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멕시코·러시아 공략…수출 확대로 중장기 전략 수립 목표
[편집자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의 기준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무조건 저렴한 제품을 찾기보다 가격 대비 만족도를 꼼꼼히 따지고 자신만의 가치 기준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이른바 ‘실속·가치·체험형 소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에 국내 유통 및 식품, 패션·뷰티업계 등에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브랜드 고유의 가치와 차별화된 경험을 앞세운 전략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서고 있습니다. 주간한국은 최근 소비 패턴의 흐름을 짚어보고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는 기업들의 전략과 소비자들의 반응에 대해 조명해 봤습니다.
[주간한국 배예진 기자] 고물가와 소비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식품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가격 인상 대신 할인·가성비 전략을 고민하는 한편, 성장 한계에 직면한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 새로운 활로를 찾는 데 집중하는 모습이다. 빙그레 역시 가격 부담 완화와 글로벌 시장 확대, 사업 효율화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 국면 돌파에 나서고 있다.
빙그레는 최근 일부 아이스크림 제품 출고가를 평균 8.2% 인하하며 소비자 부담 낮추기에 나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과 환율 부담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가격을 낮추는 결정을 내린 것은 경기 침체 장기화 속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를 고려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빙그레는 내수 둔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해외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찾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태국과 멕시코, 러시아 등 주요 국가에서 열린 국제 식품박람회에 잇달아 참가하며 글로벌 유통망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단순한 제품 홍보를 넘어 현지 유통사 및 바이어와 접점을 늘리고, 지역별 맞춤 전략을 통해 수출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왼쪽부터)빙그레 ‘2026 PRODEXPO’ 참가 부스, '엑스포 안타드 2026 홍보 부스' 전경. 사진=빙그레
특히 동남아시아 시장 공략에 적극적이다. 빙그레는 태국 방콕에서 열린 ‘THAIFEX 2026’에 3년 연속 참가하며 메로나, 붕어싸만코, 바나나맛우유 등 주요 브랜드 인지도 확대에 나섰다. 태국 내 프리미엄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키우는 한편, 현지 소비자 취향을 고려한 바나나맛우유 타로맛·밤맛, 메로나 피스타치오맛 등 신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무슬림 인구가 많은 동남아 시장 특성을 고려해 할랄 인증 제품 판매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중남미 시장에서도 존재감 확대에 집중한다. 빙그레는 멕시코 국제 식품박람회 ‘엑스포 안타드 2026’ 참가를 계기로 바나나맛우유와 메로나를 중심으로 현지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멕시코 주요 유통 채널에 바나나맛우유를 입점시킨 데 이어 메로나, 붕어싸만코 등 아이스크림 제품군까지 확대하며 유통망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향후 멕시코를 중남미 진출 거점으로 삼아 과테말라 등 인접 국가까지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빙그레의 해외 전략은 북미와 러시아 시장으로도 이어진다. 캐나다 식품박람회 참가를 통해 퀘벡 시장 개척에 나섰고, 러시아 ‘PRODEXPO 2026’에서는 메로나와 붕어싸만코, 뽕따 등 냉동 제품 판매 확대 가능성을 점검했다. 특히 러시아 시장에서는 바나나맛우유 신규 수출도 추진하며 대표 브랜드의 글로벌 접점을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대만 타이베이 신이구에서 열린 빙그레 팝업스토어. 사진=빙그레
내부적으로 수익성 중심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빙그레는 지난 4월 해태아이스크림 흡수합병을 완료하며 조직과 물류 운영 효율화에 나섰다. 빙그레는 2020년 10월 해태아이스크림 인수 이후 공동 마케팅, 물류센터 및 영업소 통합 운영 등을 추진해 왔다. 이번 합병을 통해 중복 조직을 통합하고 사업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국내 시장 성장성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비용 절감과 운영 최적화를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실제 빙그레는 지난해 매출이 소폭 증가했음에도 내수 소비 침체와 원가 부담 영향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감소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 대비 1.8% 증가했으나, 내수 소비 침체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32.7%, 당기순이익은 46.2% 감소했다.
이에 브랜드와 제품 포트폴리오를 수익성 중심으로 재편하고 해외 사업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시장 중심 해외 매출 확대도 중장기 전략 중 하나다.
업계에서는 빙그레의 행보가 경기 침체 국면에서 식품 기업들이 취하는 ‘투트랙 전략’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가격 정책으로 내수 방어에 나서는 동시에, 성장성이 높은 해외 시장을 공략해 실적 반등의 동력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다.
관련업계 한 고위 임원은 “내수 시장만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어지면서 식품 기업들이 글로벌 확대와 비용 효율화에 집중하고 있다”며 “빙그레 역시 익숙한 브랜드 경쟁력을 기반으로 해외 시장 안착 여부가 향후 성장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예진 기자 byj@hankooki.com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