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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인하’ 공약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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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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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면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있다면 부동산이다. 처음 구한 무악동 자취집은 방수와 방습이 되지 않아 곰팡이가 가득한 집이었다. 지네, 돈벌레, 바퀴벌레 등 집에서 살 수 있는 모든 벌레를 경험했다. 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않아, 강제 거주를 당했다. 참혹하고 처참한 20대 시절이었다.
몇년 전 마포구에 6억원대 아파트 분양공고가 나왔다. 온 가족이 며칠 동안 아파트에 살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결과는 1점 차이로 떨어져 후보자 순위를 통보받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결과는 낙방이다. 현재 그 집은 분양가의 두 배 넘는 금액으로 거래되고 있다. 좀 더 일찍 청약통장을 만들지 못한 젊은 시절을 지우고 싶었다.
10번 넘게 분양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이제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접었다. 분양가도 치솟아 분양 신청 자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5년 동안 입금한 청약통장을 해지할지 고민하고 있다. 차라리 저 돈으로 가족과 여행을 가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무주택자들은 내 집 마련의 희망을 품다가, 늘 실망한다. 강남역, 사당역에서 광역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 상당수가 서울에 지쳐, 경기도로 이주한 분들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하고 집값을 잡겠다는 발언을 듣고, 다시 희망을 조금 품기 시작했다. 주위 친구들은 이전 정권처럼 집값을 잡지 못할 거라는 예측을 했고,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고 얘기한다. 대통령의 말을 믿고 싶다.
이번 6·3 지방선거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는데, 일부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의 공약 때문이었다.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는 지난 5월13일 25개 구청장 후보들과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늘어난 재산세 증가분을 한시적으로 감면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성남시장 후보도 비슷한 공약을 발표했다. 참여연대는 “이미 혜택을 받고 있는 고가 1주택 보유 고령층에게 추가적으로 세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것으로 조세 형평과 공평 과세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과연 저 정책이 집값을 안정화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과 맥을 같이하는 것인지 혼란스러웠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용인시장으로 출마한 현근택 후보였다. 현 후보는 페이스북에 “추진하겠습니다.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재산세 인하”라고 적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 매매 시 지방자치단체 허가를 받도록 하고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는 제도이다. 부동산 안정화에 필수적인 장치다. 여당 후보가 정부 방침과 전혀 다른 공약을 낸 것이다.
공교롭게도 저런 공약을 낸 민주당 후보들은 모두 낙선했다. 언론들은 평균 주택공시가격이 더 비싼 지역일수록 민주당에 불리한 쪽으로 투표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분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민주당 공약에 실망한 무주택자들이 투표장을 가지 않았거나, 다른 진보정당에 투표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특히 2030세대들의 실망이 깊고 크다. 자녀들과 조금만 얘기해보면 알 수 있다.
서민과 중산층을 대변하며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겠다는 정체성은 민주당의 가장 큰 명분이다. 특히 서울, 경기도 지역은 이 명분을 정확히 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보유세는 대체로 낮다. 서구 선진국처럼 보유 부담을 주는 게 맞겠다”고 발언했다. 매우 민감한 발언이지만 부동산 정책의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이 발언을 현실화해야 부동산은 안정화될 수 있다.
자유주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존 로크는 “신은 인류에게 토지를 공동의 것으로 주셨다. 개인이 노동을 더해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있지만, 그것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충분하고도 좋은 것이 남아 있을 때까지만 유효하다”는 말을 남겼다. 부동산값 폭등 시절에 정부와 여당이 새겨들어야 할 얘기다. 집토끼가 더 무서운 법이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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