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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도 위 보호구역, 살아 있는 바다로 바꾼다

지도 위에 선만 그어 놓은 바다는 실효성 있는 보호구역이 될 수 없다. 해양생태계가 실제로 회복되고 있는지, 훼손 행위가 제대로 관리되는지 시민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해양보호구역 온라인 지도가 공개됐다.

지도 위 보호구역, 살아 있는 바다로 바꾼다

포항 호미곶 전경 /사진=환경일보DB

[환경일보] 지도 위에 선만 그어 놓은 바다는 실효성 있는 보호구역이 될 수 없다. 해양생태계가 실제로 회복되고 있는지, 훼손 행위가 제대로 관리되는지 시민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해양보호구역 온라인 지도가 공개됐다.

녹색연합은 지난 26일 전국 해양보호구역의 생태 현황과 관리 실태를 기록한 모니터링 아카이브 웹사이트 ‘해보면 바뀔 지도’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해보면 바뀔 지도’는 녹색연합이 직접 현장을 찾아 조사한 자료와 보호구역별 평가 결과를 지도 위에 축적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특정 시점의 조사 결과를 담은 일회성 보고서가 아니라 보호구역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하고 관리 책임을 점검하는 시민 모니터링 아카이브로 운영된다.

이용자는 웹사이트 지도에서 각 보호구역을 선택해 지정 목적과 생태적 가치, 현장에서 확인된 위협 요인, 현재의 관리 수준과 개선 과제 등을 확인할 수 있다.

공개 시점에는 인천 대이작도 주변 해역부터 경북 울진 나곡리 주변 해역까지 서해·남해·동해에 위치한 해양보호구역 13개소의 조사 기록과 평가 결과가 수록됐다.

녹색연합은 앞으로 조사 대상을 다른 해양보호구역으로 확대하고, 이미 조사한 지역도 다시 찾아 생태환경과 관리 정책의 변화를 확인할 계획이다. 새롭게 확인된 훼손 사례와 관리 개선 내용은 웹사이트에 지속적으로 추가된다.

해양보호구역 지도 클릭 화면 /자료제공=녹색연합

보호구역 면적보다 중요한 ‘실제 관리’

국제사회는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통해 2030년까지 육상과 해양의 최소 30%를 효과적으로 보전·관리하는 ‘30×30’ 목표에 합의했다.

그러나 보호구역의 경계를 넓히는 것만으로 목표가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생물다양성이 중요한 지역을 지정하고 훼손을 유발하는 행위를 실질적으로 제한하는 한편, 지역 공동체와 함께 장기적인 보전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현재 국내 해양보호구역은 전체 해양관할권의 약 2% 수준이다. 보호구역 면적 확대가 시급하지만 이미 지정된 지역도 해양쓰레기와 연안침식, 낚시와 무분별한 채취, 양식업, 관광 개발, 육상 오염원 등으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 대상과 제한 행위가 불분명한 데다 관리 책임도 여러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 분산돼 있어 보호구역 지정 목적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녹색연합은 면적 확대와 함께 기존 보호구역의 관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2025년부터 전국 해양보호구역 현장 모니터링을 진행해 왔다.

‘해보면 바뀔 지도’ 페이지에 돌아다니는 “30”이라는 숫자를 클릭하면 보이는 정보. 2030년까지 남은 날과 현재 해양보호구역의 면적을 알 수 있다. /자료제공=녹색연합

시민이 직접 확인한 13개 보호구역

현장조사는 육안 관찰과 사진·영상 및 드론 촬영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지방자치단체 담당 공무원과 지역 주민, 어촌계 관계자 등의 의견도 함께 들었다.

조사 결과는 경계·안내, 관리·법제, 서식지, 생태계, 거버넌스 등 5개 지표로 평가했다.

경계·안내 지표는 보호구역의 위치와 범위를 현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관리·법제 지표는 보호 대상과 제한 행위가 실제로 작동하는지를 평가한다.

서식지 지표에서는 오염과 훼손, 개발 압력 등을 확인하고, 생태계 지표는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상태를 살핀다. 거버넌스 지표는 주민과 행정기관 등 이해관계자가 보호구역 관리와 보전에 얼마나 참여하는지를 평가한다.

평가 결과는 보호구역별 5각형 그래프로 시각화했다. 이용자는 지정 명칭이나 면적 같은 행정정보뿐 아니라 각 보호구역의 관리와 보전이 현장에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비교할 수 있다.

‘해보면 바뀔 지도’ 해양보호구역 평가 기록 페이지 /자료제공=녹색연합

현장 기록으로 관리 책임 점검

‘해보면 바뀔 지도’라는 이름에는 현장을 직접 보고 기록하고 질문해야 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겼다.

그동안 정부가 제공하는 해양보호구역 정보는 지정 위치와 면적, 지정 연도 등 행정자료에 집중돼 있었다. 보호구역에서 어떤 훼손이 일어나는지, 관리 인력과 예산이 충분한지, 주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지정 이후 생태적 성과가 나타났는지를 시민이 종합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녹색연합은 웹사이트에 흩어진 현장 기록을 모아 보호구역의 변화를 장기적으로 추적하고, 관리 정책을 점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축적된 자료는 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보호구역의 관리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공론장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최황 녹색연합 자연생태팀 활동가는 “30×30의 핵심은 바다의 30%에 선을 긋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생태계가 실제로 회복되고 유지되도록 만드는 것”이라며 “보호구역의 의미는 무엇으로부터 무엇을 지키는지를 분명히 할 때 비로소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을 직접 확인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지도 위의 보호구역과 실제 바다 사이의 간극을 알 수 없다”며 “‘해보면 바뀔 지도’가 시민들이 우리 바다의 현실을 확인하고 정부에 구체적인 관리 책임을 요구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녹색연합은 향후 모니터링 범위를 전국 해양보호구역으로 넓히고 기존 조사 지역에 대한 재조사도 이어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 해양 30×30 목표가 형식적인 면적 확대에 머물지 않도록 보호구역 지정 이후의 관리와 생태적 성과까지 지속적으로 점검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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