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원·달러 환율 급등에 위험자산 선호 위축
-반도체 랠리 이어졌지만 단기 과열 부담…“구조적 이익 사이클은 유효”
사진/연합뉴스
[뉴스로드] 이란과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에너지 인프라를 직접 겨냥하는 전면전에 가까운 양상으로 번지면서, 전날 5% 넘게 급등한 코스피가 19일에는 차익 실현 매물과 함께 하락 출발할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에서 제기됐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을 분명히 한 점이 겹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고 있다.
18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은 이란 최대 가스전인 ‘사우스파르스’와 이와 연결된 이란 남서부 해안 아살루에의 천연가스 정제 시설 단지를 폭격했다. 이란의 에너지 생산 시설이 직접 공격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이란은 카타르 북부 해안에 위치한 핵심 가스 시설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서면서 중동 에너지 안보 불안이 급격히 고조됐다.
이 여파로 국제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 5월 인도분 선물 가격은 영국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한때 전 거래일 대비 최대 6.1% 급등, 배럴당 109.75달러까지 치솟았다.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석유·가스 시설에 대한 광범위한 공격이 이어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 차질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씨티은행은 브렌트유 가격이 며칠 내 배럴당 12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금리 측면에서도 악재가 겹쳤다. 연준은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지만,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다음 조치가 인상일 수도 있는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우리는 어떤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해 시장에 매파적 신호를 보냈다.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열어둔 발언에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지면서 글로벌 증시는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코스피 움직임의 선행지표로 여겨지는 미국 뉴욕 증시의 3대 지수는 모두 1% 넘게 하락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768.11포인트(1.63%) 급락한 46,225.15에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91.39포인트(1.36%) 떨어진 6,624.70, 나스닥종합지수는 327.11포인트(1.46%) 내린 22,152.42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도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1개월물이 1,508.25원(MID)에 최종 호가돼, 서울 현물환 종가보다 26.50원 급등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상장지수펀드(ETF)도 1.90% 하락하며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수급 부담을 키웠다.
이 같은 대외 변수 속에 국내 증시는 전일 급등에 따른 피로감까지 겹친 상태다. 전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284.55포인트(5.04%) 오른 5,925.03에 마감했다. 지수는 5,767.10(전장 대비 +126.62포인트, +2.24%)으로 출발한 뒤 장 내내 강세를 이어갔고, 오후 들어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오후 2시 34분 13초에는 유가증권시장 프로그램 매수호가 일시 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당시에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유조선이 일부 통행을 재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진정된 데다, 반도체 업황의 ‘풍향계’로 꼽히는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실적 기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주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자본시장 간담회도 투자심리를 자극하며 코스피는 사흘 연속 우상향 흐름을 이어갔다.
하지만 19일 장 초반 코스피는 이러한 낙관론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일 국내 증시는 중동 노이즈에 따른 유가 상승, 매파적으로 해석된 3월 FOMC 결과 속 원/달러 환율 부담 등을 반영하며 전일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 출회로 하락세로 출발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이번 주 들어 삼성전자(13.6%), SK하이닉스(16.0%) 등 대형 반도체 ‘투톱’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마이크론 실적 발표 이후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업종의 구조적인 이익 사이클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금번 실적 발표에서 확인하고, 대외 변동성 요인이 일부 완화될 경우 반도체주 반등이 재차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결국 코스피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에너지·환율 급등이라는 복합 악재 속에서 단기 조정 압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반도체 업종의 펀더멘털 개선 기대가 여전히 견조한 만큼, 향후 중동 정세와 연준 스탠스의 완화 여부가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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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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