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흐는 스무 살
한창 오르간에 심취해 있을 때
흠모하는 연주자의 음악을 직접 듣고
배우기 위해 400㎞를 걸어갔다고 한다
당대 최고의 오르가니스트
디트리히 북스테후데를 만나기 위해
독일 중부 아른슈타트에서 북부 뤼벡까지
스무 날을 걸어갔다
북쪽으로 걸어가던 스무 살 바흐와
다시 남쪽으로 걸어가는 스무 살 바흐
두 스무 살, 두 바흐
저 둘이 등 돌릴 때 얼마나 흔쾌했으랴
[시작 노트]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며칠 전 아침, 클래식 음악 방송을 듣다가 바흐 이야기를 받아 적었다. 1705년 스무 살 바흐는 사모하던 스승을 찾아뵙기 위해 길을 떠났다. 400㎞, 부산에서 서울까지 거리를 걸어갔다.
청년 바흐에게 북스테후데가 꿈이었듯, 누구에게나 ‘꿈을 꾸게 하는 꿈’이 있다. 선생님, 선배, 영화나 소설 속 주인공, 연예인, 사업가···. 그렇다, 우러를 수 있는 ‘꿈’이 있어야 꿈을 꿀 수 있다. 문제는 꿈을 만나는 방식과 태도다. 바흐가 걷지 않고 마차를 타고 달려갔다면? 어쩌면 바흐의 진정한 스승은 순례와 같은 왕복 800㎞ 도보 여행이었을지도 모른다.
누가, 무엇이 나의 ‘꿈을 꾸게 하는 꿈’이었는지, 나의 도보 순례는 어디서 어디까지였는지, 나는 과연 누구에게 꿈을 꾸게 하는 꿈이었는지 돌아보는 늦여름 아침이다.
이문재 (시인·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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