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국제팩트체킹의 날’ 맞아 IFCN 팩트체커 현황 보고서 발간
매년 4월 1일은 만우절이다. 크고 작은 농담들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하루다. 만우절 다음날인 4월 2일은
‘국제 팩트체킹의 날’(International Fact Checking Day)
이다. 전세계 팩트체크기관의 연대 기구인 국제팩트체킹연맹(International Fact Checking Network, 이하 IFCN)이 허위조작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한 팩트체커들의 노력을 알리고 사실을 지지하는 것은, 기자나 팩트체커만의 일이 아니라 시민 공통의 책임이라는 점을 일깨우기 위해 2016년에 지정했고 2017년에 처음 기념했다.
IFCN의 로고. IFCN 누리집 갈무리
매년 국제팩트체킹의 날이 되면 IFCN은 전 세계 팩트체크 기관의 현황을 알리는 ‘팩트체커 현황 보고서’(State of the Fact-Checkers Report)를 발간한다. 2일 세계협정시(UTC) 오후 1시(한국시간 2일 오후 10시)에 맞춰 전 세계 동시 공개된 ‘2025년 팩트체커 현황 보고서’는 각국의 팩트체크 기관들이 대면하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에게 다가가는 방식을 다원화해 이용자층을 확대하고 있는 팩트체커들의 지속적인 노력을 담고 있다.
2025년 6월,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글로벌팩트 12' 컨퍼런스에서 언론인이자 IFCN 자문위원이었던 로라 좀머(가운데)가 패널로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포인터(Poynter) 누리집 갈무리
이번 보고서는 IFCN이 지난달 3일부터 15일까지 총 71개국 141개 팩트체크 기관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조사에 참여한 팩트체크 기관은 모두 IFCN의 준칙(Code of Principles)을 지키는 서명기관(signatory) 들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팩트체크 기관들은 재정적인 압박 속에서 지속가능성의 위기를 겪고 있다. 45.3%의 기관에서 수익이 감소했고 전체 기관의 76%가 재정적으로 취약한 상태로 한 해를 보냈다. 10곳 중 3곳 꼴로 정부 당국의 압력이나 간섭을 경험했고, 20.4%의 기관이 법적 소송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62%의 기관이 독자층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2025년, 팩트체커들이 집중한 주제는?
2025년에도 대부분의 팩트체크 기관들은 정치적 주제와 비정치적 주제를 모두 다루었다. 그러나 2025년에는 주제별로 살펴보았을 때 전반적으로 팩트체크 범위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귀하의 기관은 2025년에 어떤 주제를 팩트체크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에서 ‘사회 이슈’(Social Issue)는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로 꼽혔지만 지난해 93.4%에 비해 89.8%로 하락했다. 특히 ‘기후 과학’(Climate Science) 분야는 약 20%포인트(p)나 급감했고 ‘역사적 주장’(Historical Claims)도 비슷한 수치로 줄어들었다. 보고서를 집필한 IFCN은 이러한 추세가 재정위기 등 자원 축소로 인한 전반적인 활동 위축인지, 아니면 의도적인 범위 축소인지는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세계 각국의 팩트체크 기관들은 사회 문제와 선거 및 정치적 주장, 공중 보건 주제를 주로 검증했다. 그래픽 유영주
팩트체커들이 매일 마주하는 허위 정보의 출처는 어디일까. 압도적 1위는 메타(Meta) 플랫폼이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스레드 등 메타 계열을 주요 출처로 꼽은 기관이 전체의 78.1%에 달했다. 그 뒤로 X(구 트위터) 59.9%, 틱톡 59.1%가 뒤따랐고, 유튜브(24.8%)와 텔레그램(13.9%)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했다. 허위 정보의 주요 유통 경로는 대형 SNS 플랫폼에 집중되어 있었다.
재정적 압박 속 심화된 위기
지난해 1월 메타(META)는 제3자 팩트체킹(Third Party Fact Checking·3PFC) 프로그램을 미국에서 중단했다. 메타의 제3자 팩트체킹 프로그램은 세계 각국의 IFCN 서명기관이 페이스북,인스타그램,스레드 등 메타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찾아낸 허위정보에 대한 팩트체크 결과를 노출하고, 이를 알고리즘에 적용하는 프로그램이다. 3PFC에 참여한 기관은 메타로부터 활동에 대한 보상을 얻었고 이는 재정이 취약한 팩트체크 기관에는 주요 수익원이 되어왔다.
2025년 팩트체크 기관들의 최대 수입원(Revenue Sources)은 보조금(Grant)이었다. 그래픽 유영주
이번 IFCN의 보고서는, 메타의 철수가 팩트체크 기관들에 재정적 위협이 될 것으로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되었음을 보여줬다. 메타의 3PFC 중단이 현재까지는 미국에 국한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각종 기관으로부터 받는 보조금(Grant)이 메타의 3PFC 참여를 통한 수익창출을 제치고 조사대상 팩트체크 기관들의 최대 수익원으로 떠올랐다. 수익원 구조를 묻는 문항에 응답한 137개 기관의 2025년 전체 수입 중,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의 기관별 평균은 46.2%, 메타의 3PFC는 34.3%였다. 메타의 3PFC 비중은 2024년에는 45.5%였다. 메타의 3PFC뿐만이 아니었다. 기부, 멤버십, 광고 등 기존의 다른 수입원 비중 역시 함께 감소했다. 트럼프 정부의 미국국제개발처(USAID)가 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에서 미디어 지원을 줄이며 전 세계적으로 팩트체킹 기관들이 추가적인 재정 압박을 받게 됐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전체 기관의 56.9%가 수입의 절반 이상을 보조금 등의 단일 수익원에 의존하는 구조가 됐다. 팩트체크 기관들에 가해지는 자금 압박이 전년도에 비해 한층 더 심화된 것이다.
