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마항쟁 헌법 전문 수록·균형발전 구상 제시
경남, KIAT·KOTRA 등 40개 기관 유치 추진
한국남동발전 통합본사 진주 존치 현안으로
지방시대위원장 공석…지역 이해 조율 숙제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오전 취임 후 일곱번째 기자회견이 열린 청와대 영빈관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은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취임 후 일곱 번째 회견에 나선 이 대통령은 100분 동안 서서 기자들 질문에 답했다. 대통령과 기자들 사이 거리도 기존 2.5m에서 1.5m로 좁혔다. 국민 목소리를 더 가까이 듣겠다는 취지였다.
애초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회견은 30분 늦게 시작했다. 청와대는 이 대통령이 직전까지 모두발언을 직접 고치느라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달랐던 것은 회견 시작 시간만이 아니었다. 이 대통령은 좀처럼 웃지 않았다. 농담도 하지 않았다. 예정 시간을 넘겨 추가 질문을 받던 모습도 이번에는 없었다.
6.3 지방선거 후 갈라진 민심을 두고는 “모두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몸을 낮췄다. 연임 개헌과 공소 취소, 호르무즈 파병 등 현안에는 비교적 분명한 견해를 내놨다. 정치적 논란에 대통령이 직접 답하면서 국정 무게중심을 민생과 정책 성과로 옮기려는 모습이었다.
이재명 대통령 기자회견 생중계 방송이 18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점 딜링룸을 통해 송출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에서 귀 기울일 내용도 적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1987년 헌법을 시대 변화에 맞게 손질할 필요성을 강조하며 부산·마산민주항쟁(부마항쟁)과 5.18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방안을 제시했다. 대통령 권한 일부를 국회와 지방정부로 나누고 국민 기본권을 강화하는 방향도 거론했다.
이 대통령은 또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과 국토 균형발전을 주요 국정 과제로 다시 꺼냈다. 수도권 집중을 부동산 문제 근본 원인으로 짚으면서 “기업과 재정을 지역으로 분산하고 국가 공공기관도 최대한 지역으로 옮기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2차 이전을 기다린 경남으로서는 반가운 발언이다. 경남도 주요 과제에도 ‘핵심 공공기관 경남 이전’이 주요 현안으로 올라 있다. 앞서 도는 이전 요구 기관과 더불어 방위·원전·우주항공·조선 등 경남 주력산업과 연계해 이전 대상을 정해야 한다는 논리를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했다. 도가 점찍은 이전 요구 기관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비롯해 한국환경공단·한국마사회 등 모두 40곳이다.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일곱번째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이 취재진에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남에는 새 기관을 끌어오는 일만큼이나 기존 기관을 지켜야 하는 문제도 놓여 있다. 이에 도는 남동발전 발전설비 규모와 부산·울산·전남 등 다른 발전공기업 소재 지역과 접근성을 근거로 통합 발전공기업 본사를 진주에 둬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한국남동발전 등 발전공기업 5개사를 합친 뒤 본사가 어디에 자리 잡을지는 불투명하다. 만약 수도권 공공기관 추가 이전 과정에서 진주혁신도시에 있는 남동발전 본사 기능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간다면, 혁신도시 강화와 균형발전 취지가 퇴색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18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 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회견에서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을 말했지만, 이를 이끌 체계에 빈자리가 있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장은 김경수 전 위원장이 지난 3월 지방선거 출마차 물러나고 나서 지금까지 공석이다. 5극 3특과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굵직한 균형발전 정책이 추진되는 상황에서 위원회 수장이 반년 넘게 비어 있는 셈이다. 지역마다 원하는 공공기관이 다르고 발전공기업 통합처럼 지역 간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일이 생겼지만, 긴밀하게 조율할 사람이 없다.
후임 지방시대위원장이 마주할 지역 현안도 복잡하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기다리는 비수도권 시도마다 지역 산업과 접목한 유치 논리를 펴고 있다. 발전공기업 통합본사를 놓고도 기존 발전사 소재 지역 이해관계가 엇갈린다. 경남만 해도 핵심 공공기관 유치와 국가 연구·개발 기관 확보, 기존 이전기관 기능 유지, 발전공기업 통합본사 진주 유치까지 요구가 여러 갈래다.
이재명 대통령이 1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와중에 나온 “공공기관을 최대한 지역으로 옮기겠다”라는 대통령 말은 큰 방향만 보여줬을 뿐이다. 어느 기관을 어디로 보낼지 기준은 드러나지 않는다.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열린 회견이므로 연임 개헌과 공소 취소, 파병, 인사 등 정치 현안에 초점이 맞춰졌고, 균형발전 정책을 설명할 기회도 많지 않았다. 회견 당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37%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지역에서는 균형발전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가 큰 관심사다. 정부는 앞으로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과 규모, 배치 기준을 내놓아야 한다. 회견에서 밝힌 말이 선언에 그칠지, 실제 기관 배치로 균형발전이 구체화할 수 있을지는 이 과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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