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정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6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개각을 단행했다. 부동산 민심 악화에 대응해 경제 부처 수장을 바꾸는 동시에 친문계와 범여권 인사를 끌어안아 국정 동력을 확보하려는 인사로 풀이된다. 다만 기존 정책 기조는 유지한 만큼, 지지율 반등 여부는 부동산과 민생 분야의 성과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30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에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을 지명했다.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로는 홍지선 국토부 2차관을 발탁했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는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는 강신철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을 낙점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각각 중소벤처기업부와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번 개각은 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진 시점에 이뤄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25∼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42%로 취임 후 가장 낮았다. 부정 평가는 50%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각각 45%로 같았던 긍정·부정 평가의 격차도 8%포인트로 벌어졌다. 조사는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부동산 정책이 27%로 가장 많았다. 검찰 권한 축소와 경제·민생, 도덕성 문제·본인 재판 회피가 각각 7%로 뒤를 이었다. 이번 개각이 부동산 민심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대통령도 이날 부동산 정책의 속도와 성과를 강조했다. 수도권 주택을 조기에 대량 공급하는 동시에 금융·세제 개혁으로 투기 수요를 억제하겠다고 밝혔다. 집값이 급락할 경우 일정 기준 이하의 주택을 공공이 대량 매입하는 방안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는 금융, 세제 개혁은 물론이고 주택 공급 물량 확대와 신속한 공급에 국가 역량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미 권력을 쟁취한 자의 몫은 실천과 성과”라며 민생 성과와 국정 수행 능력이 국민의 신임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구상을 실행할 경제 부처 인선에서는 쇄신과 연속성을 함께 고려한 흔적이 드러난다. 재경부와 국토부 장관을 바꾸면서도 후보자는 모두 현직 차관으로 채웠다. 이형일 후보자는 이재명 정부의 경제정책과 세제 개편에 관여했다. 홍지선 후보자는 이 대통령의 경기지사 재임 당시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을 맡아 기본주택 정책을 설계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과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등 경제 참모진이 교체 대상에서 빠진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경제정책의 방향을 바꾸기보다 기존 정책의 추진 속도를 높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주택 공급 확대와 세제 개편 과정에서 발생한 혼선을 줄이는 동시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내는 것이 새 경제팀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윗줄 왼쪽부터) 재정경재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이형일 1차관, 법무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김승원 의원, 국방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강신철 전 연합사 부사령관. (아랫줄 왼쪽부터)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국토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홍지선 2차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로 지명된 민주당 이소영 의원. 청와대 제공
범여권 끌어안아 지지층 결집…중도 확장은 과제
정치적으로는 범여권 결집 의도가 두드러진다. 김승원 후보자는 민주당 내에서 검찰개혁 강경파로 분류된다. 용혜인 후보자와 이해민 신임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각각 기본소득당과 조국혁신당 소속이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도 대통령 정무특보로 국정에 합류했다.
집권 초반 보수 인사까지 기용하며 중도 확장에 나섰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민주당 강경파와 친문계, 범여권 정당을 두루 끌어안았다. 개혁 속도를 둘러싼 여권 내부의 갈등을 줄이고 핵심 지지층의 이탈을 막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다만 핵심 지지층 결집이 곧바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이 대통령 사건의 공소취소를 주장해 온 김승원 후보자의 지명은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지지층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대통령 사법리스크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 중도층 확장에는 부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젊은 정치인을 전면에 배치한 점도 특징이다. 이소영 후보자는 1985년생, 용혜인 후보자는 1990년생이다. 두 후보자 가운데 한 명이라도 임명되면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연소 장관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정책 수요가 빠르게 변하는 중소·벤처와 성평등·가족 분야에 젊은 세대의 감각을 반영하려는 인사로 보인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번 개각이 정책 실패에 따른 문책성 인사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강 실장은 “전임 장관에 대한 평가 여부 때문에 신임 장관을 뽑고 꼭 그런 건 아니다”라며 “실행 역량을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인사는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를 더 빠르게 끌어내고 더 넓게 확산하기 위해서 오직 실력 중심의 인사를 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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