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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배구조개선 과제 던진 'ICGN 컨퍼런스'..."아직 검증단계" 냉정 평가

기후 변화,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 등 새로운 위험 요인이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패널들은 이사회가 단순 감독 기능을 넘어 전략 수립과 리스크 관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역할...

지배구조개선 과제 던진 'ICGN 컨퍼런스'..."아직 검증단계" 냉정 평가

14일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ICGN 코리아 컨퍼런스 2026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젠 시슨 ICGN 대표이사,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오기형 K-자본시장특별위원회 위원장, 박민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진=한국거래소

[ESG경제신문=김대우 기자] “이사회 중심 경영, 아직도 검증의 문턱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와 자산운용사들이 바라보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 수준은 여전히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냉정한 평가다.

이들은 외형적인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사회 독립성, 경영진 견제 기능, 주주권 보호 등 핵심 요소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대주주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와 형식적인 사외이사 제도 운영이 반복되면서 글로벌 기준과의 괴리가 여전하다는 것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지배구조 개혁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ICGN 코리아 컨퍼런스 2026’은 한국 자본시장을 향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을 집약적으로 드러낸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지배구조 전문 컨퍼런스로 주목받았다.

컨퍼런스에는 국제기업지배구조네트워크(ICGN) 회원사인 글로벌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정책당국, 상장기업 관계자 등 3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ESG 도입 속도 빠르지만 내부 거버넌스 지표 여전히 검증 단계 머물러

컨퍼런스에서는 한국 시장이 코스피 6000선 돌파라는 성과를 거둔 점과 정부와 기업들이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선 정책에 대해 일정 부분 긍정적인 평가도 나왔지만,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이 수익기회는 충분하지만 신뢰는 아직 축적과정에 있다고 진단하고, 지배구조를 투자판단의 핵심변수로 꼽았다. 단순한 제도 도입을 넘어 실질적인 변화, 즉 이사회 권한 강화와 경영진 책임성 제고, 투명한 정보공개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지배구조 수준을 명확히 드러낸 발언으로 평가된다. 외형적인 ESG 제도 도입 속도가 빠르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사회 독립성·투명 경영보고·공시 신뢰도 등 핵심 내부 거버넌스 지표는 여전히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젠 시슨  ICGN 대표이사는 개회사에서 “투자자는 더 이상 숫자만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며 “이사회 독립성, 경영진 보상 구조, 소수주주 권리 보호 여부가 핵심 판단 요소”라고 밝혔다. 시슨 대표는 한국의 공시 체계에 대해 “접근성은 나아졌지만 정보의 깊이와 일관성은 여전히 과제”라며 “공시는 단순 전달이 아니라 대화의 출발점이어야 하고, 투자자를 전략적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으로 시장 체질이 주주가치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며 “이 흐름을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연결하기 위해 공시 가이드라인을 개선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공시 확대와 제도 정비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이 제기한 정보 비대칭 문제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지배구조 개선....‘형식적 제도보다 실질적 이사회 운영’ 중요

이날 첫 번째 전체회의에서는 한국의 기업지배구조가 도마에 올랐다. 국제 투자자들이 공통으로 강조한 개선 과제는 ‘형식적 제도보다 실질적 이사회 운영’이었다. 한국 시장은 제도와 현실 간 간극이 존재하며 지배구조 개선이 선언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대다수 상장사는 이사회 내 전문위원회(보상·리스크관리·ESG위원회 등)를 설치했으나, 의결 주체로서의 역할은 여전히 약하다는 평가다. 특정 안건의 사전 보고 및 사후 추인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이사회가 경영 견제·균형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패널들은 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배당 확대 정책, 자사주 소각 등이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지 못하고 일부 대형 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도 꼬집었다.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의결권 행사가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지만 중소형 상장사에서는 여전히 변화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은 출발점일뿐...평가 장치 미흡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6일 보건복지부·국민연금 업무보고에서 스튜어드십 코드 방향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진 세션에서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놓고 날선 비판이 나왔다. 영국과 일본, 뉴질랜드에서는 기관투자자의 활동 내역을 평가하고 공개하는 체계가 이미 정착돼 있는 반면, 한국은 참여 기관 수는 늘었지만 실제 행동의 질을 평가할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투자자는 “스튜어드십 코드 채택은 출발점일 뿐”이라며 “투자자가 어떤 의결권을 행사했고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공개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향후 제도 개선 논의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오후 세션에서는 지배구조를 지속가능성 전략과 연결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기후 변화, 사이버 보안, 인공지능 등 새로운 위험 요인이 기업 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 강조됐다.

패널들은 이사회가 단순 감독 기능을 넘어 전략 수립과 리스크 관리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며 역할 변화를 요구했다. ESG 위원회 설치, 내부 통제 강화, 투자자와의 정기적 미팅 등이 주요 방안으로 제시됐다. 한 글로벌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속가능성은 더 이상 선택적 요소가 아니다”며 “지배구조가 이를 통합하지 못하면 장기 투자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SG 공시 의무화...장기적으로 자본비용 낮추는 효과

마지막 세션에서는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 도입과 공시 의무화 흐름이 논의됐다. 한국 역시 단계적 도입을 추진 중인 만큼 기업의 준비 수준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공시 확대가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자본 비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공시 내용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감사 체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ESG 공시의 정합성과 비교가능성 확보 없이는 국내 기업의 책임경영 이행이 시장에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며 “내년 시행될 국제기준(IFRS S1·S2)에 맞춘 투명한 데이터 정비와 내부통제 체계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시는 ‘형식적 준수보다 검증 가능한 투명성’이 중요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연합뉴스

특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이후 공시 품질의 편차가 커지고 있어,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형식적 준수보다 검증 가능한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형 지배구조의 신뢰도를 좌우할 기준으로 ‘검증 가능성(verifiability)’과 ‘이사회 중심 경영(governance by board)’을 제시했다. 제도적 장치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사회가 실질적으로 전략, 보상, 리스크를 통합 관리하는 내부체계의 성숙도”라는 점이다.

한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지배구조는 규정이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며 “기업 스스로 이사회 중심 의사결정 구조를 정착시키고 데이터 공개의 신뢰도를 확보해야만 글로벌 시장에서 평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제시된 다양한 의견이 한국 자본시장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시장 참여자들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성과를 확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사회 중심 경영 전환과 공시 신뢰도 제고가 곧 한국형 ESG 저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결국 ‘보여주기식 개편’을 넘어선 구조적 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여부가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ICGN은 1995년 설립된 비영리 국제기구로, 전 세계 45개국 이상의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여 글로벌 기업지배구조와 스튜어드십 표준을 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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