팩트체크 기관들은 가장 어려운 과제를 ‘자금 조달 및 재정성’으로 꼽았다. 그래픽 유영주
IFCN의 보고서에는 올해 기관의 재정 상태에 관한 질문이 새로 추가됐는데, 응답 결과는 팩트체크 기관이 처한 재정난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전체 기관의 76%가 현재 자신들의 재무 상태가 취약(vulnerable)하거나 위기(crisis)라고 답했다. 운영 중이긴 하지만 취약한 재정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6개월 이내에 폐쇄될 수 있을 정도로 금전적 위기에 처했다는 의미다. 137개 기관 중 단 22.6%만이 ‘지속 가능’(Sustainable)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팩트체크 기관들이 맞닥뜨린 위기는 재정 문제뿐만이 아니었다. 이들은 외부의 괴롭힘(Harassment)과 정부의 압박(Government pressure)도 마주해야 했다. 응답한 137개 기관 중 65%가 팩트체크 결과 보도로 인해 괴롭힘이나 위협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는 2024년의 78%보다 감소한 추세지만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응답한 기관 중 24.1%는 2024년에 비해 괴롭힘이나 위협(threats)의 빈도(frequency)가 증가했다고 답변했기 때문이다.
괴롭힘의 대상은 팩트체크 기관의 개별 구성원이나 기관 전체였다. 후속 질문에 응답한 91개 기관 중 80.2%가 개별 직원이 표적(Target)이 되었다고 했고 79.1%는 조직 전체가 표적이 됐다고 답했다. 페이스북, 이메일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한 괴롭힘이 가장 흔하게 이루어졌고, 이 과정에서 공격을 피하기 위해 바이라인을 바꾸거나 보도를 일시 중단하고, 보안 조치를 강화하는 등 운영상 변화를 겪기도 했다.
올해 조사에는 ‘정부 압박’에 관련된 질문이 처음 등장했다. ‘기관이 정부로부터 압박, 제한 혹은 간섭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29.2%가 ‘그렇다’고 답했다. 10곳 중 3곳이 정부의 간섭을 받은 셈이다. 이는 많은 팩트체커들이 적대적이거나 최소한 비우호적인 정치 환경 속에서 활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시대, 시각화로 다가가는 팩트체킹
수입이 감소하고 자금 압박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팩트체커들은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갔다. 137개 기관 중 62%가 올해 독자 규모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팩트체킹 방식이 텍스트 형식에서 벗어나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변화한 것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설문에 응답한 팩트체크 기관들은 텍스트에 매몰되지 않고 인포그래픽, 카드뉴스와 같은 시각적 장치의 비중을 44.5%까지 끌어올렸다. 그중 숏폼 비디오 형식이 새로운 독자에게 접근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식으로 꼽히기도 했다.
전년도에 비해 2025년에 독자 규모가 증가했다고 응답한 기관의 비율이 62%였다. 그래픽 유영주
AI 사용 역시 지난해부터 증가하는 추세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137개 기관들은 팩트체킹 과정에서 작년보다 AI를 더 많이 사용했다고 답했다.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024년 20%에서 5.1%로 급감했다.
AI의 활용 중 가장 일반적인 것은 조사 및 정보 수집으로, 응답기관의 77.4%가 이를 언급했다. 번역도 주요 활용 사례로 떠올라 55.5%가 사용 중이라고 답했다. 이미지·영상·오디오 등 콘텐츠 제작은 37.2%, 글쓰기 또는 편집은 30.7%로 나타났다.
AI를 사용하는 비중이 늘어난 만큼, 운영지침도 점차 마련되고 있었다. 2025년에는 절반 이상인 50.4%의 기관이 AI 사용과 관련된 공식 지침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2024년의 32%에서 크게 오른 수치다. 그러나 독자 대상의 투명성은 아직 충분하지 않았다. AI 사용 공개 관련 질문에 답한 130개 기관 중 40%만이 '팩트체크 제작 과정에 AI가 상당히 사용된 경우 이를 독자에게 알린다'고 답했다. 4.6%만이 '항상 공개한다'고 답했다.
AI는 팩트체커들에게 유용한 보조 도구이자 또다른 위협 요소이기도 했다. 딥페이크와 합성 미디어와 같은 AI 생성 콘텐츠가 중대한 위협이 된다고 꼽은 기관이 절반에 가까운 49.6%에 달했다. 단지 7.3%의 기관만이 '경미하거나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AI의 발달로 딥페이크와 합성 미디어 등 사실을 위협하는 요소는 더욱 많아졌고, 팩트체크의 중요성은 커져가고 있다. 그러나 그 필요성에 비해 2025년은 팩트체크 기관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압박이 심화된 해였다. ‘2025년 팩트체커 현황 보고서’는 힘든 한 해를 견뎌내며 사실을 시민에게 알리는 일을 지속해 온 글로벌 팩트체크 커뮤니티의 단면을 보여준다.
단비뉴스 팩트체크부장, 소셜전략팀 안소현입니다.
세상의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현장에서 답을 찾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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