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회복의 AI”…돌봄·안전·지역경제까지 연결하는 생활밀착형 인공지능 전략 제시
한국인공지능협회 동네두뇌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한국인공지능협회(회장 김현철)가 오는 6월 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장 출마 후보들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기반 맞춤 공약 설계 백서 'AI에 의한 치유와 회복, 228개 동네두뇌, 대한민국을 다시 잇다'를 24일 공개했다.
중앙정부 주도의 대규모 인공지능 산업 전략이 빠르게 전개되는 가운데, 지역 단위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변화는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에서, 협회는 58페이지로 구성된 이번 백서를 통해 ‘현장에서 작동하는 AI’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다.
이번 백서의 출발점은 AI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협회는 인공지능을 단순히 산업 효율을 높이거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도구로 한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의 삶을 보완하고, 사회 구조에서 취약한 연결 고리를 메우는 기술로 정의한다.
혼자 사는 고령자의 일상에 말을 건네는 시스템, 요양 인력의 부족을 보완해 더 많은 돌봄을 가능하게 하는 구조, 쇠퇴한 지역에 새로운 일자리와 기능을 부여하는 인프라까지 모두 ‘개인 증강’과 ‘사회 보완’이라는 하나의 축으로 묶인다. 협회는 이러한 접근을 ‘치유와 회복’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인공지능이 단절된 사회를 다시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결국 기술 중심 담론에서 벗어나, 인공지능을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공공 인프라’로 재정의하는 시도다.
현재 정부는 AI 반도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파운데이션 모델 등 국가 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형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이 전국 각 지역의 구체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한다.
실제로 지역마다 상황은 극단적으로 다르다. 어떤 지역은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고, 어떤 지역은 산업 기반 붕괴로 빈 공장이 늘어나고 있으며, 또 다른 지역은 도심 공실 문제를 겪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일한 정책으로 해결하기 어렵고, 정교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다수의 기초자치단체는 인공지능을 설계하고 도입할 전문 인력과 경험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동시에 수많은 AI 기업 가운데 어떤 기술이 지역 문제에 적합한지도 판단하기 쉽지 않다.
협회는 이 지점을 ‘정책의 사각지대’로 보고, 중앙정부와 지역, 그리고 민간 기업을 연결하는 중간 플랫폼 역할을 자임했다. 1,000여 개 회원사의 기술을 구조화하고, 이를 지역 데이터와 결합해 실행 가능한 공약 형태로 제시하는 방식이다.
‘동네두뇌’, 지역에 설치되는 AI 인프라
백서의 핵심 제안은 ‘동네두뇌’라는 개념이다. 이는 대규모 중앙 집중형 데이터센터와는 다른, 지역 단위에서 작동하는 소형 AI 인프라를 의미한다.
전국 곳곳에 방치된 노후 산업단지의 빈 공장이나 활용되지 않는 폐교를 거점으로 삼아, 그 안에 소규모 AI 센터를 구축한다. 이 센터는 단순한 서버 공간이 아니라, 지역 데이터를 처리하고 서비스를 실행하는 ‘로컬 인공지능 허브’로 기능한다.
특히 데이터가 외부로 나가지 않고 지역 내부에서 처리된다는 점, 그리고 통신이 끊겨도 생명과 안전 관련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은 기존 클라우드 중심 구조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여기에 태양광 등 분산형 에너지를 결합해 자립성을 확보하는 구조도 포함된다.
결국 ‘동네두뇌’는 인공지능을 물리적으로 지역에 심는다는 개념에 가깝다.
서비스 모듈 구조, 지역마다 다른 AI 조합
이러한 인프라 위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것은 ‘서비스 모듈’이다. 협회는 인공지능 활용 영역을 10개 모듈로 구분하고, 이를 조합해 각 지역에 맞는 정책을 구성하도록 했다.
어르신 돌봄과 인프라 안전진단은 모든 지역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필수 모듈로 설정됐고, 교육, 정신건강, 건강관리, 아이돌봄, 재난 대응, 지역경제 활성화, 귀농·귀촌 지원, 환경 감시 등은 지역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결합된다.
이를 위해 협회는 전국 228개 지자체를 고령화율, 소멸 위험, 산업 기반, 재정 상태, 재난 취약성, 인구 구조 등 여섯 가지 축으로 분석했다. 이 분석 결과에 따라 각 지역은 서로 다른 모듈 조합을 갖게 된다.
또한 각 모듈에는 이미 다수의 회원사가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어, 정책이 곧바로 실행 단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람이 없는 시간”을 채우는 AI
백서는 인공지능이 만들어낼 변화의 구체적인 장면도 제시한다. 혼자 사는 고령자가 일상 속에서 AI와 상호작용하며 생활하고,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시스템이 이를 즉각 감지해 구조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특히 낙상과 같은 응급 상황에서 센서와 AI가 이상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구조 요청을 보내는 과정은, 기존에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발견되던 문제를 실시간 대응 체계로 바꾸는 사례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손을 확장해 더 넓은 범위를 커버하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협회는 이를 ‘사람이 없는 시간을 메우는 기술’로 설명한다.
이 백서는 단순한 비전 제시에 그치지 않고, 실제 실행을 위한 재원 구조까지 구체적으로 설계했다. 중앙정부 보조금과 지방비, 민간 투자를 결합한 3층 구조를 기반으로 하며, 특히 재정이 취약한 지역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방소멸대응기금, 노후 산업단지 재생사업, 보건복지 분야 AI 사업 등 기존 정책 자금을 연계해 국비 비중을 최대 70%까지 끌어올릴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새로운 재정 부담 없이도 AI 인프라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협회는 단계적 확산 전략을 제시했다. 먼저 2027년 5개 권역, 20개 지자체에서 파일럿 사업을 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2030년까지 전국 228개 지자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각 지역의 성공 사례를 축적하고, 이를 표준 모델로 발전시키는 방식으로 확산 속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번 백서의 또 다른 특징은 실제 정치 프로세스와의 연결이다. 협회는 지방선거 후보자나 캠프의 요청이 있을 경우, 해당 지역에 맞는 인공지능 공약 설계 자료를 2주 내 제공한다.
이 자료에는 지역 데이터 분석부터 서비스 구성, 예산 계획, 참여 기업 매칭, 공약 문안까지 포함된다. 단순한 정책 제안이 아니라, 즉시 활용 가능한 실행 문서 형태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이 예상된다.
김현철 회장은 인공지능의 역할을 재정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한 곳을 더 강화하는 데만 쓰이는 기술이 아니라, 약한 부분을 메우고 단절된 구조를 연결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하이퍼스케일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안, 협회는 지역 단위의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밝히며, 이번 백서가 단순한 정책 제안이 아니라 국가 AI 전략의 방향을 보완하는 실천 모델임을 강조했다.
이번 백서는 인공지능을 산업 경쟁력 중심의 담론에서 벗어나, 지역 생존과 사회 회복을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재정의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중앙정부와 지역, 민간 기술을 연결하는 실행 구조까지 포함했다는 점에서, 향후 지방 행정과 AI 산업 모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더 자세한 내용은 한국인공지능협회 동네두뇌 공식 홈페이지(
보기
)를 참고하면 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