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앵커멘트 】
코스피가 6천 선을 넘으며 레벨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장 안에는 오래된 구조적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바로 중복상장 문제인데요.
오늘 한국거래소가 이 문제를 손보기 위한 세미나를 열었습니다.
단순한 제도 정비가 아니라 한국 자본시장의 체질 자체를 바꾸는 시도라는 평가도 나오는데요.
오늘 대담에서는 중복상장 이슈를 집중적으로 짚어보겠습니다.
현연수 기자 안녕하세요.
【 기자 】
네, 안녕하세요.
【 앵커멘트 】
먼저 중복상장이 왜 문제인지부터 짚어주시죠.
이익이 부풀려지면서 증시 밸류에이션 자체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 기자 】
네, 최근 나온 분석 중에 주목할 만한 수치가 있습니다.
올해 코스피 연간 예상 순이익 컨센서스는 491조 원인데요.
신한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이 중 12%에 달하는 약 59조 원이 중복상장에 따른 더블카운팅, 즉 허수 이익으로 집계됐습니다.
중복상장 구조에서는 자회사 이익이 모회사 재무제표에 지분법 이익으로 다시 잡히면서 같은 이익이 두 번 계산되는 착시 현상이 생깁니다.
대표적으로 반도체와 바이오, 방산 등 고성장 자회사를 거느린 대기업 지주사들이 이 구조에 해당합니다.
▶ 인터뷰 : 나현승 /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자회사가 이익을 한 번 발생시키면 그 이익이 여러 회사에 반영됨으로써, 그 이익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거나 특히 모회사의 가치에 온전히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문제들이 있었고요."
이런 구조는 한국 증시 전반의 밸류에이션 착시로도 이어집니다.
코스피의 명목 주가수익비율, PER은 8.8배지만 더블카운팅을 제거하면 실질 PER은 10.1배까지 올라가는데요.
와
를 뺀 나머지 코스피 기업만 놓고 보면 명목 PER 13.6배에서 실질 PER은 19.6배까지 뛰어오릅니다.
즉 한국 증시가 저평가됐다는 인식과 달리 실제로는 고평가됐다는 이유로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 심리를 소극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 앵커멘트 】
결국 더블카운팅이 증시 전반의 왜곡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건데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늘 한국거래소에서 중복상장 제도 개선을 위한 세미나가 열렸는데, 어떤 방향이 제시됐나요?
【 기자 】
네, 오늘 세미나는 한국거래소가 중복상장 심사기준을 시장에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였습니다.
핵심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는 허용하는 체계로의 전환이었습니다.
▶ 인터뷰 : 이억원 / 금융위원장
- "정부는 중복 상장에 대해 엄정하고 합리적인 심사 기준을 도입해 원칙 금지·예외 허용 기조를 정립해 나가겠습니다."
지금까지는 분할 후 쪼개기 상장에 대해서만 주주 보호 노력을 이행할 것이라는 다소추상적인 기준만 있었습니다.
앞으로는 분할뿐 아니라 인수·신설 자회사, 나아가 손자회사까지 실질적인 지배관계가 있으면 모두 중복상장 심사 대상으로 보게 됩니다.
심사 기준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영업 독립성과 경영 독립성, 그리고 투자자 보호입니다.
▶ 인터뷰 : 임흥택 /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무
- "자회사의 주된 영업이 모회사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인가, 자회사의 의사 결정 및 지배구조가 독립적인가, 그리고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회사 상장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주주 소통과 보호 노력을 충실하게 이행했는가 등이 핵심적인 기준입니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상장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세부 기준은 이번 의견수렴을 거쳐 올해 2분기 내 거래소 규정 개정으로 확정될 예정입니다.
【 앵커멘트 】
제도 변화가 본격화되면서 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죠.
실제로 IPO 시장에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요?
【 기자 】
네, 이미 시장에서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번 달 들어 상장했거나 상장을 앞둔 기업은 스팩을 제외하고 단 2곳에 그치고 있습니다.
