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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고압 송전선로 관통 예정지역 곳곳서 ‘파열음’

호남지역에서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경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로 수송하기 위한 역대급...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입지 선정...

초고압 송전선로 관통 예정지역 곳곳서 ‘파열음’

한전 수급계획 따라 3855㎞ 추진

영농 차질·재산권 침해 불보듯

호남·충청지역 주민 공동 대응

입지선정위 줄줄이 연기·무산

“지산지소 원칙 시스템 마련하고

차등요금제 등 수용성 확보해야”

23일 충남 홍성군 홍동면(위쪽 사진)과 장곡면 일대에 345kV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호남지역에서 태양광·풍력으로 생산한 전기를 경기 용인 반도체 산업단지로 수송하기 위한 역대급 송전선로 건설사업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2029∼2036년 건설 예정인 송전선로는 무려 3855㎞(70개 노선)에 달한다. 이 중 345㎸(킬로볼트) 초고압 송전선로 노선은 대표적으로 ▲새만금∼신서산(121.6㎞) ▲신계룡∼북천안(71.7㎞) ▲군산∼북천안(115.2㎞) ▲신임실∼신계룡(106㎞) 등이다.

송전선로가 매우 길고 노선도 많다보니 광범위한 지역이 영향권에 들어간다. 충남에선 태안군을 제외한 모든 시·군, 전북은 전주시를 제외한 13개 시·군, 대전시 일부를 송전선로가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지역주민은 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새만금∼신서산 노선 건설사업 대상지역에 홍성군 11개 읍·면이 포함되자 주민들은 18일 ‘홍성군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원회’를 결성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부터 ‘충남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원회’, 경기·충남·전북·전남의 주민대책위원회와 시민사회환경단체로 구성된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재검토와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 등이 활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입지 선정 절차는 곳곳에서 가로막힌 상태다. 20일 열릴 예정이었던 신임실∼신계룡 노선 입지선정위원회(입선위) 3차 회의는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인해 4월로 미뤄졌다.

17일 개최 예정이었던 신장성∼신정읍 노선 입선위 14차 회의 역시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전북 고창군과 정읍시 지역 위원들은 “한전의 사업 추진 방식이 일방적이며 주민 의견수렴 절차가 형식에 치우쳐 있다”며 집단 보이콧을 선언했다.

18일엔 신계룡∼북천안 노선 9차 입선위를 열었으나 주민들과 대전 송전탑 백지화 대책위원회 100여명이 현장 집회를 열어 최종 노선을 확정짓지 못했다.

주민들은 초고압 송전선로 확대는 전력 생산과 소비의 극심한 지역 불균형에서 비롯된 구조적 모순이라고 입을 모은다. 발전시설은 지방에 집중되는 반면, 대규모 전력 소비는 수도권 산업단지에 몰려 있는 탓에 장거리 송전망 확충에 따른 피해를 지방이 고스란히 떠안고 있다는 주장이다.

비영리법인 기후솔루션(SFOC)은 ‘지역주도형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전력시장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전의 대응책은 송전망을 보강해 기존 불균형을 심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은 초고압 송전선로가 재산권은 물론 실제 영농활동에도 심각한 제약을 준다고 주장한다.

주정구 홍성군이장연합회장은 “송전선로가 농지에 들어서면 드론을 이용한 항공방제 작업에 제약이 생길 뿐만 아니라 거대 철탑이 들어선 농지에서는 대형 농기계를 운용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송전탑과 선로는 산불이 났을 때 진화헬기 운용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이는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대안으로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기반한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과 전력 다소비 기업의 발전소 인근 유도 등이 거론된다.

당진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수도권 위주의 산업 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방을 ‘전력 공급 기지’로 고착하는 방식은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에 따라 전기 소비지와 생산지를 일치시키는 근본적인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산업의 국가적 중요성과 지역주민의 생존권 보장 사이에서 합리적인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수곤 전 서울시립대학교 교수는 “반도체산업은 국가의 핵심산업으로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지만 피해가 불가피한 농촌주민들의 반대 또한 당연한 권리”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나서 송전선로 인근 주민들에 대해 거리에 따른 합리적이고 구체적인 보상안을 내놔야 하며, 이를 통해 지역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사업 지체를 막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제언했다.

한전은 주민과 소통을 통해 납득할만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전 관계자는 “송전선로가 비선호 시설인 만큼 어디를 가나 반대가 심하다는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최대한 민가와 떨어진 산악 지형을 이용해 구축하는 게 원칙”이라면서 “주민들이 요구할 경우 지중화(선로를 땅에 묻는 방식)를 적극 검토하고, 노선안에 대한 도면과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주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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