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갈등에 묻힌 교육행정
도선인 정치부 기자
2026년 10월 18일(일) 20:05
전남광주시 출범 이후 첫 시정·교육행정 질문이 지난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진행됐다. 이번 시정질의는 행정통합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고, 서로 다른 행정체계가 하나로 묶인 뒤 시민의 삶에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 따져 묻는 자리였다.
하지만 나흘간의 질의에서 도드라진 것은 통합의 미래보다 지역 간 이해관계와 의원들 사이의 갈등이었다. 통합특별시의회가 출범 후 처음으로 시정과 교육행정 전반을 들여다보는 무대였지만, 정작 통합의 방향을 함께 설계하기보다는 지역별 현안을 둘러싼 공방에 무게가 실렸다.
대표적인 쟁점은 국립의대 후보대학 선정과 조직개편이었다. 외부 용역을 거쳐 순천대가 후보대학으로 선정된 문제를 놓고 목포권을 비롯한 서부권 의원들은 날선 공세가 이어졌다. 조직개편을 두고도 청사별 기능과 인력 배치를 둘러싼 서부권 의원들의 온도 차가 드러났다. 어느 권역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느냐는 해묵은 질문이 의회 안에서 되풀이 됐다.
이번 시정질의에 참여한 의원 27명 가운데 목포권 의원 5명 전원을 포함해 서부권 의원 10명이 질의에 나섰다. 비례대표 의원 중 목포 출신 2명도 서남권 의료 공백과 국립의대 문제를 거론했다. 관련 질의에 나선 의원은 모두 12명으로, 전체 참여 의원의 44.4%에 달한다.
지역 갈등이 시정질의를 집어삼키는 동안 교육행정은 뒷전으로 밀렸다. 나흘간 의원 27명이 질의에 쓴 시간은 모두 16시간 49분 33초. 이 가운데 민형배 시장의 출석 시간은 10시간 2분 53초였지만, 김대중 교육감은 1시간 29분 3초에 그쳤다. 둘째 날에는 김 교육감이 한 차례도 등장하지 않았다.
교육 현안이 없어서가 아니다. 통합 이후 교육행정에서도 풀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서로 다른 교육청의 정책과 예산을 어떻게 조정할지, 지역별 교육격차를 어떻게 줄일지,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와 교육재정의 변화를 어떻게 감당할지 모두 통합의 성패와 맞닿아 있다.
교육행정 질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석주 의원은 여수 웅천지구의 고교 부지 장기 미활용을 지적하며 동부권 과학고 신설을 제안했다. 신연순 의원은 교육공무직 맞춤형복지비의 형평성, 대규모 학교의 급식 인력 배치, 보육대체교사 처우 개선 등을 따져 물었다. 정희선 의원은 순천 신대지구의 학령인구 증가에 따른 학교 부족 문제를 제기했다. 모두 통합 이후 교육행정이 외면할 수 없는 과제들이다.
그럼에도 교육행정 전반을 관통하는 질문은 충분히 부각되지 못했다. 통합특별시의 교육은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가. 광주와 전남의 교육정책을 단순히 합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 지역별 교육 여건과 재정 격차를 어떤 원칙으로 조정할 것인가. 이런 질문들이 지역 현안을 둘러싼 공방만큼 무게 있게 다뤄졌는지 되물을 수밖에 없다.
의회는 앞으로 4년 동안 통합의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것은 지방의원의 당연한 책무이지만, 의회가 특정 권역의 이해를 전달하는 창구에 머문다면 통합의 의미는 퇴색할 수밖에 없다. 지역의 요구를 모으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특별시 전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통합의회에 주어진 역할이다.
의회가 권역별 요구를 둘러싼 공방에 머물지, 지역의 경계를 넘어 전남광주의 청사진을 함께 그려갈지는 이제부터의 선택에 달렸다.
/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