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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금, 여기]인권위 기록전문요원의 인권진정!

활동가 새내기 시절이었던 2002년,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기록 부존재’라는 답변을 받는 것이 일상이었다. 기록이 왜 없는지 물어보면, 전임자의 일이라 모른다고 했다. 당시 기록학계라는 곳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지금, 여기]인권위 기록전문요원의 인권진정!

활동가 새내기 시절이었던 2002년, 공공기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기록 부존재’라는 답변을 받는 것이 일상이었다. 기록이 왜 없는지 물어보면, 전임자의 일이라 모른다고 했다. 당시 기록학계라는 곳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그들은 2000년부터 공공기록물법이 시행됐지만, 정작 법을 집행할 ‘기록물관리전문요원’(기록전문요원)이 부재한 것이 원인이라고 했다.

그때부터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 실태를 연구하고 분석했다. 기록물을 폐기할 때는 기록전문요원의 심사와 기록물평가심의회 심의를 거쳐야 했지만, 무단으로 폐기하고 있었다. 기록물 무단폐기죄는 징역 7년에 처하도록 했지만, 일상적으로 행해지는 일이었다. 불법의 일상화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었다.

언론사들과 공동으로 기록물 무단폐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폭로했다. 그 결과 노무현 정부는 2005년부터 기록전문요원을 중앙행정기관에 채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기록관을 만들었고, 이곳에서 기록물 관리, 정보공개청구 접수, 지도점검, 기록물평가심의회 등을 담당했다.

20년이 지난 현재, 기록물 생산 수량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기록관의 업무는 혼자 담당할 수 없다. 기록물평가심의회를 참여해보면, 엑셀시트 수백 페이지 기록물 목록을 볼 수 있다. 목록을 읽기에도 벅찬 양인데, 기록전문요원들은 이 기록들을 보면서 폐기할지, 보존기간을 연장할지 결정한다.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 윤혜경 기록연구관은 소수 직렬 차별과 업무 과중 등을 호소하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윤혜경은 2005년 기록전문요원으로 배치된 이후 21년째 홀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두 차례 암 수술을 받고 우울증까지 겪었다. 지난해에는 허리디스크 수술로 입원 중이었지만 기록관리 평가 업무를 위해 출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업무를 대신할 직원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6월15일 진정 내용이 조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했다. 진정 내용에 대한 추가 질의나 보완 요청도 없었다. 윤혜경은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행복추구권과 건강권, 휴식권을 침해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다시 진정을 제기했고, 다행히 7월 초 조사 대상으로 인정돼 현재 조사가 진행 중이다. 그 결과가 주목된다.

기록전문가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적정한 노동시간과 건강권, 교육과 경력개발 기회의 보장은 전문직에 대한 시혜가 아니라 공공기록관리의 지속성과 품질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조건”이라고 인권위를 비판했다.

이런 현상은 인권위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26년 국가기록원 주요 통계 연보를 보면, 중앙행정기관과 소속기관 정원 291명 중 246명만 배치했을 뿐이다. 군기관은 배치정원 81명 중 40명만 일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관이 1인 기록관 체제를 유지하면서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기록전문요원을 추가 배치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가기록원은 2019년 기록물 보유량이 3만권 늘거나 처리과 수가 25개 증가할 때마다 기록전문요원을 추가 배치하도록 하는 ‘공공기록물법 시행령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법령 개정 심사 과정에서 인사 운영의 탄력성을 저해한다는 인사혁신처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기록전문요원들은 지난 20년간 알권리와 공공기록 보존을 위해 온몸으로 현장을 지켜왔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공공기관은 공공기록이라는 사료를 관리하지 못했을 것이며 온갖 기록이 외부로 유출돼 사회를 혼란에 빠뜨렸을 것이다. 실제로 20년 전에는 희귀 기록물을 판매한다는 온라인 공지가 빈번했다.

국가기록원과 인권위는 기록전문요원의 외침을 귀담아듣고, 제도개선에 나서기 바란다. 그것이 기록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끝으로 20년간 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기록전문요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기록이 곧 역사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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