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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직설]각료끼리 다툴 일이 맞나요?

좋은 비유 한 대목이 숱한 논리보다 명쾌할 때가 있다. 그만큼 좋은 비유를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각료들끼리 한번 다퉈보라.” 이 말을 듣고 좋은 비유를 떠올려보려고 며칠 애썼는데 잘되지 않았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 말이다.

[직설]각료끼리 다툴 일이 맞나요?

좋은 비유 한 대목이 숱한 논리보다 명쾌할 때가 있다. 그만큼 좋은 비유를 한다는 게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각료들끼리 한번 다퉈보라.” 이 말을 듣고 좋은 비유를 떠올려보려고 며칠 애썼는데 잘되지 않았다. 지난 11일 국무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 말이다. 호남 반도체 메가특구에 대한 ‘주 최대 52시간’ 노동제 예외 적용,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산업 성과 배분 등 사안에 산업통상부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의견이 갈리자 “각료들이 논쟁하고 다퉈야 국민들이 다투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제안했다고 한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정부의 모습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편했다. 그 이유를 잘 표현해보려 했지만 기껏 떠올린 것이라곤, 친구가 내 물건을 자기 것이라 우기는데 선생님이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사람이 가지라”고 중재하는 상황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달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한 토론회에서 꺼낸 비유를 뒤늦게 접하고 무릎을 쳤다. “AI 혁명 시대에 기업 이익을 미래를 위한 투자로 바꾸어야 하는” 이유를 성경 창세기의 요셉 상황에 빗대 설명한 것이다. 요셉은 7년간의 풍년 기간에 곡식을 비축했지만 그러지 않은 사람들은 이어진 7년의 흉년 동안 요셉과 이집트에 무릎을 꿇고 곡식을 빌려야 했다는 내용이다. 이 비유를 보고서야 지금 이 사안의 핵심이 비로소 이해됐다. 다만, 김 장관이 의도한 대로는 아니었다.

7년간의 풍작 때 요셉은 이집트 파라오가 임명한 관리였다. 그가 곡식을 잘 징수하고 비축한 덕분에 흉년 기간 백성들이 덜 굶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요셉을 모르는’ 시대의 파라오는 이스라엘 백성에게 고된 일을 시키며 휴식일도 주지 않고, 벽돌 재료인 짚 지급을 중단하면서 생산량은 그대로 맞추라는 무리한 지시를 한다. 이후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지도자 모세가 ‘종살이하던 시절을 잊지 말라’며 당부한 말이 있다. “안식일을 지키라”는 것과 남종이나 여종도 마찬가지로 쉬게 하라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요셉이 한 일의 의미가 다르게 다가온다. 요셉은 풍년 뒤에 긴 흉년이 올 줄 알았지만 백성의 휴식일을 빼앗거나 무리한 노동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원을 잘 관리하고 배분했을 뿐이다. 모세는 왜 종들도 주인과 똑같이 쉬어야 한다고 했을까? 인간의 노동에는 신분과 관계없이 지켜져야 할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일깨운 것이다.

반도체와 AI가 아무리 대단해도 결국 사람을 위한 기술이다. 사람에게 이익을 주지 않는다면 이 산업이 아무리 부흥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무엇보다 ‘주 최대 52시간’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근로조건의 기준을 법률로 정하라는 헌법 제32조 제3항에 따라 정해진 기준선이다. 따라서, 이 선을 지켜야 한다는 쪽과 특정 산업을 부흥시키자는 주장이 맞선다면 가치의 비교불가능성(incommensurability)에 해당하므로 논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 각료끼리 다퉈서 정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정 논쟁이 하고 싶다면 ‘AI 혁명’이 그토록 중요하다면서 왜 인력을 더 고용해 대비할 수는 없는지, 노동자의 휴식과 건강, 가족과 사회를 위해 써야 할 시간을 빼앗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부터 답해야 할 것이다.

황세원 일in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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