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투데이] 미국 플로리다주립대학교에서 지난해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해, 용의자가 범행 전 오픈AI의 인공지능 챗봇 ‘챗GPT’에 구체적인 조언을 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현지 검찰이 오픈AI에 대한 형사 조사에 착수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플로리다주 당국은 용의자의 챗GPT 이용 내역을 분석한 결과, 범행에 사용할 총기와 탄약 종류, 근거리에서의 위력, 사건 발생 시 국가의 대응 방식, 학교 내 혼잡 시간대 등과 관련한 질문이 오갔다는 점을 확인했다. 용의자는 총격 당일에도 대학 내 특정 건물의 혼잡 시간대를 문의하는 등 범행 준비 과정에서 챗GPT를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으로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용의자는 1급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재판은 오는 10월 시작될 예정이다.
플로리다주 법무당국은 오픈AI에 형사 소환장을 발부하고, 챗GPT의 안전 정책과 내부 교육 자료, 관련 담당자 명단 등을 요구했다. 수사 당국은 회사가 해당 모델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는지, 범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내부 기준이 충분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은 “만약 화면 반대편에 있던 존재가 인공지능이 아니라 사람이었다면 살인 혐의로 기소했을 것”이라며, AI 제공 기업에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법적 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번 수사는 AI가 범죄 준비 과정에서 활용됐을 경우, 그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오픈AI “공개 정보 기반 사실 답변…범죄 조장 아냐”
이에 대해 오픈AI는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면서도 법적 책임은 부인하고 있다. 회사 측은 “챗GPT는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실에 입각한 답변을 제공했을 뿐, 불법적이거나 유해한 행동을 조장하거나 장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용의자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계정을 식별해 수사기관에 공유했으며, 악의적 의도를 탐지하고 오용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AI는 이용자가 타인에게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발언을 할 경우 적용되는 내부 정책과 신고 체계에 대해서도 당국에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AI는 ‘도구’인가, ‘공범’인가…법적·윤리적 쟁점
이번 사건은 AI가 범죄에 활용됐을 때 기업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AI가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인지, 아니면 범죄를 실질적으로 도운 ‘공범’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적 해석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한 인공지능 법·정책 전문가는 “현행 법체계는 인간 행위자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AI의 ‘행위성’을 직접 처벌하기는 어렵다”며 “쟁점은 모델이 예측 가능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충분한 안전 장치를 갖췄는지, 그리고 기업이 이를 합리적으로 관리했는지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사건은 플랫폼 책임과 표현의 자유, 정보 접근권 사이의 균형을 재정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고위험 AI에 대한 규제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생성형 AI가 단순한 콘텐츠 생성 도구를 넘어, 현실 세계의 범죄 준비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플로리다 검찰의 수사가 어떤 결론에 이르느냐에 따라, 향후 AI 기업의 안전 설계 의무와 법적 책임 범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이 마련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총격 사건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계기로, AI 기술의 자유로운 활용과 사회적 안전 사이의 경계선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