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교육·자연·주거환경 강점
기초지자체 유일 ‘4대 특구’ 보유
알파시티 기반 AI·SW 인재 양성
청년 일자리·창업·정책지원 심혈
경유지 아닌 ‘목적지’ 조성 총력
김대권 수성구청장이 추현호 대구신문 부설 대구경북청년인재개발원 부원장과 청문리답 인터뷰를 하고 있다.
수성구가 지난해 실시한 행정수요조사에서 20~30대는 이 도시에 계속 살고 싶은 이유로 두 가지를 꼽았다. 쾌적한 주거·자연 환경과 우수한 교육 여건이다. 학생 1천 명이 넘는 대구의 학교 30곳 가운데 절반가량이 수성구에 있고, 기회발전·교육발전·문화·교육국제화 네 특구를 동시에 가진 기초지자체는 전국에서 수성구가 유일하다. 구 안에는 6천 명이 일하는 수성알파시티도 있다. 그만한 조건을 갖춘 도시의 구청장이 청년에게 남긴 첫 문장은 뜻밖이었다. 일찍 성공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3선에 오른 김대권 수성구청장을 지난 9일 수성구청에서 만났다.
△ 청년들에게 실패와 재도전에 대한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처음부터 잘되는 사람은 굉장히 위험하다. 그것을 소년등과라고 한다. 실패가 많이 쌓여서 가는 사람이 안정적으로 길게 간다. 처음부터 잘됐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고, 처음부터 안 됐다고 실망할 필요도 없다. 대학에 떨어져도 다시 일어나 임할 수 있고, 돌아서 갈 시간도 있다.”
성공의 기준이 뚜렷한 지역의 단체장이 먼저 꺼낸 말이 여유였다.
△ 청년이 계속 살고 싶게 만들려면 무엇이 더 필요합니까.
“정주를 완성하는 핵심은 결국 좋은 일자리다. 주거와 교육 인프라라는 자산 위에 청년이 만족할 일자리를 더하는 것이 관건이다. 핵심은 AI를 중심으로 하는 알파시티인데 현재 6천 명 정도가 근무한다. 2030년 2차까지 조성되면 약 2만 명으로 잡고 있다.
다만 지역 대부분의 업체는 서울보다 급여 측면에서 약하다. 지금의 고용구조는 한 직장에 오래 머무는 게 아니라 기회를 찾아 순환하는 구조인데, 그것을 우리 지역에서 아직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프롤로그에서 예고한 질문은 알파시티의 AI 일자리가 지역 청년에게 이어지는 경로였다. 그는 경로보다 남은 과제를 먼저 꺼냈다.
수성알파시티는 지난해 말 기준 302개 기업에 6천300명이 일하는 비수도권 최대 SW 집적단지다. 지난해 8월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은 지역거점 AX 혁신 기술개발 사업은 2030년까지 입주기업 1천 개, 종사자 2만 명을 목표로 한다. 신산업 일자리에 관심 있다고 답한 수성구 청년은 36.6%다.
△ 떠난 청년이 돌아오게 하려면.
“돌아올 목적지가 꼭 기업만은 아니다. 인구가 줄면 소비 수요가 떨어지는데, 소비가 지역경제의 핵이다. 대구의 미래는 의료와 문화, 교육, 생태라고 본다. 문화와 스포츠 콘텐츠, 쇼핑, 생태를 결합한 거점을 만들면 경주·안동과 연계돼 시너지를 낸다. 사람이 찾아오고 소비 역량이 생기면 민간이 투자한다. 그러면 청년들이 회사에서만 일하는 게 아니라 여러 서비스 기능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민선 9기 비전은 ‘사람이 찾아오는 목적지가 되는 도시’다. 구는 들안예술마을과 수성못 같은 문화자원을 청년의 창작·교류 무대로 연결하고, 알파시티를 축으로 AI·SW 인력을 키우는 두 갈래를 함께 가져간다는 구상이다.
△ 한 번 실패한 청년이 다시 시작할 기회가 수성구 안에 있습니까.
“취업과 창업에서 좌절해 쉬었음 상태로, 은둔과 고립으로 들어가는 청년이 많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사업이 아니라 한 번 더 도전할 여유와 회복탄력성이다.”
구는 수성구정신건강복지센터와 청년센터에 상담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청년의 역량 강화를 위해 계명대 일자리첫걸음보장센터와 협약해 특강과 VR 모의면접을 운영하고, 자격증 응시료를 지원한다. 면접용 정장을 무료로 빌려주는 ‘다드림 옷장’도 있다.
창업 쪽에서는 빈집을 수리해 청년이 자기 아이템을 먼저 실험해보게 하는 사업을 민선 9기 공약으로 준비하고 있다. “음식과 문화가 결합돼 짧은 시일에 핫플레이스가 되는 방법을 우리는 안다. 빈집이 어디에 모여 있는지도 다 파악했다. 다만 조례상 최소 3년을 임차해야 하는데 우리 지역 빈집은 재개발을 기다리는 곳이 많다. 1년만 돼도 우리는 핫플레이스를 만들 수 있다.” 대구시는 지난 7월 조례를 고쳐 철거형 빈집의 공공용지 제공기간을 3년에서 1년으로 완화했다. 구는 활용형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되기를 기대하며 준비를 마쳐뒀다.
△ 앞으로도 이어가야 할 청년정책 하나를 꼽는다면.
