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동 경제부 부장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를 활용해 약 2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 경기 진작, 민생 안정을 위한 것이라면서 31조8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한 데 이어 올해도 본예산을 집행한 지 한 달도 안 돼 추경 얘기가 나오더니, 3월이 되자 아예 추경 편성을 공식화했다. 국민도 이제 ‘추경은 으레 편성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5년 재임하면서 무려 10번이나 추경을 편성한 문재인 정부 이후 진보 정부에서 추경은 이제 변수(變數)가 아니라 상수(常數)가 됐다.
당정청도 올해 본예산 잉크도 마르기 전에 추경 편성을 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민망했던지 기회가 날 때마다 “추가 국채 발행 없이 초과세수를 활용해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초과세수라고 하니 마치 예상치 못한 ‘공돈’이라도 생겨서 그 돈으로 추경을 편성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사실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 정부는 예산을 짤 때마다 세금이 얼마쯤 들어올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올해는 반도체 호황 등으로 정부 예측이 크게 어긋나 예상보다 더 걷힐 것으로 전망되는 돈(초과세수)이 꽤 많을 것 같다는 얘기다. 필자의 기억으로는 추가 국채 발행으로 국가채무를 더는 늘리지 않고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대대적으로 생색을 낸 최초의 사례는 문재인 정부였다. 문 정부 시절이던 2017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현 경기지사)는 11조2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초과세수 8조8000억 원, 세계잉여금 1조1000억 원, 기금 여유 자금 1조3000억 원’을 재원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대개 경제학에서 ‘초과(excessive)’라는 말은 ‘균형(equilibrium)’ 또는 ‘적정(optimal)’ 수치가 상정되고 난 뒤 그 수치를 넘어섰을 때 사용한다. 정부가 예측에 실패해 더 걷힌 세수에 대해 초과세수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는 얘기다. 초과세수라는 말은 이명박 정부에서 회자했던 ‘초과이익공유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초과이익공유제가)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는 말”이라고 일갈했다. 문 정부 시절에도 초과세수라는 말이 민망했던지 슬그머니 ‘추가 세수’라고 표현을 바꿔 사용한 적도 있다. 문 전 대통령은 2021년 6월 8일 국무회의에서 “예상보다 늘어난 추가 세수를 활용해서 추경을 편성하라”고 지시했다.
추경은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국가재정법에 규정된 요건을 충족하면 편성하면 된다. 다만, 정확히 얼마나 더 걷힐지 알 수 없는 초과세수를 재원으로 추경을 편성하겠다는 주장은 더 이상 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 지난해(2025회계연도) 국가결산(4월)도 끝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올해 전망 실패로 예상보다 더 걷힐 것으로 추정되는 세수를 활용해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정도(正道)가 아니다. 더욱이 국가재정법 제90조는 예상보다 더 걷힌 세수 등으로 발생한 세계잉여금은 나랏빚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