지난달 8개 기업이 신규 상장한 것과 비교하면 시장 온도가 급격히 낮아진 셈입니다.
물론 중동 리스크와 증시 변동성 확대도 영향을 미쳤지만, 중복상장 규제 강화가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로보틱스, 한화에너지, SK에코플랜트 등 대어급 후보군이 줄줄이 상장 일정을 재검토하면서 시장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입니다.
벤처캐피탈 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VC 입장에서는 스타트업을 인수한 뒤 자회사로 키워 상장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엑시트 전략이었는데, 이 경로가 사실상 막히게 됐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안상준 /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부회장
- "M&A 시장이 상당히 위축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압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벤처기업들이 자금 조달 내지는 글로벌하게 경쟁력을 얻을 수 있는 부분에서도 상당히 문제가 있을 것으로 우려가 되는 부분이고요."
정부 자금으로 조성된 벤처 펀드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핵심 경로도 함께 막히면서 벤처 생태계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 앵커멘트 】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데요.
사실 이런 중복상장 문제, 한국보다 먼저 겪고 해결한 나라가 있습니다.
일본 사례인데요, 어떻게 풀어냈나요?
【 기자 】
네, 일본은 한국과 판박이 구조였습니다.
2000년대 초 이른바 '오야코상장', 우리말로 모자회사 동시 상장이 급증하면서 모회사 주가 디스카운트와 소액주주 피해가 만성화됐습니다.
전환점은 일본 밸류업 정책이 시작됐던 2012년부터입니다.
법이나 강제 규제가 아닌 시장 주도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했는데요.
일본 금융청과 도쿄증권거래소가 직접 나섰습니다.
2019년 경제산업성이 모자회사 간 의사결정 독립성을 공식 요구했고, 2023년에는 도쿄거래소가 PBR 1배 미만 기업에 기업가치 개선 계획 공시를 요구했습니다.
이를 이행하지 않은 기업은 명단을 공개해 압박했습니다.
그 결과 상장 자회사 수가 2007년 467개에서 지난해 기준 215개로 절반 이상 줄었습니다.
▶ 인터뷰 : 이창환 / 얼라인파트너스 대표
- "일본은 중복 상장 구조를 거래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해소해 왔습니다. 핵심 포인트는 기존 중복 상장도 문제라고 보고 매년 숫자를 발표하면서 줄여 왔다는 것입니다."
히타치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2009년 당시 상장 자회사가 22개에 달했지만 현재는 단 1개만 남아 있습니다.
히타치금속, 히타치건설 등을 순차적으로 완전 자회사화하거나 매각하면서 중복상장을 모두 해소했고, ROE와 PBR이 대폭 개선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뒤따랐습니다.
이 기간동안 닛케이225 지수는 1만5천 선에서 6만 선을 바라보는 수준으로 4배 가까이 상승했습니다.
【 앵커멘트 】
일본이 20년에 걸쳐 이뤄낸 변화인데요.
이 사례가 시사하는 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이 같은 길을 걷게 된다면 우리 증시엔 어떤 효과가 기대됩니까?
【 기자 】
시장에서는 상당히 긍정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 내 저평가된 지주사 40개의 PBR이 자회사 평균 수준으로만 정상화되면, 이들의 시총이 219조 원에서 516조 원으로 약 298조 원 급증할 수 있다는 추산이 나옵니다.
중복상장 해소로 더블카운팅이 사라지면 지주사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자회사로 분산됐던 투자 자금이 모회사로 집중되는 효과도 기대됩니다.
다만 넘어야 할 변수도 있습니다.
일부 기업들이 국내 규제를 피해 해외 거래소에 자회사를 상장하는 우회로를 택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정부는 해외 상장의 경우에도 모회사 이사회에 주주 충실의무를 부여해 규율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결국 예외 기준이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되느냐가 이 제도의 실
을 가르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멘트 】
중복상장 문제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누며 한국 자본시장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현 기자,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기자 】
네, 감사합니다.
[ 현연수 기자 / ephalon@mk.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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