, 삼성전자는 호황기에 대규모 설비투자와 R&D 자금을 확보하는 대신 막대한 고정형 인건비 지출을 먼저 감당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이유로 학계와 산업계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쟁의행위가 중단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 조정에 나서게 된다. 이는 대한민국 노동법상 ‘최후의 수단’으로, 국민 경제에 현저한 위해가 우려될 때만 발동할 수 있다. 각계 전문가들이 이 카드까지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노조 요구의 무리함을 방증하고 있다.
사측 양보에도 평행선…“추가 대화 없다” 선언 논란
비판 여론이 더욱 견고해진 배경에는 사측의 태도 변화도 있다. 삼성전자는 당초 ‘성과급 상한 유지’ 입장에서 물러나 경쟁사 SK하이닉스와 동일한 수준인 영업이익 1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존 상한제에 특별 포상을 결합하는 ‘유연한 보상 제도화’도 내놓았다. 그러나 노조는 ‘15% 고정 지급 제도화와 상한 폐지’라는 기존 요구를 고수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13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전자가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심문을 마치고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게다가 노조는 13일 사후조정 결렬 이후 “사측과 추가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공분을 사고 있다. 초기업노조 최승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수원지법에서 열린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 두 번째 심문 기일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사후 조정까지 5개월 동안 교섭을 하면서 회사의 안건은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며 “그래서 저희는 더 이상 조정에 대한 입장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협상이란 대화의 여지는 항상 남겨야 이기는 법인데, ‘대화 안해’라 하면 누가 공감해줄까?” “이 좋은 주식시장에 재뿌리고 있다. 특히 삼전 주주들은 속 뒤집어질 것” “정부도 열려있다, 사측도 대화하자 하는데 ‘대화 안해’는 자충수 아닌가” 등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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