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나인] 금융지주 지배구조 논쟁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가 있다. 바로 회장 연임이다.
최근 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둘러싼 논쟁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권의 불투명한 승계 구조를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그러나 연임 자체를 문제로 보는 접근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일 수 있다. 금융회사 경영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사업이 아니다. 은행·증권·보험을 동시에 운영하는 금융지주에서는 전략 수립과 조직 개편, 대규모 인수합병(M&A)까지 고려하면 경영 전략의 연속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국내 금융지주 CEO 임기가 대부분 3년 단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글로벌 기업 CEO 평균 재임 기간이 7~10년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금융지주 CEO 임기는 상대적으로 짧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이 보여준 ‘연임이 만든 성과’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은 2014년 취임 이후 두 차례 연임하며 약 9년 동안 그룹을 이끌었다. 이 기간 KB금융은 보험·증권 등 비은행 사업을 확대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크게 바꿨고, 순이익 3조원을 넘어 ‘리딩 금융그룹’ 지위를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성과는 장기 전략의 연속성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다. 금융지주 경영에서는 조직 개편과 사업 구조 변화가 단기간에 완성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양종희 회장 체제에서도 성과는 이어지고 있다. KB금융은 순이익 5조원을 돌파하며 국내 금융지주 가운데 처음으로 ‘5조 클럽’에 진입했고 비은행 수익 비중도 40% 수준까지 확대됐다.
주주가치 측면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양 회장은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기업가치 제고 전략을 추진하며 자사주 매입·소각, 분기배당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했다. 이 결과 양 회장 취임 이후 KB금융 주가는 약 2.5배 상승했다.
디지털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KB금융은 AI 기반 금융 서비스 확대와 디지털 전환을 핵심 성장 전략으로 제시하며 그룹 전반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디지털 전환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는 사업이 아니다.
문제는 ‘연임을 위한 이사회’
윤종규 전 회장의 사례는 연임이 지배구조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오히려 장기 전략을 추진해야 하는 금융회사에서는 일정한 리더십의 지속성이 성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논쟁에서 진짜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이사회가 경영진을 견제하기보다 경영진을 위한 구조로 작동할 가능성이다. 금융회사 이사회 구성 과정에서는 경영진의 영향력이 일정 부분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금융권에서 나온다. 사외이사 후보 추천 과정에서 경영진의 의견이 일부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권에서는 이런 질문이 반복된다. 이사회가 회장을 견제하는 구조인가, 아니면 회장의 연임을 승인하는 구조인가라는 점이다.
연임을 위해 이사회가 설계된다면 지배구조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독립적인 이사회가 성과와 전략을 기준으로 연임 여부를 판단한다면 연임은 오히려 경영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단순하다. 성과가 있는 경영자라면 연임을 막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연임 자체가 아니라 연임을 판단하는 이사회의 독립성이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논쟁도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사진/KB금융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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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한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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