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충청권 공약 점검] 세종특별자치시
대통령 집무실 등 건립 가시화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 헛바퀴
정부의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 계획이 발표되면서 세종 행정수도 건설에 탄력이 붙고 있다. 사진은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예정부지. 김영태 기자
이재명 정부가 출범 500일을 맞으면서 '행정수도 세종 완성' 공약은 물리적 기반 확충에서는 뚜렷한 진전을 보였지만 법적·헌법적 지위 확보에서는 여전히 답보 상태다.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과 대통령 집무실·국회 의사당 건립 등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를 받쳐줄 행정수도 특별법과 개헌은 국회 문턱과 위헌 논란에 막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 국정과제 채택·기관 이전 속도…'물리적 기반' 판 짜였다
정부는 출범 직후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국가균형발전의 최우선 과제로 올렸다. 지난해 9월 확정한 123대 국정과제에 이를 명시하고, 단순한 지역 현안을 넘어 '국토 공간구조 개편'이라는 거시적 과제로 격상했다.
추진 일정 역시 굵직하게 잡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8월 정부세종청사 국무회의에서 "임기 내 세종집무실 시대를 열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어 발표된 '국토대전환 추진전략'을 통해 대통령 세종집무실은 2029년 8월, 국회 세종의사당은 2033년 하반기까지 완공한다는 로드맵이 제시됐다.
행정 기능의 대이동도 구체화됐다. 정부는 지난 13일 수도권에 남아 있던 44개 중앙행정기관과 공무원 9929명을 세종으로 이전하는 세부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27개 기관은 2027년까지 임차청사로 먼저 이동하고, 독립청사가 필요한 17개 기관은 2031년까지 신축 후 입주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와 외교·안보·수사기관까지 포함되면서 세종은 명실상부한 국가 행정의 핵심 축으로 부상했다.
제도화 절차도 일단 첫발은 뗐다. 국회에 발의된 행정수도특별법 5건은 지난 4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병합·축조심사를 받았고, 5월에는 위헌 논란을 다루는 입법공청회가 열렸다. 헌법적 쟁점을 국회 공식 심사 테이블에 올려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받았다.
◇ 특별법은 국회에 갇히고 개헌은 '헛바퀴'…정치권 실행력 시험대
문제는 입법과 개헌이라는 핵심 제도화 과제가 멈춰 섰다는 점이다. 특별법은 5월 공청회 이후 후속 심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당초 9월 정기국회에서 심사를 재개하려 했으나 여야 대립으로 법안소위조차 열리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조속한 심사 요구에 국민의힘이 국정감사 이후인 11월 개최로 맞서면서, 연내 입법 여부는 11월 국회로 미뤄진 상태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 특별법 위헌 결정에 따른 법리적 정합성도 여전한 숙제다. 5월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의 제언이 잇따랐지만, 위헌 시비를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다. 세종의 행정수도 지위를 어디까지 인정하고, 국회와 대통령실 등 국가 중추기관의 이전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지는 국회 심사 과정에서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다.
헌법에 '행정수도 세종'을 명문화하는 개헌 논의는 더욱 아득하다. 국정과제에 개헌 의제로 포함됐을 뿐, 실질적인 개헌안이나 로드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당초 2026년 지방선거와 연계한 개헌 국민투표 구상이 거론됐으나, 수도 조항이 최종 개헌안에서 빠지면서 구상은 수포로 돌아갔다.
결국 이재명 정부 500일의 세종 성적표는 '행정 기능 이전의 성과'와 '법·헌법적 완성의 지체'로 요약된다. 대통령 집무실과 44개 기관 이전으로 물리적 외형은 갖춰가고 있지만, 법적 지위가 모호한 상태에서는 정권 교체나 정치적 환경 변화에 따라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이 11월 국회 법안심사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행정수도 명문화 개헌을 위한 구체적 일정표를 제시할 수 있을지 남은 임기 동안의 정치적 실행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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