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경영진, 실적악화에 회사통장 인질잡힌 고금리 사채 추진…주주들 나서 해임안 결의
[디지털데일리 채성오기자] 자원순환기업 엘디카본의 경영권 분쟁이 창업자 복귀로 일단락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이사회를 통해 황용경 창업자를 밀어냈던 기존 경영진이 10개월 만에 주주총회에서 해임되면서다.
창업자를 쫓아낸 이들이 경영 정상화보다 경영권 방어와 내부 인사 정리에 힘을 쏟았고 그 사이 실적과 자금 사정이 악화되자 결국 주주들이 직접 경영진 교체에 나선 모양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엘디카본은 지난 3월 말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백성문 전 단독대표와 김범식 전무 등을 사내이사직에서 해임했다.
주총에 참석한 주주 중 약 97%가 해임안에 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경영진은 지난해 말 주주들이 요구한 임시주총과 자신들의 해임 안건이 포함된 정기주총 개최에 반발했지만 주주들이 법원의 소집 허가를 받아 주총을 진행하면서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창업자 축출로 시작된 분쟁…경영권 방어에 쏠린 회사
엘디카본은 황용경 최대주주와 백성문 전 대표가 함께 설립한 폐타이어 자원순환 스타트업이다. 폐타이어를 원료로 재생카본블랙과 열분해유 등을 생산하며 투자 유치와 사업 확장을 이어왔고 지난해는 아시아 최대 규모로 알려진 당진 자원순환시설을 준공했다.
SK인천석유화학과 10년치 열분해유 단독 공급계약을 맺고 국내외 타이어 제조사들과 협업을 논의하는 등 IPO 기대감도 컸다.
충남 당진에 위치한 엘디카본 순환시설 전경. [사진=엘디카본]
분쟁은 지난해 6월 본격화됐다. 당시 김범식 전무, 백성문 대표, 최용락 부사장 등은 이사회를 장악한 뒤 황용경 창업자를 강요·배임·횡령 등의 사유로 대표이사직에서 해임했다.
그러나 황 창업자는 이후 외부 감사와 일부 경찰 조사를 거쳐 관련 사안에 대해 무혐의 처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창업자를 밀어낸 명분이 흔들리면서 이후 경영진의 행보에도 의문이 커진 셈이다.
백 전 대표 체제 전환 이후 회사 내부에서는 이른바 황 창업자 측 인사로 분류된 직원들에 대한 징계와 해고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부당해고와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분쟁도 발생했다.
회사와 주주 측은 당시 경영진이 황 창업자 관련 고발과 경영권 방어를 위해 억대 법무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집행한 정황도 문제 삼았다. 백 전 대표의 경우 특정 직원을 해고하는 과정에서 타 회사 CCTV에 무단 접속한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은 뒤 검찰에 송치된 것으로 전해진다.
◆실적·수익성 악화에 주주 반발…전임 경영진 해임으로 이어져
내부 갈등이 커지는 사이 사업 성과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엘디카본은 당초 2025년 2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예상했지만 실제 매출은 70억원대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영업손실도 약 120억원 수준까지 확대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진공장 준공 효과를 바탕으로 본격 상업화에 나서야 할 시점에 생산 안정화가 지연되면서 성장 궤도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엘디카본 연간 매출액 추이. [사진=디지털데일리]
자금 사정도 악화됐다. 기존 경영진은 지난해 말 80억원 수준의 현금을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100억원의 고금리 사모사채를 검토하는 상황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모사채에는 회사 통장 질권과 공장시설 저당권, 일정 금액 이상 인출 시 금리가 15%로 오르는 스텝업 구조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당시 주주들은 "회사의 리스크에 대한 보호장치가 결여된 근본없는 계약"이라며 "이런 계약을 가져오며 회사의 거버넌스를 훼손한 경영진들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공식적으로 전달하며 정기주주총회를 요청한 바 있다.
결국 주요 주주들은 법원을 통해 주총 소집에 나섰고 황 창업자를 밀어냈던 백 전 대표와 김 전무 등을 해임했다.
이후 엘디카본은 지난 21일 서울 사무소에서 이사회를 열고 황용경 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해당 안건은 출석 이사 6명 중 5명의 찬성으로 가결됐으며 황 대표는 약 10개월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창업자 복귀 후 금융 리스크 해결…"前 경영진 대상 法 조치 남아"
황 대표는 최대주주이자 최고경영자로써 자금 조달과 신뢰 회복 등 회사 현안 해결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핵심 기술 인력을 잔류시키는가 하면 일부 해임자에 대한 복직을 통해 오는 5월 중 당진 순환시설을 재가동해 성장 궤도에 진입시킬 것을 목표로 내세웠다.
지난해 말 황 대표 주도로 확보한 '탄소배출권 거래제 외부 방법론'도 향후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황용경 대표 취임 후 기존 상환청구를 예고했던 금융기관들은 "창업자 겸 최대주주가 복귀했으니 책임경영이 기대된다"며 상환을 연기하고 있다.
다만 후폭풍은 남아 있다. 회사 측은 전임 경영진의 회사 자금 사용·사무공간 파손 및 출입 제한·법인 인감 관련 의혹 등에 대해 법적 조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 해임 직후 법인 인감 등을 들고 잠적한 백 전 대표와 일부 직원들을 선동해 불법 파업을 진행했고 회사간 계약을 본인 명의로 체결한 김범식 전 전무가 핵심 당사자로 지목될 예정이다. 퇴사한 최용락 전 부사장 역시 황 창업자에 대한 무고죄가 적용돼 휴대폰 압수수색 등을 받은 바 있다.
또한 전 경영진은 외부 업체를 동원해 황 창업자의 사무공간 출입문과 유리벽 등을 파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사전 통보 없이 진행된 행위로 특수재물손괴 및 건조물침입 혐의로 형사 고소가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황 창업자 등 일부 사내이사들의 출입 지문정보 삭제·사무실 출입 제한·이메일 및 그룹웨어 계정 제한 등 '이사의 법적 권한을 침해하는 업무방해 행위' 혐의가 입증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엘디카본 사태는 창업자를 몰아낸 경영진이 실적 부진과 내부 통제 논란 속에 결국 주주 손으로 해임된 사례"라며 "창업자 복귀로 경영권 분쟁은 정상화 국면에 들어섰지만 당진공장 재가동과 실적 회복 및 전임 경영진을 둘러싼 법적 리스크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