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민성장펀드로 5년 간 150조 원 투입 계획
AIㆍ반도체ㆍ로봇 등 첨단 산업 분야 대상으로 해
AI 제작서 데이터센터ㆍ전력망 등 인프라 투자로
디자인=김승종기자/이미지=대통령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앞세워 AI 중심 산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정책 자금과 민간 투자가 결합된 대규모 투자 드라이브가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를 촉발할지 주목된다.
150조 국민성장펀드, 국가 주도 투자 본격화
정부는 향후 5년간 총 15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AI, 반도체, 로봇 등 첨단 전략 산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16일 ‘2026년 국민성장펀드 운영방안’을 발표하면서, 5개 분과 13개 업종을 대상으로 민관합동 심사를 통해 기금 출자를 결정하는 절차를 설명했다.
정부는 민간 전문가와 산업은행, 금융권·지역 인사 등으로 구성된 투자심의위원회가 대상 업종의 개별 기업을 심사한다고 밝혔다. 이들 투자심의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기업은 이후 5개 분과 소위원회에서 대상 업종 기업을 심사한다. 투자심의위원회의 1차 심사를 거친 기업은 9인의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기금운용심의회의 심사를 거쳐, 첨단전략산업기금의 출자를 결정한다.
첨단전략산업기금은 정부가 반도체, AI 등 첨단 전략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은행에 조성한 50조 원 규모의 기금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첨단전략산업기금은 국고채 수준의 초저리대출과 보증·지분투자·간접투자 등을 통해 지원한다.
국민성장펀드는 단순한 금융상품을 넘어 첨단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 정책 수단으로 설계됐다. 정부는 AI를 포함한 전략 산업에 대한 투자 수요가 500조 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정책 자금을 마중물로 민간 자금을 유입시킨다는 구상이다.
AI 확산, 산업 구조를 인프라 중심으로 재편
AI 산업은 소프트웨어 경쟁을 넘어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1월 발간한 ‘주요국의 AI 사용 실태와 한국의 현황’에서 미국의 AI 기업 앤트로픽(Anthropic)의 통계를 인용해 글로벌 AI 사용 현황을 분석한 바 있다.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AI 활용은 특정작업에 몰려 있으며 특히 코딩과 관련된 작업이 전체의 24%에 달했다. AI의 사용이 코딩과 데이터 분석 등 기술적인 과업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기존에는 AI를 이용한 업무 수행 방식에서 자동화(Automation)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나, 최근에는 증강(Augmentation)이 증가하는 추세로 전환돼 약 52%의 비율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AI가 알아서 처리하는 자동화 단계에서 인간과 대화하며 협업하는 증강 방식으로 변화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AI 사용 비중이 3.06%로 일본과 유사한 수준이지만, AI 업무 활용도는 51%를 넘어섰다고 말한다. 이는 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AI가 우리 사회에서 단순 실험 단계를 넘어 기업의 생산성 도구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AI 활용은 소프트웨어 개발, 콘텐츠 제작, 데이터 분석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기업 전략도 AI 중심으로 재편...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이어져
정부의 투자 확대와 산업 내 AI 확산으로 기업들의 전략도 변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HBM 등 AI용 메모리 생산 확대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26년도 생산 물량을 사실상 완판한 상태이고, 삼성전자도 2026년 고객 수요를 이미 확보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통신·IT 기업들은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과 AI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통신 3사는 ‘에이닷’, ‘믿:음’, ‘익시오’ 등 자체 개발한 AI를 활용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네이버의 ‘하이퍼클로바X’, 카카오의 ‘카나나’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도 거대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 역시 AI 기반 공정 자동화와 로봇 도입을 확대하며 생산 구조를 재편하는 흐름이다.
국민성장펀드가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 인프라 투자까지 포함하고 있는 점에서, 기업 투자 역시 제품 개발을 넘어 AI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국민성장펀드를 단순한 재정 정책이 아닌 산업 구조 전환을 촉진하는 국가 전략 투자로 평가한다. 정책 자금이 초기 리스크를 분담하고 민간 자금을 끌어들이는 구조는 과거보다 훨씬 큰 규모의 산업 재편을 가능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향후 경쟁력은 투자 규모와 인프라 구축 속도에 의해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정부의 150조 원 베팅이 실제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지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프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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