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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과이익 분배'의 역설[ER편집국에서]

글로벌 빅테크들이 단순 현금 배분보다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나 PSU(성과연동 주식보상) 같은 장기 보상 체계를 확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기 이익을 일괄 배분하는 대신 기업 가치와 개인 보상을 장기적으로...

'초과이익 분배'의 역설[ER편집국에서]

4월 23일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의 '투명하게 바꾸고, 상한폐지 실현하자-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AI 국민배당금' 발언과 삼성전자 노조의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는 겉으로는 전혀 다른 이야기처럼 보인다.

하나는 국가 정책 담론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 노사협상이다. 그러나 구조를 들여다보면 공통된 질문 하나로 수렴된다. 초과이익은 누구의 것인가?

김 실장은 AI와 반도체 산업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윤 일부를 국민에게 구조적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 노조 역시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둘 다 초과이익의 공유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닮아 있다.

기아와 LG유플러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서도 영업이익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의 30%를 성과급 기준으로 제시했다.

문제는 이익의 공유를 이야기할 때 손실 부담 구조는 상대적으로 충분히 논의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업은 호황기와 불황기를 반복한다. 반도체 산업만 봐도 그렇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초호황기에는 수십조원의 이익을 냈지만 업황이 꺾이면 순식간에 적자와 감산 국면으로 들어간다.

실제 메모리 업황 침체기에는 대규모 투자 부담과 재고 손실이 발생했다. 그 과정에서 기업과 주주는 투자 손실을 부담했다.

그런데 초과이익이 발생하면 "함께 나누자"는 요구는 빠르게 등장하지만, 손실 국면에서 어떤 방식으로 부담을 나눌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이는 최근 확산되는 분배 담론의 비대칭 지점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역시 같은 고민을 던진다. 영업이익이 많이 나면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지급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적자가 발생할 경우 임금 반납이나 손실 분담까지 제도화하자는 논의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결국 기업은 이익이 날 경우 추가 성과 배분 압박을 받고, 손실 국면에서는 투자 부담과 고정비 리스크를 우선 감당해야 하는 구조에 놓인다.

김 실장의 국민배당금 발상 역시 비슷한 질문을 남긴다. AI 산업 초과이윤을 국민에게 환원하자는 취지 자체는 정치적으로 상당한 호응을 얻을 수 있는 제안일 수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왼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시장과 재계에서는 "결국 기업 이익을 정책적으로 재분배하겠다는 신호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관련 발언 이후 국내 증시가 흔들리자 청와대가 "개인 의견"이라며 진화에 나선 것도 이런 부담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AI와 반도체 산업은 막대한 선행 투자와 장기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산업이다. 수년간 적자와 투자 부담을 견딘 뒤 뒤늦게 초과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그런데 성과만 즉각적인 분배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위험 감수 유인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흐름이 점차 당연한 권리처럼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성과급은 기업 실적에 따라 지급되는 일회성 보상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 자체를 사전에 보장하라는 요구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물론 기업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성과급 기준을 불투명하게 운영하거나 특정 사업부에만 과도한 보상이 집중되면서 내부 갈등을 키운 측면도 있다. 삼성전자 노조가 "투명한 성과급 체계"를 요구하는 배경에도 이런 불신이 깔려 있다.

그렇다고 해도 영업이익 자체를 자동적인 분배 대상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별도의 고민이 필요하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단순 현금 배분보다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나 PSU(성과연동 주식보상) 같은 장기 보상 체계를 확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단기 이익을 일괄 배분하는 대신 기업 가치와 개인 보상을 장기적으로 연동시키려는 것이다. 회사 가치가 오르면 보상도 커지지만 반대로 기업 실적과 주가가 흔들리면 보상 가치 역시 줄어드는 구조다.

결국 성과 공유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어떤 기준 아래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 것이냐다.

시장경제 체계에서는 보상과 책임 역시 함께 움직여야 한다. 성과 공유 논의가 설득력을 얻으려면 위험 부담 구조 역시 함께 논의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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