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항의 시위’ 전국 확산
임기 초반부터 고교 개혁 진통
재정적자 속 주거 복지는 ‘뒷전’
‘노란 조끼’ 합세, 80만명 거리로
피케티 “마크롱주의 황혼 신호”
프랑스 시위대의 분노…143년 된 시청도 태웠다
프랑스 중부 소도시 리모주 시청 건물이 17일(현지시간) 시위대의 공격으로 화염에 휩싸여 있다. 지어진 지 143년 된 이 건물의 3분의 2가 불에 탔다.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수십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고물가, 열악한 교육환경 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AFP연합뉴스
9년 전 프랑스 최연소 대통령(당시 39세)에 당선돼 세대교체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사진)이 임기 말 청년층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고등학생 시위는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민 참여로 확대되고 있다. ‘젊은 대통령’ 마크롱이 정작 청년층 삶을 바꾸는 데 실패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프랑스 르몽드는 17일(현지시간) 마크롱 대통령과 청년 세대의 관계가 파국에 이르렀다고 분석했다. 이날 프랑스 전역에서 열린 시위에는 정부 추산 55만명, 주최 측 추산 80만명이 참여했다. 한 달 전 파리 북부의 한 고등학교에서 교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시위가 시작된 이후 최대 규모다.
시위는 생활비 부담과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민들이 참여하며 확대됐다. 2018년 유류세 인상과 불평등에 반발해 마크롱 정부를 뒤흔들었던 노란 조끼 시위 세력과 기후 운동가, 농민들도 동참했다. 시위는 벨기에와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등으로도 번지고 있다.
내년 5월까지 재임하는 마크롱 대통령과 청년층의 거리는 집권 초부터 벌어져 있었다. 르몽드는 마크롱이 “사회 해방 메시지를 내세워 집권했으나, 실제 지지 기반은 젊은 전문직 종사자와 부유한 고위 임원층에 더 가까웠다”고 짚었다. 2017년 대선 1차 투표에서 마크롱은 18~24세 유권자 집단에서 득표율 3위에 그쳤다.
청년층 이탈에는 집권 초부터 쌓인 정책 불만이 작용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2018년 실업 상태인 한 청년과 대화하며 “내가 길만 한번 건너면 일자리를 찾아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해 청년층 현실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코로나19 당시 고립 청년들을 위한 지원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지난해에는 “청소년을 좋아하지도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취지로 말하는 등 거리감을 드러냈다.
교육정책을 둘러싼 갈등도 반복됐다. 2018년 장미셸 블랑케르 당시 교육장관이 추진한 고교 개혁은 충분한 협의 없이 진행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4년간 교육장관이 7명이나 교체되면서 정책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년층 불만은 재정·복지 정책으로 번지고 있다. 프랑스 국가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115%를 웃돌고, 지난해 재정적자는 GDP의 5.1%를 기록했다. 정부가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복지 지출을 축소하는 과정에서 청년 생활 여건과 교육에 대한 투자가 뒤로 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7월부터 적용된 청년·저소득층 주거보조금 삭감이 대표적이다.
연금개혁으로 정년을 늦춘 데 이어 국방·복무 의무까지 강조하면서 청년층 부담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달 10개월간의 유급 군 복무 제도를 도입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카미유 푸니는 르몽드 기고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지난 10년간 온순하고 순종적 청년을 원했다”며 “정부가 청년 참여를 독려할 때는 군 복무 같은 제도적 틀을 제시하면서, 청년들이 교육환경 개선 등 요구를 내걸고 행동하면 이를 불법행위나 공공질서 위협으로 취급한다”고 지적했다.
<21세기 자본> 저자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는 르몽드 기고에서 학생 시위를 “마크롱주의의 황혼을 알리는 신호”라고 평가하며 “이번 시위는 현 정부의 가장 뚜렷한 실패라고 할 만한 문제를 정확히 짚어냈다. 2017년 이후 학생 1인당 (실질) 교육 예산이 20%나 급감했다”고 짚었다. 피케티 교수는 민간 자산 규모가 늘어났지만 “상당 부분은 극소수 거대 금융 자산가들에게 집중돼 있다”며 프랑스는 역사상 어느 때보다 부유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제는 부의 부족이 아니라 부의 분배”라면서 부유층 과세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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