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프렌드플레이션(Friendflation)'은 친구를 뜻하는 '프렌드(Friend)'와 물가 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말이다.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돈을 써야 해서 경제적인 부담을 느끼는 현상을 의미한다. 만나면 일단 식사부터 하고 카페도 가고, 술도 마시게 되는데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 만남 자체를 꺼린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나눠 내더라도 최소 3만 원에서 5만 원은 가져야 하는데 이 친구 저 친구 다 만나다 보면 그것도 만만치 않다. 서울은 전 세계에서 물가가 비싼 도시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부동산이 고가라서 임차료도 높고, 인건비도 비싸고, 먹거리도 수입해 오다 보니 환율이 올라 비싸다.
젊은 세대는 특별한 경험을 선호하는 문화가 있다. SNS에 보여줄 만한 만남을 원하는 심리가 있다. SNS에서는 사진이 동반되는데 고급 식당, 카페, 생일파티처럼 화려한 장면이 주로 노출된다. 그런 곳은 돈이 많이 든다. 다른 사람들의 소비를 반복해서 보다 보면 나도 친구들과 그 정도의 경험을 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을 느낄 수 있다. 비교가 되는 것이다. 카카오톡 생일 알림 기능도 부담된다고 한다. 생일 선물을 보내오면 그 사람 생일 때 비슷한 수준의 선물을 해야 하는 것도 경제적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는 소비 수준이 비슷했던 친구들도 취업과 결혼, 주거 환경에 따라 경제적인 상황이 달라진다. 누군가에게는 별 부담 없는 10만 원짜리 모임이 다른 사람에게는 일주일 생활비일 수 있다. 하지만 돈 이야기를 꺼내면 자존심도 상하고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봐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젊은 시절에는 돈이 없으면 그냥 없는 것이다. 직장생활하면서 월급을 받으면 저축도 하면서 나머지로 한 달을 버텨야 하는데 당연히 돈이 달린다. 빚을 얻어서 쓸 수도 없고 자연스럽게 짠돌이가 된다.
노인들의 프렌드플레이션은 남녀의 차이가 좀 있다. 남자들은 직장에서 은퇴하고 나서 더 이상 돈을 벌어 오지 못하므로 아내에게 돈을 타서 쓴다. 내가 번 돈이니 내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못하다. 내 지갑에서 돈 쓸 때와 내 지갑이 아닌 아내의 지갑에서 돈을 빼내는 것은 천지 차이다. 하루에 1~2만 원 식인 경우가 많다. 그 돈으로는 점심 한 끼 먹기도 버겁다. 대부분의 아내는 남편이 용돈을 더 달라고 하면 습관적으로 반드시 용도를 묻는다. 용도가 아내의 기준에 좀 안 맞는다 싶으면 잔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그게 듣기 싫으니 차라리 매일 주는 1~2만 원으로 입을 꾹 다물고 산다. 그러니 술도 못 마시고 남이 사주는 점심도 다음에 내 쪽에서 사야 하니 부담이 되어 응하지 못한다. 누군가 돈이 많아 베푸는 자리에나 나간다. 동창회도 적립금은 쌓였는데 죽은 사람도 많아 더 이상 회비를 걷지 않아 부담 없으니 간다.
반면, 여성은 비교적 풍족하게 쓴다. 서울 시내나 인근 유명 음식점이나 카페에 가보면 대부분 여성이다. 남자들은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 국밥 한 그릇 먹고 있는데 여자들은 고기를 구우며 풍성한 자리에서 웃고 떠드는 풍경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요즘 젊은이들이 술을 덜 마신다는 보도가 있다. 노인들은 건강상의 이유를 대며 술자리를 꺼린다. 핑계일지 모른다. 소주 한 병 사놓고 집에서 마시는 사람도 많다. 프렌드플레이션 때문인지 모른다. 젊었을 때는 돈이 없어 못 놀고, 나이 들면 돈 쓸 데가 없어 못 논다고 했다. 그런데 나이 들어 돈도 없다면 그야말로 비극이다.
강신영 수필가·한국시니어브리지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강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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