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준 경제부장
이호준 경제부장
삼성전자가 2026년 1분기 영업이익이 57조2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75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133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68.1% 늘었다.
분기 매출과 영업익 모두 역대 최대치다. 지난해 4분기 매출 93조8천374억원, 영업익 20조737억원으로 세운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한번 넘어섰다. 분기 기준 매출이 100조원, 영업익이 50조원을 넘은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반도체 업황의 부활과 인공지능(AI) 열풍이 만들어낸 ‘반도체 초호황’의 결과물이다. 숫자로만 보면 대한민국 경제는 유례없는 축제의 시간을 보내야 마땅하다.
그러나 거대 기업의 독주 뒤에 가려진 우리 경제의 ‘체력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우려스러운 지점은 산업생태계의 극심한 불균형이다. 이번 실적의 대부분은 메모리반도체에서 나왔다. 삼성 내부에서도 반도체를 제외한 가전·모바일 부문의 성장은 정체기에 머물러 있다.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수많은 중소 제조 기업은 고금리와 원자재 가격 상승, 그리고 인력난이라는 삼중고 속에서 생존 투쟁 중이다. 삼성전자의 실적 그래프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때 도내 부품·장비 협력사들의 영업이익률은 오히려 제자리걸음이거나 하락하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거인의 성장이 주변의 숲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양분을 독식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호성이 아니라 냉정한 진단이다. 거대 기업의 낙수효과가 멈춘 곳은 어디인지, 반도체의 그늘에 가려진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절규는 무엇인지 촘촘히 훑어야 한다. 삼성전자의 실적 서프라이즈가 우리 경제의 ‘진짜 실력’이라는 착각에 빠지는 순간, 우리는 가장 위험한 독배를 마시는 셈이 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