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 시간)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한 일본 구마모토현 가시마시의 대형 쇼핑몰인 이온몰이 무너져있다. 현지 TBS 방송은 구마모토현 경찰을 인용해 붕괴된 이온몰 안에서 상당수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일본 규슈 서부 구마모토현에서 규모 7.1의 강진이 발생해 규슈 전역을 비롯한 인근 지역을 뒤흔들었다.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이후 약 10년 만에 해당 지역에서 다시 진도 7의 흔들림이 관측되면서 수만 가구가 정전되고 도로와 건물이 파손되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특히 대형 쇼핑몰이 붕괴되면서 수십명 이상 대규모 인명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비상 대응 체제를 가동했고 TSMC와 소니, 혼다 등 주요 기업들도 공장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설비 점검에 들어갔다.
28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27분께 구마모토현 우키시 인근에서 규모 7.1의 지진이 발생했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 규모를 7.1로 발표했으며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는 6.8,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초기 7.1에서 6.8로 수정했다.
EMSC에 따르면 진앙은 후쿠오카시에서 남남동쪽으로 106㎞, 구마모토시에서는 남남동쪽으로 약 14㎞ 떨어진 지점이다. NHK와 교도통신은 진원의 깊이가 약 10㎞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일본 기상청은 지진 직후 최대 높이 1m의 쓰나미가 발생할 수 있다며 경보를 발령했지만, 이후 추가 위험이 크지 않다고 판단해 이를 해제했다.
일본에서 진도 7이 관측된 것은 2024년 1월 노토반도 지진 이후 처음이며 구마모토현에서는 2016년 구마모토 지진 이후 약 10년 만이다. 진도 7은 고정되지 않은 가구 대부분이 넘어지고 사람이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흔들림을 뜻한다.
지진의 여파는 주변국에서도 감지됐다. 진앙에서 약 900㎞ 떨어진 상하이를 비롯한 중국 동부 지역에서도 건물이 흔들렸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한국에서도 부산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흔들림을 느꼈다는 신고가 약 760건 접수됐다.
일본 정부는 즉각 비상 대응에 돌입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진 발생 직후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인명 구조와 응급 복구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하지만 현지에서는 처참한 피해 상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구마모토현 가시마마치의 대형 쇼핑시설인 이온몰에서는 지진 직후 폭발이 발생해 건물 일부가 붕괴됐다. NHK에 따르면 오후 6시께 “폭발음과 함께 흰 연기가 치솟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으며 사고 직후 20~30명의 연락이 두절되는 등 다수의 사람이 건물 내부에 갇힌 것으로 전해졌다. TBS는 구마모토현 경찰을 인용해 붕괴된 이온몰 내부에서 상당수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인근을 지나던 한 택시 운전사는 “진동과 함께 ‘펑’ 하는 소리가 난 뒤 이온몰 외벽이 날아갔다”고 증언했다. 또 다른 회사원은 “지진 발생 30~40분 뒤 큰 폭발음이 들렸고 회사 밖으로 나가 보니 이온몰 건물에서 회색 연기가 피어오르고 하얀 재 같은 잔해가 떨어져 쌓이고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날 강진으로 야쓰시로시에서는 주택이 붕괴돼 건물 내부에서 발견된 1명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또 지진으로 파손된 다른 주택에 거주하던 일가족 4명과는 연락이 끊긴 상태다. 구마모토현 지역 의료센터에는 이날 오후 7시 기준 최소 90명이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며 사상자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피해는 구마모토현 전체로 번지고 있다. 서일본 고속도로에 따르면, 지진으로 인해 구마모토현 마쓰하시와 야츠시로 교차로 사이 도로 표면이 융기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NHK는 인근 고가 도로 접합부가 계단처럼 끊어진 영상을 공개했다. 철도 운행이 중단되고 항공편도 잇따라 결항하거나 회항했다.
기상 상황이 악화하면서 구조 작업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마모토현을 포함한 북부 규슈에서는 29일 번개와 강한 돌풍을 동반한 갑작스러운 폭우에 주의하라는 기상 예보가 내려졌다.
산업계도 긴장 속에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구마모토현은 TSMC를 비롯해 이미지센서와 반도체 업체가 밀집한 곳이다. 생산시설 피해가 확대될 경우 일본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 반도체 공장을 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는 직원들을 야외로 대피시킨 뒤 생산설비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현재까지 구마모토 TSMC 공장과 관련한 피해 보고는 없다”고 말했다.
소니그룹도 기쿠요마치와 고시시에 있는 이미지센서 공장에서 직원들의 안전과 시설 피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후지필름은 기쿠요마치의 디스플레이·반도체 소재 생산거점에서 직원 전원을 대피시켰으며, 혼다는 구마모토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 안전성 점검에 나섰다.
규슈 지역 원전에서는 현재까지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규슈 지역 원전에서 지진에 따른 피해나 안전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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