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경선, 시작부터 '여의도 정치' 논란
7명 후보 경쟁…정책 경쟁 속 '대통령과의 인연' 강조
광주와 전남의 미래를 결정할 중요한 선거가 시작됐지만, 첫 출발부터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의 지도자를 뽑는 정치 행사가 정작 지역이 아닌 서울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지방분권을 강조해온 정치권의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후보를 뽑기 위한 예비경선 합동연설회를 열었다. 이번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가 아니라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행정적으로 통합해 새롭게 출범하는 '통합특별시'의 첫 시장을 선출하는 과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경선 후보인 김영록(왼쪽부터), 강기정, 정준호, 주철현, 신정훈, 민형배, 이병훈 예비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후보자 검증을 위한 온라인 합동연설회에서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인 소병훈 의원(왼쪽에서 네번째)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뉴스후플러스
말 그대로 두 지역의 미래 방향을 정할 중요한 정치 이벤트다. 하지만 이 중요한 연설회가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진행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지역 주민과 유권자 대부분이 광주와 전남에 살고 있는데도 정치 행사는 서울에서 열린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의 잔치를 서울에서 연 셈"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경선에는 모두 7명의 후보가 참여했다. 후보들은 각각 지역 발전 계획과 경제 비전을 내놓으며 자신이 통합특별시를 이끌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후보로는 김영록, 강기정, 정준호, 주철현, 신정훈, 민형배, 이병훈 등 7명이 나섰다.
후보들은 연설에서 AI 산업, 반도체 산업, 신재생 에너지, 미래 자동차 산업 등을 중심으로 한 경제 발전 계획을 강조했다. 일부 후보는 청년 일자리 10만 개 창출, 500만 명 규모의 광역 경제권 조성, 최대 30조 원 규모의 중앙정부 지원 확보 같은 목표도 제시했다.
또 광주와 전남을 여러 산업 권역으로 나누어 발전시키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예를 들어 광주는 AI와 미래차 산업, 동부 지역은 철강과 화학 산업, 서부 지역은 에너지와 관광 산업 중심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처럼 후보들은 통합특별시가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 거점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경선에서는 정책 경쟁과 함께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모습도 두드러졌다.
여러 후보가 자신이 이재명 대통령과 오랜 정치적 관계를 맺어 왔다거나 정책 철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부 후보는 대통령과 함께 정치적 싸움을 했던 경험이나 대통령 정책 추진을 도왔던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정책 경쟁보다 대통령과 얼마나 가까운지를 강조하는 '명심 경쟁'이 벌어졌다"는 평가도 나왔다.
가장 큰 논란 '서울 개최'…민주당 "시간과 형평성 문제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논란은 연설회 장소였다. 통합특별시장 선거는 광주와 전남 지역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다. 그런데도 정당은 후보들을 서울로 불러 합동연설회를 진행했다.
이 때문에 지역 정치권에서는 "지방분권을 주장하는 정당이 정작 중요한 정치 행사는 여전히 서울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직 광주시장이기도 한 후보 강기정 역시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SNS에 "우리 민주당 방송이 특별시에 와서 시당에서 하면 안 되느냐"는 글을 남기며 연설회가 지역에서 열리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지역 시민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시민들은 "지역의 미래를 논의하는 행사라면 당연히 지역에서 열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나타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일정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도 나온다. 당 관계자들은 "예비경선 일정이 촉박했고 광주와 전남 중 한 곳에서만 연설회를 열 경우 지역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방의 다른 선거 일정과 겹칠 가능성도 고려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지역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치학자들은 "행정적인 편의성은 이해할 수 있지만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 흐름과는 맞지 않는 결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지방분권 강조 정부와 어긋난 모습…결국 판단은 유권자의 몫
이번 논란이 더 커진 이유는 현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관련이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이후 지방분권을 국가 발전 전략으로 강조해 왔다. 실제로 여러 지역을 방문해 주민들과 직접 대화하는 ‘타운홀 미팅’을 열며 지방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행보를 보여 왔다.
그런 상황에서 집권여당의 중요한 정치 행사가 다시 서울에서 열리자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선거는 앞으로 예비경선과 본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19~20일 권리당원 100% 투표로 예비경선이 진행되고, 상위 5명이 본경선에 진출한다. 이후 4월 초 본경선에서 최종 후보가 가려질 예정이다.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가 단순한 후보 경쟁을 넘어 광주와 전남의 미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논란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된 사실이 있다. 정치 행사가 어디에서 열리든 최종 선택은 결국 지역 유권자가 한다는 점이다.
정치권이 지방분권을 말로만 외칠 것인지, 실제 행동으로 보여줄 것인지는 앞으로 유권자들의 판단 속에서 드러나게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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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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