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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찜통더위도 못 막은 생계"···폭염과 사투 벌이는 노동자들

폭염중대경보가 연일 이어진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청 인근 인도 정비 작업장에서 현장 노동자가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마트 주차장·스팀세차·건설현장 구슬땀

폐지 1㎏ 60원...생계위해 거리에 선 노인

"쉬면 생계 악영향" 폭염보다 무거운 삶

광주특별시 생활밀착형 폭염 대응

폭염중대경보가 연일 이어진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청 인근 인도 정비 작업장에서 현장 노동자가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진 전남광주에서 생계를 위해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찜통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한 대형마트 지하주차장. 뜨거운 직사광선이 없는 지하지만 차량에서 내리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덮쳤다. 에어컨을 켜고 왔는데도 문을 여는 순간 수십대의 차량이 내뿜은 열기와 습한 공기에 숨을 턱 막혔다.

폭염중대경보가 연일 이어진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한 대형마트 지상주차장 스팀세차장에서 직원이 손님들이 맡긴 차량 세차를 진행 중이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주차장 한켠 스팀세차장에서는 스팀건이 하얀 수증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곳 대표 박모(54)씨는 세차를 마칠 때마다 에어컨이 켜진 사무실로 들어가 물을 들이킨다. 차량 한 대를 닦는 데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숨조차 잘 쉬어지지 않은 이곳에서 스팀이 뿜어질 때마다 작업장 안은 더욱 뜨거워졌다.

박씨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하루 평균 8~10대의 차량을 세차하는데 손님들이 많은 1시부터 4시까지가 피크 시간이다. 사무실 냉장고 안에 넥쿨러(냉감목걸이)를 넣어뒀는데 작업할때 걸리적거리고 귀찮아 더워도 그냥 참고 작업을 빨리 끝내자고만 생긱한다”며 “그나마 이곳은 환풍시설이 바로 옆에 있어 외부 공기가 들어오는 편이다. 뜨거운 공기지만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는게 어딘가. 환기가 잘되지 않는 지하주차장은 훨씬 답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공기에 노출된 지상주차장은 더 열악하다. 세차장 한쪽에서는 대형 선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갔지만 스팀건에서 뜨거운 증기가 뿜어지는 순간 금세 힘을 잃었다. 햇볕에 달궈진 차량에서 올라오는 복사열에 스팀까지 더해지면서 작업장은 순식간에 후텁지근해졌다.

남구청 인근 보도블록 정비 현장과 아파트 토목공사 현장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날 남구청 인근 일 최고기온은 36.7도까지 올랐으며 현장 노동자들은 쉬는 시간 해의 방향에 따라 그늘을 찾아 자리를 옮기며 휴식을 가졌다. 잠시 앉아 얼음물을 마시던 김재수(70)씨는 다시 안전모를 고쳐 쓰고 작업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덥다고 일을 안 할 수도 없지 않나. 물 자주 마시고 쉬엄쉬엄 하는 수밖에 없다”며 “오늘은 적어도 구름이 꽤 껴 있어서 작업 중에도 조금은 수월하다고 느낀다. 그제와 어제가 정말 말도 못할 정도로 숨이 막혔다”고 말했다.

인근 보도블록 정비 현장에서는 교통통제요원 홍신도(64)씨가 양손에 신호봉을 든 채 차량과 보행자를 번갈아 살폈다. 양손 모두 신호봉에 묶여 양산을 펼칠 엄두도 내지 못한채 뙤약볕을 그대로 맞고 있었다.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서 있던 홍씨는 “회사는 2시간마다 20분씩 휴식을 주고 얼음물과 음료를 지급하며 직원들의 어지럼증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고 있긴 하다”며 “그래도 더운건 어쩔 수 없다. 더워도 신호를 봐야 하니 자리를 비울 순 없다. 최대한 현장이 눈에 보이는 곳에서 휴식을 취할 수밖에 없다다. 그래도 해야 할 일이니까 해야된다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폭염중대경보가 연일 이어진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 중흥동에서 한 폐지수집 노인 김모(82)씨 폐지가 담긴 손수레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폭염에 취약한 폐지 수집 노인들도 이른 시간부터 손수레를 끌고 거리로 나선다. 폐지 매입가는 현재 1㎏당 60원 안팎이다. 25㎏을 모아도 1천500원, 50㎏을 모아도 3천원가량이다.

북구 중흥동에서 만난 김모(82)씨는 이날 골목 곳곳을 돌며 손수레에 종이상자를 눌러 담고 있었다. 불가마 같은 더위 속에서 김씨의 구명줄은 목에 건 선풍기와 땀을 훔칠 수건뿐이었다. 잠시 그늘에 멈춰 선 그는 연신 이마의 땀을 닦은 뒤 다시 손수레를 밀었다.

김씨는 “더우면 쉬어야 하는데 쉬면 그날 생활비가 없다”며 “오늘은 너무 더워 중간중간 쉬다 보니 평소보다 많이 못 모았다. 평소보다 절반도 채 안 될 것 같다. 어제는 비까지 내려 많이 못모으고 일찍 집에 들어갔는데 오늘까지 이래서 큰일이다”고 울상을 지었다..

일 최고기온 36.7도로 기록된 5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남구청 인근 아파트 토목공사 현장에서 노동자인 김재수(70)씨가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작업장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폭염이 장기화하자 전남광주통합특별시와 5개 자치구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는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비상 2단계로 격상하고 취약계층 안부 확인을 하루 1회에서 2회 이상으로 확대했다. 관급공사 현장에는 긴급 조치를 제외한 옥외 작업 중지를 지시하고 민간 사업장에도 작업 중지를 권고했다.

서구는 도심공원 8곳에 선풍기 18대를 추가 설치해 공원 쉼터 55곳의 선풍기 설치를 마쳤다. 동구는 산수동 푸른길공원 분수공원 일원 20m 구간에 쿨링포그를 설치했고 남구는 무더위쉼터로 지정된 경로당 246곳을 점검하고 독거노인과 야외 근로자에게 냉토시·넥쿨러 등 예방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북구는 노인·장애인 일자리와 공공근로 참여자 5천여명의 야외 작업을 중단하고 관급공사 옥외 작업도 중지했다. 광산구는 폭염 취약 시간대 농촌 예찰을 강화하고 축사 환풍기와 고온 스트레스 완화제를 지원하는 한편, 이동노동자 쉼터 운영과 건설현장 온열질환 예방 점검도 확대하고 있다.

박소영기자 psy1@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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