“LG헬로비전과 4년째 하는 청년영상제작지원이다. 청년이 영상 아이디어를 내면 작가가 콘티를 짜고 청년 배우가 시트콤이나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작가와 PD, 배우가 일하는 현장에 청년이 전 과정 참여하면서 자기 적성과 진로를 경험한다. 다른 지자체는 하지 않는 우리 구만의 사업이고, 타 방송사에서 벤치마킹하러 온다.” 지난 작품은 유튜브에서 60만 뷰를 넘겼다.
수성구는 국무조정실과 청년재단이 주관하는 지역특화 청년사업 공모에 대구 기초지자체 중 유일하게 4년 연속 선정됐다. 해마다 주제를 바꿔 2023년 진로 특강과 마음상담, 2024년 로컬브랜드 상품 개발, 지난해 소셜다이닝과 집단상담을 했고 올해는 창직 희망 청년과 청년 소상공인을 잇는 상생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내년에는 온·오프라인 청년정책 통합상담을 시작한다. 안내에 그치지 않고 개인의 상황을 진단해 맞는 정책을 설계·연계하는 방식이다.
△ AI 시대에 청년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한다고 보십니까.
“AI의 핵심은 수와 뇌다. 그러면 수를 깊이 봐야 한다. 공식을 외우는 차원이 아니다. 수는 철학이고 문명이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었기 때문에 그 수 개념이 나온 것이다. 그 깊이를 고교학점제와 연계한 아카데미로 지난해부터 제공하고 있다. 청년들에게는 다르다. AI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비즈니스를 알아야 한다. AI는 시키면 다 만들어 준다. 그러니 일 머리를 잘 아는 사람이 앞으로 비즈니스가 되는 것이다.”
캐릭터 사업을 보는 눈도 같은 자리에 있다. 수성구 캐릭터 뚜비는 욱수동 망월지의 두꺼비가 원형이다. 굿즈는 출시 18개월 만에 매출 2억 원을 넘겼고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 우수문화상품에 전국 지자체 최초로 지정됐다. 인형은 수성여성클럽 회원 일곱 명이 손으로 만든다.
“AI 시대에 직업이 없어질 때 저것이 일자리로 연결되는 경제 순환 구조다. 산업혁명 직후 윌리엄 모리스가 미술공예운동을 폈다. 손으로 만들고 디자인한 제품을 내놓으니 오히려 수요가 생겼고 그것이 현대 디자인 문화가 됐다.”
△ 청년의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사례가 있습니까.
“2021년 청년행복위원회와 청년네트워크가 경산시와 함께 청년특별구역 특별법안까지 만들어 제출했다. 법안은 통과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내용 일부가 기회발전특구에 들어가 수성구가 특구로 지정되는 밑거름이 됐고, 연호지구 특별공공임대주택은 2027년 입주를 앞두고 있다.” 청년 주거는 연호지구와 대공원지구 7천여 세대에 임대에서 자가로 단계적으로 옮겨갈 수 있는 구조를 넣었다.
참여 방식도 바꾸고 있다. 100여 명이 모이던 청년포럼을 올해부터 분야별 소규모로 나눴고, 정책을 홍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피드백을 모아 제안까지 하는 서포터즈를 새로 운영한다.
△ 마지막으로 지역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항구에 있는 배는 안전하지만, 배는 항구에 묶어두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 정책으로 안정적 기반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청년이 그 기반을 넘어 자기 꿈을 위해 지역에서 마음껏 활동했으면 한다. 잦은 실패와 암흑 속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의지, 그것은 자기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정립돼 있어야 나온다. 거기서 강력한 추동력이 나온다.”
“항구에 묶인 배는 안전하지만
그 너머의 암흑과 실패 견뎌내야
더 멀리 항해할 추동력 얻는 법
처음부터 잘되는 것 경계하고
재도전하는 사람이 롱런할 것”
공식 인터뷰는 여기서 끝났다. 그런데 자리는 끝나지 않았다. 김 구청장은 촬영 장비를 걷는 동안 배석한 청년들에게 앉으라고 권했고, 커피가 나왔고, 명함이 오갔다. 그리고 한 시간 가까이 대화가 이어졌다. 먼저 물은 쪽은 구청장이었다. “우리가 포인트를 찔러서 많이 하는데, 청년들과의 전달에서 뭔가 중간에 안 맞는 게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청년들은 먹고사는 일이 바빠 참여가 어렵다고 했고, 큰 자리를 열면 오히려 허수가 생긴다는 말도 나왔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규모 포럼으로 바꾼 이유가 그것이라고 답했다.
이야기는 망월지로 흘렀다.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이고, 지금은 국비를 확보해 생태교육관을 짓고 있다. 그가 말하는 그곳의 쓸모는 기후 데이터가 아니었다. “두꺼비가 줄지어 산으로 올라가는 것을 보면 장관이다. 저 새끼들이 어떻게 산을 찾아 올라가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나. 자연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순간 교육이 시작된다. 우리 땅에서 같이 태어난 식물이나 동물은 형제 아닌가. 형제를 함부로 할 수 있겠나.”
헤어질 때 그는 청년들과 사진을 찍었다. 뚜비 인형을 손에 들고서였다. 지난주 류규하 중구청장은 조금 늦어도 괜찮으니 멈추지만 말라고 했고,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일찍 성공하지 말라고 했다. 두 문장은 같은 곳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날 수성구청에서는 그 말이 끝난 뒤에도 대화가 한 시간 더 이어졌다.
추현호 대구신문 부설 대구경북청년인재개발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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