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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청년이 머무는 울산, 양성평등에서 시작된다

매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는 양성평등주간이다. 9월 1일부터 시작하는 것은 1898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으로 평가되는 '여권통문'이 발표된 날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교육과 경제활동, 사회참여의 권리를 외쳤던 그로부터 128년이 지난 지금, 다시 묻게 된다.

청년이 머무는 울산, 양성평등에서 시작된다

이영란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선임연구위원

매년 9월 1일부터 7일까지는 양성평등주간이다. 9월 1일부터 시작하는 것은 1898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문으로 평가되는 '여권통문'이 발표된 날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교육과 경제활동, 사회참여의 권리를 외쳤던 그로부터 128년이 지난 지금, 다시 묻게 된다. 울산에서 양성평등은 왜 필요한가.

우리 사회에서 양성평등정책은 여전히 '여성을 위한 정책'으로 오해되곤 한다.

그러나 양성평등정책은 모두를 위한 정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양성평등채용목표제다. 공무원 채용에서 어느 한 성별의 합격자가 일정 비율에 미달할 경우 일정한 요건을 갖춘 해당 성별의 응시자를 추가 합격시키는 제도로, 여성과 남성 모두가 대상이다.

실제 지방공무원 양성평등채용목표제를 통해 추가 합격한 인원을 보면 남성 수혜자가 여성의 약 3배에 달한 사례가 있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의 집계에서도 남성 추가합격자가 여성보다 3배 이상 많았다.

이처럼 양성평등은 어느 한쪽을 위한 혜택이 아니다. 오랜 시간 우리 사회에 축적되어 온 성별에 따른 불균형을 줄이고,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공정한 기회와 선택의 가능성을 넓혀가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최근 청년세대에서 더욱 중요하다. 같은 청년세대 안에서도 여성과 남성이 경험하는 현실과 공정성에 대한 인식에 차이가 있다. 여성 청년은 취업과 경력, 안전과 돌봄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성별 격차를 이야기하는 반면, 일부 남성 청년은 성평등정책을 자신에게 불리한 정책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여성을 위한 양성평등'에서 '여성과 남성이 함께 만드는 양성평등'으로 정책의 접근을 확장해야 한다. UNDP와 UN Women 등 국제사회에서도 남성과 소년을 성평등의 관찰자가 아닌 변화의 주체로 참여시키는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여성에게는 그동안 충분히 보장되지 못했던 기회와 가능성을 넓히는 한편, 남성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과 획일적인 성역할에서 벗어나 일과 돌봄, 자신의 삶을 함께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성평등은 여성과 남성 모두를 제약해 온 오래된 성별 역할과 사회적 조건을 함께 바꾸어 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울산에서는 이러한 논의가 더욱 절실하다. 울산의 지속가능성과 청년의 지역정착은 서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의 지속가능성은 다음 세대가 그 도시에서 자신의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 때 가능하다. 청년이 떠나지 않는 도시를 넘어 다른 지역의 청년에게도 살아보고 싶은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 출발점에는 양질의 일자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울산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공공기관 유치는 중요하다.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일자리를 확대하고 지역인재에게 새로운 성장경로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장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이 성과로 이어져 울산을 선택하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우리는 이제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드는가'와 함께 '어떤 일자리를 만드는가'를 물어야 한다. 청년세대에게 좋은 일자리는 임금과 고용안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성별에 관계없이 공정하게 채용되고 평가받으며, 출산과 육아가 여성의 경력단절로 이어지지 않고 남성도 부담 없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세대와 직급, 성별에 관계없이 서로 존중하고 소통하며 성희롱과 직장 내 괴롭힘이 용인되지 않는 건강한 조직문화도 필요하다.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면서 일과 삶을 함께 설계할 수 있는 양성평등한 일자리가 청년에게 필요한 좋은 일자리다.

특히 제조업 중심의 산업도시에서 미래산업도시로 전환하는 울산에서는 좋은 기업을 유치하는 것만큼 지역의 기업을 청년 여성과 남성 모두가 '오래 일하고 싶은 일터'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일자리와 건강한 조직문화가 결합될 때 청년은 울산에서 경력을 쌓고 삶의 기반을 만들며 미래를 계획할 수 있다.

산업구조가 변화하는 만큼 일터에 남아 있는 성별에 따른 기회의 차이와 낡은 조직문화도 함께 변화해야 한다.

우리는 청년들이 울산에 머물기를 원한다. 그렇다면 울산을 선택한 청년에게 우리는 어떤 도시를 만들어 줄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자신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남성이라는 이유로 생계의 책임을 혼자 짊어지지 않아도 되는 도시, 누구나 일과 돌봄을 함께 나누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며 일터와 일상에서 존중받는 도시. 그것이 울산을 선택한 청년들에게 우리가 마련해 주어야 할 미래다.

그래서 양성평등은 울산의 여러 정책 가운데 하나가 아니다. 청년정책이고, 일자리정책이며, 정주정책인 동시에 지속가능한 울산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산업이 성장하고 일자리가 늘어나더라도 성별에 따라 기회와 삶의 선택이 달라지고,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를 자유롭게 그릴 수 없다면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기 어렵다. 128년 전 여권통문이 여성에게도 배움과 일, 사회참여의 기회를 열어야 한다고 외쳤다면, 오늘의 양성평등은 우리 사회에 남아 있는 성별에 따른 제약을 하나씩 걷어내고 그 기회를 여성과 남성 모두의 삶으로 넓혀가는 일이어야 한다.

청년이 일하기 좋은 울산, 살고 싶은 울산, 삶을 꾸리고 싶은 울산, 그래서 다음 세대에게도 선택받는 울산. 그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양성평등은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갖추어야 할 조건인 것이다. 이영란 울산복지가족진흥사회서비스원 선임연구위원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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